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강신주의 다상담. 1: 사랑, 몸, 고독 편 - 사랑, 몸, 고독 편 강신주의 다상담 1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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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이 이렇게 재미있는 학문이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해 주신 분이 바로 강신주 철학자였다. 그분의 책은 '철학시리즈'부터 장자, 김수영, 상처받을 권리, 최신작 '감정수업'까지 하나같이 좋은 책이었고, 시간이 조금 여유로와 진다면 다시 읽고픈 책들이다. [강신주의 다상담] 시리즈가 2권이 완결인 줄 알았는데 최근에 3권이 나오자마자 1,2,3권을 모두 구매하고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강신주가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를 시작으로 벙커특강까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다상담'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각권마다 테마가 있고 테마에 맞추어 강의와 고민, 상담으로 구성되었다. 1권은 <사랑, 몸, 고독>이라는 세 가지 테마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사랑

살아가는데 사랑처럼 광범위하고 정의 불가능한 주제는 없다. 그러나, 반대로 이렇게 광범위하고 정의불가능한 사랑이라는 주제가 한가지로 정의될 수 있다면, 인간의 삶은 너무도 지루하고 고루하여서 삶이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 인간사는 바로 이 사랑이라는 감정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번민과 고통으로 인해 끊임없이 변화하며 성장함으로 삶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의하기 힘든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서 철학자 강신주는 이렇게 말한다.  

 

알랭 바디우라는 철학자가 있어요. 그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해요.

사랑은 둘의 경험이라고요.

 

김수영의 시 <죄와벌>의 첫 구절  '남에게 희생을 당할 만한 충분한 각오를 가진 사람만이 살인을 한다.' 에서 미워하였다고 생각했던 아내를 때릴 때 '타인의 시선'이 , 우산이, 눈에 들어왔던 김수영은 감정-사랑과 미움-이라는 것은 상대외에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때나 생기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아내를 미워할 만큼 사랑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는 이 시를 썼다고 한다. 사랑했다는 아내를 미워해서 아내를 때리지만 그 가운데 마음이 쓰이는 타인의 시선과 , 우산이 눈에 들어오자 자신은 아내를 사랑한 것이 아니었으니 그만큼 미워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자각한 것이다. '남에게 희생을 당할 만한 각오를 가진 사람만이 살인을 할 수 있다, 이말은 남에게 희생을 당할 만한 각오를 가진 사람만이 사랑을 할 수 있다는 뜻의 역설이기도 하다.

 

둘의 경험을 한다는 건, 다른 사람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거예요.

사랑이 둘의 경험이라는 건 엄격한 잣대예요.

 

 

 

 

따라서, 사랑은 서로에게 주인공이 되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서로에게 주인공이 되는 경험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사람이 모든 걸 다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다.

 

 

임창정 주연의 영화 [창수]는 감옥살이 대신해주며  하루살이와 같은 삶을 연명하는 창수(임창정)의 이야기이다. 창수의 삶은 두 번으로 나뉘는데 여자를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뉜다. 여자를 만나기 전에는 목적없이 살았지만, 여자를 만난 후에는 '복수'라는 목적으로 산다. 우연히 만난 여자, 아주 잠깐의 만남이었지만 사랑에 빠진 창수가 여자의 억울한 죽음을 알고는 자신의 전생을 걸어 복수를 하는 모습을 보며  잘 이해하지 못했었다. 단 한번의 만남으로 목숨을 건다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을 뿐더러 창수의 집착이 거의 비정상으로 느껴지기까지 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창수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떠올려보게 되었다. 사랑은 인생에서 단 한번 주인공의 삶을 살게 하는 마취제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할까.  하루살이같은 인생, 내일의 희망이란 없는 삶을 사는 창수에게 사랑은 내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사랑은, 사랑에 빠지면, 자신이 주인공인 생의 영화가 그때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랑 받을까 두려워 시작조차 하지 못하거나 좋아하는 사람이 항상 애인이 있다거나,  15년 연애후 찾아 온 권태기에 이별의 두려움을 가슴에 안은채  고민하고 있다면,  자신을 사랑하며 자신을 주인공을 만들어주는 사랑인지를 생각하라고 한다. 사랑이란, 사랑을 알아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에 빠지면서 상대를 알아가기에 사랑은 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며 이 사랑이라는 강을 건너면 '죽어도 좋을 ' 정도의 행복이 기다리고 있다고......

 

 

 

사랑에는 놀라운 비밀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는 타자를 알아서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에 빠지면서 타자를 알아가게 됩니다. 매우 흥미로운 일 아닌가요? 사랑이 우리 삶에서 가장 결정적인 사건일수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몸
몸이라는 질문은 '성'과 함께 한다. 몸은 우리 삶에서  너무 익숙해서 생각하지 않는 주제이기에  철학적 사유의 빈곤을  느끼게 되는 테마이다. 그래서 강신주 박사의 '몸'에 대한 이야기로 몸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는 시간이 되었다. 그가 말하는 몸에 대한 정의에 대해서는 두고두고 생각 해 볼수 있는 주제라 가장 인상깊은 이야기를 적어놓는다.

 

 몸은 ‘세계와 관계라는 특이한 물질’ 하나하나의 몸은 구별되기에 물질적으로 보이지만, 동시에 몸은 세계와 역동적으로 교감하기에 비물질적이기도 합니다. 몸이 단순히 물질만은 아닙니다. 육체가 세계와 연결된 도구예요. 내가 세계에 나가고 타인과 만나는 것은 정신이 아니라 육체예요.

 

 

 

#고독

가끔씩 사는 것이 힘들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들수록 늙어간다는 두려움과 공허함이  나를 견딜 수 없게 한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총량의 법칙으로 적용되는 고독이다. 그러나, 고독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고독은 어른으로 성장하게 하는 주사기로와 같기도 하며 때론 고독이 삶을 윤택하게 하는 윤활제 역할을 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누구나 고독이라는 울타리에 갇혀있기를 두려워한다. 고독이 세상으로부터의 상실감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독에 대해서 철학자 강신주의 고독에 대한 정의는 아픈 곳을 찌르기도 하며, 고독과 수반되는 감정들을 직시하게 하고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삶을 살라고 조언한다. 자신과의 싸움을 이기고 세계를 향해 몰입할 수 있는 대상을 찾아 내 안의 거울을 깨뜨리라 한다.

 

타인은 절망의 원인이자 동시에 희망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불행의 원인이자 행복의 원인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세계에서 고독해진 것이라면, 세계와의 관계를 통해서 고독이 해소될 수 있는 겁니다. 우리는 넘어진 곳에서만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사랑, 몸, 고독은 세쌍둥이처럼 긴요한 연결성을 가진다.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삶을 체험해야 하며 몸은 정신보다 더 개방적이며 진보적이라는 사실을, 따라서 몸이 항상 먼저 세계에 나아간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고독은 이러한 사랑을 하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관문으로 우리는 고독을 통해 세상을 향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세상으로부터 상처와 불행으로 쫄았던 심장을 다시한번 뛰게 할 수 있는 것은 사랑이며, 슬픔에 넘어져 있다면 , 그것에서부터 다시 시작하자. 단, 쫄지말고 당당하게~!!! 철학자 강신주의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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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7 09: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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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7 09: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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