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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자격 - 내가 제대로 키우고 있는 건가
최효찬.이미미 지음 / 와이즈베리 / 2014년 2월
평점 :
공부교육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우리 아이들에 와서는 프리해졌다. 집안에서 우리 아이들이 막내이고 위의 오빠들과 언니의 시행착오 이후, 가장 좋은 교육이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며칠 전 막내의 유치원 졸업이 우리 집안의 마지막 졸업이었다. 그러고보니 우리 집안의 첫째가 유치원 다닐 때가 기억난다. 그러니까 우리 집안의 첫째-지금의 고등학생-이 유치원 다닐 때만 해도 미술과 피아노, 성악, 선행학습으로 가장 바쁜 나날을 보냈었다. 지금은 어떻게 되었냐고? 당근 공부와 이별했다. 집안의 기둥이었던 장남이 그렇게 공부와 멀어지자, 집안의 기대는 둘째에게로 기울어졌지만, 둘째마저도 공부와 담 쌓고 지낸다. 이어 공부에 대한 미련은 셋째에게로 향했고 다행이 셋째는 공부를 좋아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공부와 이별한 첫째와 둘째는 어렸을 때부터 극성맞을 정도로 영재교육을 시켰던 케이스고 셋째는 고모가 워낙 바뻐 공부 시킬 여력이 없었던 케이스였다. 공부를 무척 중요시하였던 어머니는 위의 전례로 공부에 대한 미련을 버리신 것 같다. 어머니에게는 첫째와 둘째의 실패가 다소 충격으로 남은 듯하다. 나 역시도 아이들에게 공부의 짐을 지우고 싶지 않아 프리한 편이고 아이들이 공부를 재미있어 한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교육' 문제에 관하여 가장 인상적으로 남은 책은 저번 달에 읽었던 세계적인 석학 에제키엘 이매뉴얼의 저서《유대인의 형제교육법》으로 꼽고 싶다. 이 책에서 에제키엘은 유대인이면서 자신만이 아니라 형제들 모두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스스로' 성장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식을 키우면서 내가 느끼는 것도 그와 다르지 않다. 아이들은 스스로 자란다. 부모는 아이에게 더 좋은 미래, 더 좋은 환경, 더 좋은 성적, 더 좋은 학교를 만들어주고 싶은지 모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어떤 미래에서든, 어떤 환경에서든 어떤 성적을 받든 어떤 학교에서든 '스스로' 성장해야 한다는 점이다.
주역에 ‘직방대’ 라는 말이 있다. 자연히, 스스로, 본능적으로 아는 것을 뜻한다. 우리의 삶은 기본적으로 누가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니고, 태어나면서 누구나 삶을 위한 준비가 저절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부모의 자격》은 무한경쟁체제에서 학부모들과 학생들에게 닥친 교육현실을 가감 없이 말해주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학원 선생이기 이전에 학부모로서 현재의 교육환경을 온 몸으로 느끼며 우리나라의 교육 문제에 눈을 뜨게 되었다고 한다. 가치 있는 삶보다는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이 목표인 대한민국의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학부모'라면 꼭 읽어야 하는 책이라 생각된다. 책에서 그리고 있는 사회가 그림에 불과하면 좋겠지만, 엄연한 현실이며 우리가 놓치고 있는 '행복'의 척도가 바로 이 책에 있기 때문이다. 밝고 건강한 사회의 모범이 되어야 할 가정은 부모의 일그러진 욕망으로 인해 어두워져 가고 아이들의 미래를 '돈'과 결부시켜 재능보다는 간판 따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가정의 현주소는 부모와 아이 가슴에 피멍만을 남기는 곳이 되었다. 특목고 현상으로 '일반고 붕괴'라는 후폭풍이 불어오고 , 학교 폭력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는 아이들의 얼룩진 학교생활과 '좋은 엄마 콤플렉스'에 빠져 있던 엄마들의 기대와는 달리 어긋나고 있는 아이들의 현실이, 공부는 잘하지만 꿈은 없는 아이들의 미래를 노크하고 있는 저자의 리얼 스토리는 그저 쓴웃음만 짓게 된다. 저자는 부모와 아이가 모두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부모의 욕망'을 내려놓은 것으로 시작한다고 한다. 너무 많은 것을 부모가 해주려 하지만, 자녀가 '스스로' 성장하는 것을 바라보는 부모가 될 때, 부모로서 자격은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공부가 '성적'이 아닌 삶에서 진정한 의미를 찾기 위해 사색하며 고민하는 하나의 과정이라는 것을 부모가 알려주기 시작할 때가 가정의 참된 역할이라 생각한다. 부모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