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고전 : 한국편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김욱동 지음 / 비채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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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고전, 표지가 봄을 만난 듯 화사하다. 녹색은 가시스펙트럼에서 570~520nm의 색을 말한다. 파랑과 노랑을 섞어야 나오는 색. 아이와 색칠놀이를 하던 중 녹색만들기 숙제가 있어서 녹색을 만들다보니 녹색이 빨주노초파남보의 가시광선 중 흥분된 사람조차도 진정시키는 색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자연하면 녹색의 푸르름이 연상되어 지듯이 환경과 관련된 단체나 구호에는 모두 녹색이 쓰인다. 그녹색에 고전을 붙였다. 《녹색고전》. 환경과 고전, 처음에는 무척이나 안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어가면서 녹색고전의 스펙트럼이 상상외로 광범위한 것을 보고는 작가가 무척이나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녹색고전은 자연과 더불어 살았던 선조들의 지혜를 배우는 인문학과  환경 위기 시대에 실천적인 행동으로서의 생태이상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저자는 오랜 세월 동안 꾸준히 생태문학을 연구하면서 환경보호에 앞장서며 십여 년의 집필 활동의 결실로  ‘환경전도사’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으며 이 책을 통해서도 지구의 생태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고 모두가 동참하는 지구촌이 되길 염원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철학자 슬라예보 지젝은 우리가 두 가지 유토피아의 종말을 겪었다고 하였다. 하나는 현실 사회주의의 종말이고 다른 하나는 자유민주주의의 종말이다. 그리고 이 두가지 종말은 머지않은 미래에 ‘지구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다. 지구의 몰락을 예언하는 디스토피아 영화가 최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도  자본주의의 이면에 깔려있는 지배층과 피지배층이라는 불평등은 현대인들에게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게 하고 시장만능주의의 확산은 불확실한 미래를 향한 두려움으로 디스토피아 영화에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심각한 기후 이상변화로 지구 환경에 위기가 코앞까지 다가와 있음을 깨닫기는 어렵지 않다.  폭우와 대지진, 화산폭발과 같은 이상기후 현상과 자연재해에 혹사당한 미래 지구의 모습은 디스토피아 영화 [일라이]나 [더로드]의 배경으로 대신할 수 있다. 덴젤 워싱턴 주연의 [일라이]영화의 배경은 고작 30년 뒤의 미래 2043년이건만  금보다 비싼 물과 곳곳에 가득한 페허의 흔적들 사이로 휘날리는 먼지 바람과 물기 하나 없는 메마른 땅과 강한 적외선으로 눈조차 뜰 수 없는 지구는  절망 그자체 였다. 우리의 지구, 이대로 가다간 영화속의 지구가 현실이 되는 건 시간문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모든 것이 풍족하고 풍요로운 세계, 단순히 물질적 풍요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풍요로운 세계, 모든 생물이, 아니 무생물마저도 아무런 높낮이가 없이 수평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평등한 세계, 그것이 바로 생태주의에서 추구하는 세계입니다. 이런 이상적인 세계를 ‘에코토피아’라고 부릅니다. 두말할 나위 없이 영어 에콜로지의 첫머리 ‘eco'와 유토피아의 끄트머리 ’topia'를 붙여서 만들어낸 합성어입니다. 우리말로 옮긴다면 ‘생태적 이상사회’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생태적 이상주의를 하루빨리 건설하지 않는 한, 지금 인류가 겪고 있는 생태계 위기나 환경 위기를 극복한다는 것은 한낱 공염불에 지나지 않습니다.

 

책에는 서사무가 <바리공주>와 단군신화와 같은 창세무가, 삼국유사, 원광법사의 <세속오계>와 고려가요 <청산별곡>, 박지원의 한문소설<호질>, 이규보의 <이를 잡다>,<이와 개에 관한 생각> , 송순의 시조 등을 통해서 자연과 더불어 자족하며 살며 아주 작은 것에서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며, 이나 벼룩과 같은 미생물들 마저도 소중한 생명체로 여겼던 선조들의 마음은 저자의 생태학적 사고로 면밀하게 드러나고 ,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영향으로 팽배한  '인간중심주의'로 인하여 지구의 생태계가 파괴되어 왔지만, 이제는 선조들의 '자연중심주의' 사고를 통해 생태계의 회복을 가져와야 한다고 한다.  과학중심주의 사고(데카르트 사고)가  우주의 모든 피조물 중에서 오직 인간만이 도덕과 윤리를 지닌 존재로 인간 중심 주의만을 강조하며 지구의 생태계를 파괴해 왔다면,  우리의 옛 선조들의 자연과 생하며 만물이 생태계 안에서 평등하여 조화롭게 어울려 살아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통해 회복의 길을 걸어야 할 떄이다. 옛 선조들의 '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가 하나같이 옳고 소중하다'는 자연중심 주의관을 바탕으로 지구라는 생태계를 다시 회복해야 한다. '생태계'라는  집에서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식구들로서 만물을 사랑한다면 지구에 닥친 환경 위기는 저절로 치유될 것이다. 

 

사회의 현상들과 종교, 페미니즘, 철학 을 생태 주의로 시선으로 살펴보는 저자의 고전은 새로운 사회학을 보는 듯 신선하고 특별한 고전읽기였다. 고전이 삶에서 지혜를 얻기 위해 읽는 책이라면 녹색고전은 삶에서 실천적인 자세를 알려주는 생태주의이다. 저자는 고전 속에 담긴 선조들의 ' 생태이상주의' 만이 자본주의가 가져온 지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세계적인 석학 제러미 러프킨이  <3차 산업혁명>에서 '분산 자본주의'가 지구의 환경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대안이라 하였던 주장과도 같다. 생태이상주의는  '분산 자본주의'와는 다르지만, 지구 환경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점에서 골자는 같다. 크게 보면 지구 환경을 위해서 저탄소 배출 경제 시스템이 자리 잡아 가야하고 재생 가능 에너지가 도입되어야 하는 경제 모멘텀의 시대라 볼 수도 있고 작게는 우리의 모든 생활이 자연과 공생하는 사고가 가장 필요하다는 희망찬 진언들이다. 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자연주의에 체화될 뿐만 아니라 존재하는 모든 것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자연으로 돌아가 지구를 지킨다는 다소 진부하지만 이 엄연한 진실의 말들은 우리에게 닥친 환경위기를 깨닫기에 충분하다. 아름다운 지구, 에코토피아의 미래를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지구의 환경을 위해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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