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십자가 1
김종록 지음 / 김영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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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는 어떤 행위가 종교적이라면 인간 존재의 덧없음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했다. 종교에 대한 여러가지 논의가 있지만, 나는 프로이트의 말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존재의 덧없음을 인정하고 해결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종교이다. 지금의 이 혼란한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기존의 가치관이라던지 과거의 잣대로 판단하려 한다는 것자체가 어리석은지도 모르겠다. 사회는 점점 탈대량화 되어가고 있고  생활양식과 가치관이 지나치게 다변화되며 다원화 되어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는 종교 역시도 새로운 의식변화를 거쳐야 한다.  달라이 라마가 [달라이 라마의 종교를 넘어]에서 말하듯이 ’보편적 도덕으로서의 현세적 접근‘의 종교가 와닿는 이유이다. 《붓다의 십자가》이 책은 종교에 대한 보편성의 접근이라는 점에서 작가의 탁월함이 보이는 책이다. 팔만대장경에서 찾게 된 기독교(경교)의 문구와 십자가라는 종교의 날실과  60년간 고려의 정치사를 좌지우지한 최씨 무신정권이라는 역사의 씨줄을 직조하여 짜낸  역사 추리 소설이다. 

 

 

 

“예수세존은 깨달은 자다. 깨달은 자가 곧 붓다이므로 예수는 붓다다.”

 

고려  몽골침략기, 몽골이 고려를 침입하자 부처의 힘으로 나라를 지키려던 이들에 의해 탄생하게된 팔만대장경을 둘러싼 음모를 파헤치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리고 있다.  몽골의 침략으로 권력자들은 권력자들은 강화도로 도망가고 백성들의 삶은 도탄에 빠져있을 때,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절들은 백성들의 고름을 짜내기 위해 대장경을 재조하는 판각불사를 펼친다. 이때까지 불심이 깊었던 지밀 승정은 판각불사를 맡게 되면서 우연히  경판에 새겨진 불온한 글귀의 출처를 발견하게 되고 (말염회후산일남명위이서 末艶懷後産一男名爲移鼠말염’이 임신 후 사내를 낳고 ‘이서’라 이름 지었다…!” )이를 조사하기 위해  대장경 판각사업의 일등공신이자 진짜 중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김승을 만나기 위해 남해의 각수마을로 떠난다. 그 사이 수백 장의 대장경판이 차례로 도난당하고, 지밀 승정과 동행한 인보 스님 역시 독살 당한다. 정체가 묘연한 김승을 만나기 위해 찾아간 각수 마을은 경교를 믿는 이들의 온상지였고,  사자견을 데리고 다니는 가온과 여옥 사제, 김승으로부터 상상이외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이들은 무신정권이라는 거대한 권력과 싸우는 , 계란으로 바위치는 격일지라도 진리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거대  경교점조직이었던 것이다.

 

 

우리의 역사에 그것도 개화가 되기 훨씬 이전의 고려시대 팔만대장경에 기독교인이 있었으며, 팔만대장경에 기독교의 흔적이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놀라운 역사이야기이다. 몽골의 침략기와 역사의 궤를 같이하여 십자군 전쟁에 관한 소식을 고려인에게 듣는다는 것 또한 놀라운 경험이었다. 

세상을 저주하며 짐승같이 살아오는 동안 나는 진리를 부인해왔다. 하지만 진리가 어디 나 같은 화상이 모독할 만한 그런 것이던가. 미욱하고 탐욕스러운 인간이 실천하지 못해서 문제다. 설령 의도가 순수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결국 남는 건 진리를 찾아가는 모험의 역사, 그 기억들임을 나는 안다. 그렇다면 동기야 어떻든 몽골과의 전쟁중에 다시 새긴 대장경 경판들이야말로 더러운 진흙 밭에서 피어난 연꽃이 아니겠는가. 잿더미 속에서 다시 피어난 불의 연꽃이 아니겠는가.

'지밀 승정' 의 여정은 진리를 찾아가는 모험의 역사이다. 작가는 종교라는 날실과 역사라는 씨줄 사이에 '진리'를 찾아가는 삶의 여정을 끼워 넣음으로서 '참'된 길로 이르는 보편적 도덕으로서의 현세적 종교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지밀 승정의 여정은 결국  삶의 덧없음을 깨닫는 해탈의 길이자 곧 그리스도의 길이다.  역사가 남겨 준 진리의 우물속에서 참된 삶의 가치와 의미를 반추해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며, 우리의 삶에서 종교가 지닌 의미에 대해서  곱씹어 보게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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