지금, 여기, 하나뿐인 당신에게 - 영화심리학자 심영섭의 마음 에세이
심영섭 글.사진 / 페이퍼스토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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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힌 부분 펼치기 ▼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자신의몸뚱아리를 다태우며
뜨끈뜨끈한 아랫목을만들던
연탄재
누가 함부로 발로찰수있는가??
자신의 목숨을 다버리고
이제 하얀 껍데기만
남아있는 저 연탄재
누가 함부로 발길질 할수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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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비어만 가는 머리와 가슴을 블링블링한 감성으로 가득 채워주는 책을 만났다. 영화평론가로 알고 있던 저자 심영섭의 《지금, 여기, 하나뿐인 당신에게》는 삶이라는 '영화'를 따뜻한 감성과 치유라는 텍스트로 읽을 수 있는 심리 에세이이다.  늘 버거운 삶의 쳇바퀴를 굴리며, 뒤 돌아볼 여유도 없이 앞만 보며 걸어가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아무 것도 내게 남아있지 않았다는 절망감이 느껴질 때, 문득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질 때  분명 위로가 되어 줄 책이다. 인생이 그렇지 않은가? 죽고 싶도록 외롭다가도 아무나 붙잡고 '나'의 이야기를 하다보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는 것처럼, 이 책은 희한하게도 '나'를 만나고 '나'를 느끼며 '나'를 이해하게 한다. 그것은 나도 모르게 찾아온 나이듦과 더불어 점점 선명해지는 삶의 형체들이 눈부셔셔 차마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가 서서히 익숙해 질수록 선명해져가는 실체처럼, 영화로 하여금 '나'를 마주하게 한다.   

 

《지금, 여기, 하나뿐인 당신에게》는 그런 영화에서 '삶'을 낚시한다.  팔닥거리는 생동감 그대로의 현실을 투영할 수 있는 영화속 키워드들은 사랑, 삶, 관계, 고통, 외로움, 고독의 본질에 접근하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세상살이의 고단함과 두려움, 이별의 고통과 권태와 같은 아픔의 이야기들을 영화속에서 낚아 심리로 관통하는 스토리텔링으로 마치 심리치료를 받는 기분처럼 읽게 되었다. 아마도 저자가 영화평론가 이전에 심리학자여서 그런지 타인을 이해한다는 어려운 숙제를 너무 쉽게 풀어주는 기분에 사로잡히곤 하였다. 

  

저자는 20년간의 심리상담을 통해 상담자들이 가장 많이 물어온 인생에 관한 스물일곱 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영화'속에서 찾아 주고 있다. 영화와 심리가 함께 어우러지는 스토리텔링은 결코 사그러지는 이야기가 아닌 살아있는 인생으로서  그 안에 우리 인생의 답이 있음을 , 주인공들의 몸짓과 카메라의 여백이 담고 있는 삶의 의미들을 낚아올리고 있다. 결코 풀리지 않을 것 같았던 인생의 숙제를 꼬인 실타래의 실을 풀듯이 술술 풀어놓았다.

 

 

                                                                                  비록 네가 똑똑하지도 정직하지도 않고,

비록 네가 거짓말쟁이고,

이기적이고,

개자식이라도

난 널 미치도록 사랑해.

-밀란 쿤데라,<느림> 중에서-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글쎄, 나에게도 천형과도 같은 세상살이는 여전히  ing이고, 가끔 실도 꼬이고 , 어쩔 땐 사랑이 개자식으로 느껴지며 삶이 비록 '식어가는 연탄재'일지라도, 지금, 여기, 하나뿐인 당신이 있기에, 내 삶은 아름답다고 감히 자위한다. 가끔 안도현 시인의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를 꺼내 읽곤 하는데 안도현의 시는 내가 나이들어 가면서 더욱 숙성되어 가는 깊은 맛들이 느껴진다. 연탄재의  타는 불꽃과 식어버린 연탄, 이토록 명징한 삶의 대비를 이제껏 본 적이 없다. 그래서 함부로 차지 말라는 시인의 진언.  타오를 때 가장 아름다운 불꽃을 낼 수 있는 연탄의 운명과 타오를 때 가장 아름다운 삶은, 소름끼치도록 닮아있다는 사실이 나를 얼마나 견딜 수 없게 하는지 모른다. 아, 지금의 나는 사그러지고 있는 연탄재,  가끔은 이 사실이 미치도록 슬프고 외롭고 삶이 아프지만, 그래도 한때 타올랐던 순간이 있었기에 미치게 고마울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이해하는 중이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내 생의 영화, 감독과 연출, 주인공인 '나'의 영화를 잘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조언이  필요하다. 그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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