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자란 나무. 그 나무들이 성장하는데 거센 바람과 거친 날씨가 없었다면 그 같은 성장이 가능했을까? 벼가 익는 데 호우와 강한 햇살, 태풍과 천둥은 전혀 쓸모 없는 것이었을까?

인생에는 여러가지 악과 독이 존재한다. 그것들은 가급적 없는 편이 나으며, 그러한 환경 속에서 사람은 건전하고 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증오, 질투,아집, 불신,냉담, 탐욕,폭력...... 혹은 모든 의미에서의 불리한 조건과 장애. 이것들은 대개 역겨움과 분노의 씨앗이 되지만 그 모든 것이 전혀 없더라도 강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아니다. 그 같은 악과 독이 존재하기에 사람은 극복할 기회와 힘을 얻고,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만큼 강하게 단련된다. -[니체의 말 중에서]

 

그동안 건강에 너무 자만하고 있었던 것 같다.

전국에 들끓는 바이러스의 창궐을 보면서도 지금의 감기 쯤은 얼마 가지 않아 다 나을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감기는 통상적인 아픔과는 다른, 이제까지 내가 느껴보지 못한 고통을 주고 있다. [28]의 빨간 눈의 괴질마냥 충혈된 눈에 눈물이 시야를 다 가려버려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서류에 오타를 발견하지 못한 채 제출한 서류로 상사에게 정신 얼얼하게 혼나고 나니, 이게 오늘내일 떨어질 감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게 되면서, 감기와 하루 빨리 헤어져야 겠다는 생각으로 병원에 가서 오만원짜리 링겔을 맞았다. 사람들이 조금만 아파도 병원에 가서 링겔 맞고 오는 걸 한때 사치 또는 심신의 허약 탓이라 생각했던 것을 감기에 오지게 걸려 보고서는 새삼 내자신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인지를 깨닫는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센티멘탈해져서는 그동안 사람들을 향한 슬픔, 고통, 아픔, 미움, 비난등을 떠올리며 자책과 획책과 채찍으로 나를 괴롭히고 있다. 육신의 고통은 영혼을 정화하는 기능을 하는 것 같다. 분명 그런 것 같다. 아프니까  본질에 투명하게 다가갈 수 있고, 아프니까 이전에 미처 감사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니체가 악과 독이 강한 인간으로 성장하게 한다고 한 것처럼 아픔은 내면의 나를 두드리며 나를 연단해 가고 있다. 아픔이 지나가기를 기도하며....(2014,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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