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맨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7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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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예측불가능이며 불가항력적인 힘에 의해 움직인다. 그런 삶은 장편의 하드보일드 이야기다. 예고 없는 살인, 예고 없는 이별, 예고 없는 죽음, 불가항력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삶'이라는 룰은 하드보일드 세상이라는 도출물을 남긴다. 하드보일드라는 돋보기로 보는 삶의 잔인함은 북유럽의 스릴러의 특징같다.  하얗게 내리는 눈송이마저도 무자비한 살인도구가 되는 노르웨이의 한적한 마을 오슬로, 눈으로 뒤덮힌 설원에 간헐적 뿌져진 핏방울을 따라가다 보면 깊은 숲속에 덩그마니 눈사람이 만들어져 있다. 여기서 힌트 ! 몸은 눈덩이로 만들어졌지만 머리는 눈이 아니라는 것!

 

 Do you wanna build a snowman?

 

 해리 홀레의 《스노우맨》이 아무리 유명하더라도 읽고 싶지 않았다. 600페이지가 넘는 스릴러라니 !! 대체 누가 이런 책을 읽는다니!! 했기에... 그러나,   해리 홀레 시리즈의 연이은 출간 소식(벌써 두권이 더 나왔다)으로 요 네스뵈에 대해 궁금했다. 뮤지션이자 경제학자이자 저널리스트라는 요 네스뵈, 검색을 해보니 그의 책들은 하나같이 스노우맨보다 두껍다. ^^;; (스노우맨은 착한 책이었다. ㅠㅠ )그리고 하나같이 전작 '스노우맨'을 읽어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강조하는 띠지와 리뷰들 ! 결국 해리 홀레 시리즈의 첫 관문처럼 스노우맨을 읽어야했다. 그런데 의외로 이 작품은 해리 홀레 시리즈의 일곱 번째 작품이다.(전작들은 다른 출판사 출간)

 

첫 눈이 내리는 날, 두명만 걸치면 모두 아는 사람이라는 노르웨이의 자그마한 마을에 유부녀들이 실종되기 시작한다. 평범해 보이는 사건은 해리 홀레 반장 앞으로 온 한통의 편지로 인해 '연쇄살인'이라는 서막을 예고하고 , 축복처럼 내리는 첫눈은 순식간에 살인의 공포를 몰고 오는 눈송이로 변한다. 

 

 1980년 창 너머로 본 엄마의 두 다리 사이로 보이는 젖꼭지 없는 남자의 가슴. 불륜의 장면을 목격한 소년은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됨과 동시에 자신의 병의 근원지를 깨닫게 된다. 불에 달구어 진 인두로 지진 듯 강렬하게 남겨진 엄마의 불륜으로 잉태된 소년은 눈사람처럼 녹아 사라지는 병에 걸린다. 몸이 서서히 굳어져 가며 죽음에 이르는 병, 고통이 찾아올 때 살인은 신기한 진통제가 되며 아픔이 사라졌다.

 

곧 첫눈이 내리고 그가 다시 나타나리라. 눈사람. 그리고 눈사람이 사라질 때 그는 누군가를 데려갈 것이다. 당신이 생각해봐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누가 눈사람을 만들었을까? 누가 눈사람을 만들지?

누가 무리를 낳았지? 눈사람은 모르기 때문이다.

 

 

 

 마른 몸에 근육질 몸매처럼 비대칭적인 남자 해리 형사는 노르웨이에서 유일하게 연쇄살인범을 잡은 형사로 대중적인 인기까지 얻고 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범죄의 그림자에 눌려 질식해가고 있는 중이다. 아파트에 서서히 피어나는 곰팡이처럼 퍼져가는 범죄의 그림자는 해리를 벼랑끝으로 몰고, 해리는 일중독과 알코올 중독에 몸을 맡기고 사랑하는 여인 라켈마저 떠나보낸다. 범죄와 한 몸이 될수록 울퉁불퉁해지는 근육들, 액션만화에서 바로 튀어나온 듯한 느낌의 해리 형사는 비르테 베케르와 쉴비아의 실종사건의 연결점이 '아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  비르테의 아이와 쉴비아의 아이 모두가 의사 '이다르'에게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비밀이 많은 이다르의 주변을 캘수록 이다르가 '스노우맨'이라는 심증은 점점 확증으로 바뀌어간다. 그러나, 이다르는 공개수배령이 떨어지자 마자  컬링 경기장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한 건의 실종 사건이 경찰서에 접수된다.

 

긴박하게 흘러가는 스노우맨 사건은 이다르의 타살과 얽혀 있는 또 한명의 남자 아르베 스퇴브에게로 집중되고 섹스중독자였던 아르베는 파르 증후군이라는 보균자를 가지고 있었다. 병든 정액을 여기저기 뿌려대던 아르베는 실종자였던 여인들과 내연관계에 있었으며 모두 아르베의 아이를 낳았다. 아이들 역시 아르베와 같은 파르 증후군을 앓고 있었으며 이다르에게 비밀리에 치료를 받고 있었다. 사건의 정황들이 공교롭게도 아르베를 '스노우맨'으로 지목하고 있었고 해리를 도와 주던 카트리네 경관은 아르베가 스노우맨이라는 섣부른 판단을 하고는 홀로 아르베를 죽이려 접근한다. 그러나, 이 행동으로 '스노우맨'은 아르베가 아닌 카트리네로 용의자로 지목되고 경찰청에서는 경찰이 용의자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는 사건을 덮으려는데에 정신을 팔고 있었다. 경찰청 내부에서 용의자에 대한 책임여부를 따지며  혼선을 빚는 사이 시간을 벌 수 있었던 '스노우맨'은 마지막 과업을 위하여 발걸음을 디딛고 있었는데 햇빛에 녹아가는 스노우맨처럼 죽어가고 있던 '스노우맨'의 마지막 과업은 바로 해리의 연인 '라켈'을 죽이는 것이었다. 불륜이라는 범죄의 씨앗이라는 공통분모는 자신의 어머니를 시작으로 하여 해리의 연인 라켈의 죽음이라는 각본대로 움직이고 있었는데  해리는 마티아스의 집에 라켈의 원피스를 입은 비르테의 시체를 본 순간 그 사실을 깨닫게 되고...

 

 

살고자 하는 자의 목숨을 빼앗는 것과 죽고자 하는 자에게서

죽음을 빼앗는 것 중에 뭐가 더 나쁜 것 같소?

 

일곱 번째 소설이라 해리 형사가 복잡하게 얽어가는 감정선이 조금은 버거운 느낌이 들기도 하였지만 오랫동안 연쇄살인범과 싸우는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는 고독감이 그다지 무리한 감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연민이 느껴지기도 하였다. 그렇기에 해리가 사랑하는 여인 라켈을 위해  이별하려 하는 모습조차 안타까웠다. 사랑하지만 안정적이고 밝은 성격의 마티아스와 결혼한다고 했을 때 말없이 보내 주려고 한 이유 역시도 자신이 있는 곳에 항상 도사리며 몸을 갉아먹고 있는 범죄의 그림자 때문이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서 죽음도 불사하지만 정착하지 않는 나쁜 남자 해리 홀레. 아이러니한 것은 그와 맞서는 '스노우맨'에게서도 해리와 같은 연민의 연장선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고통스러운 병과 함께 한 죄의 씨앗을 품고 인두로 지진 듯 각인되어 있는 어린 기억의 트라우마는 죽어가는 한 남자의, 녹아내리는 스노우맨의 마지막 몸부림이나 다름없다. 보라 !  하얗게 내리는 눈안에 담겨진 생의 잔인함을 !  스노우맨은 그래서 더 무서운 스릴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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