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것의 인생 매혹의 요리사 - 파격과 야성의 요리사 열전
후안 모레노 지음, 미르코 탈리에르초 사진, 장혜경 옮김, 박찬일 감수 / 반비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참 재미있는 책을 만났다. 아마도 요리사들의 이야기를 이보다 더 재미있게 쓰기는 힘들 것이라고 장담한다. 저자가 기자출신이라 그런지 모르나, 중간 중간 재치 가득한 글들로 인해 읽다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빵 터지곤 하였다. 먹는다는 것(食)은 인간이 영위하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동시에 기초적인 생활조건이기에 요리사들의 인생보다는 요리사들이 만들어내는 요리에 더 관심이 가는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날 것의 인생 매혹의 요리사》저자는 요리가 아닌 요리사에 관심을 가진다.  후안 모레노는 어느 날, 우연히  ‘모든 요리사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고,  전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요리사를 찾아 세계를 돌아다녔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책에 실린 17인의 요리사는 세계에서 가장 제정신이 아닌 요리사라는 말과 같다. 저자는 이들 모두  ‘순수하게 자기 중심적인 이유로’ 요리이야기가 아닌 '요리사로서의 인생'을 갓 잡아 올린 활어의 싱싱함과 같은 생동감으로 들려주고 있다. 

 

중요한 건 오직 요리사뿐이다.

 

마피아의 추억을 간직한 뉴욕의 라오스 레스토랑은 미대통령조차도 테이블 사용하기 힘든 곳이다. 뉴욕사람들이 라오스의 테이블 사용권을 vip골프 회원권과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라오스 레스토랑의 전통과 함께 깃들어 있는 마피아의 숨결 때문이다. 책에 실려있는 프랭크 사진에서도 마피아의 카리스마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하다.  손목의 금팔찌, 금 커프스 단추, 이니셜이 새겨 진 은 목걸이, 훤칠한 키와 배우같이 생긴 외모에 정장차림은 그가 레스토랑 주인이 아닌 마피아라 해도 믿게 되지 않을까. 내노라 하는 뉴요커들이 라오스 레스토랑의 테이블을 얻기 위해 몇 년을 대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세계의 명물임에는 틀림없다.

 

이어서  소개되는 요리사들은 마피아가 주인인 레스토랑이라는 말보다 더 충격적이고 엽기적이며 드라마틱한 삶의 주인공들이다. 가난하게  태어나 배불리 먹어 본 적이 없는 오톤데 오데라는 인육을 먹는 폭력과 독재의 상징이었던 우간다 대통령 이디 아민의 전속 요리사이다. 독재자의 전속요리사로서의 행운은 잠시, 독재자를 독살하려 했다는 의심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뻔 한 찰나, 부인의 선처로 살아남았지만, 그는 현재 진흙 오두막에서 가난하게 살고 있다. 이어 글을 쓰고 음악을 사랑하는 빈센트 클린크, 첩보 작전을 방불케 하며 수백명의 시위대를 먹여살리고 있는 요리 혁명가 밤 카트는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딴 수재이지만, 스스로 시위대를 위한 음식을 자처하고 있다. 그가 만든 맛대가리 하나 없는 스프는 그나마 배고픈 혁명가들에게는 최고의 만찬이다. 그리고 그는 그것으로 만족한다.  

 

“ 모두가 피델 카스트로가 될 수는 없어요. 감자 껍질을 벗길 사람도 있어야죠.”

 

책 표지 주인공 제라르도 아데소의 이력은 엽기에 가깝기까지 하다. 30년이 넘도록 마약을 하고 에스프레소 먹듯 코카인을 흡입한다. 한번도 요리를 해본 적도 없고 그 흔한 레시피도 없고, 기준도 없다. 모든 것이 그의 손에서 이루어진다. 군대에 가기 싫어 생니를 두개나 뽑고도 군대에 갔다오고 결국 마약사범으로 교도소에 수감된 제리는 요리사 모자와 앞치마를 두르고 수감자들의 식사를 빵칼로 준비한다.  음식에 마리화나와 코카인을 넣고 판매하는 라시드, 맛은 없지만 스페인의 투우꼬리로 스페인에서 대박난 부부요리사, 200명의 사형수에게 마지막 식사를 만들어준 리사 브라이언 프라이스, 사라예보 군인이었던 나하드 마멜레지야, 엄청나게 큰 가슴을 흔들며 요리한 동영상으로 인해 수백만 팬을 거느린 너스 타파까지 이들의 이야기는 글쟁이들의 입담으로 미화되지 않은 채 덧붙이지도 않고 빼지도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인생이야기를 실었다. 어딘지 모르게 비릿함이 느껴지는, 이 날 것의 인생 레시피는 화려한 레시피로 만들어진 완성된 요리와는 다르게 현실감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책에 나오는 요리사들의 사진은 하나같이 멋지지만, 요리사들이 소개해주는 요리들은 이상하게 시선이 가지 않았다. 요리를 보기에는 그들의 인생이야기가 너무 리얼한 탓이다. 다채롭고 화려한 , 너무도 드라마틱한 17가지의 인생 레시피들이 들어 있는 매혹적인 인생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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