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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무화영 1 - 애장판
최수선 지음 / 동아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로맨스소설을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무척 좋아했다. 지금은 인문도서로 독서취향이 바뀌었지만, 바뀌게 된 계기는 로맨스소설의 변질 때문이다 (풉 !!어디까지나 내생각) 장소영이나 한수영의 로맨스소설을 중고서점을 다 뒤져서라도 소장하였었건만, 그것도 다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요즘 나오는 로맨스소설은 시청률제왕처럼 쇼킹하고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많아서 읽기가 꺼려졌다, 로맨스소설만이 가지고 있는 순수한 사랑이야기가 요즘의 로맨스소설은 가지고 있던 순수한 사랑의 환상마저도 조각내주는 기분이 들어 한동안 로맨스소설을 기피해왔던 것 같다. 로맨스소설은 어쨌거나 아름답고 순수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 그러던 중 오래전 운학님이 보내주신 무협로맨스 <천무화영 애장판>이 비닐옷도 벗기지 않은 채 모셔져 있는 걸 보고는 그냥 무작정 읽기 시작했다. 때론 아무 생각없이 읽는 책도 필요한 법이다. 장르자체가 딱 좋아하는 무협로맨스였고 과거 장소영이나 한수영의 연록흔과 쌍벽을 이루는 순수와 순정이 그대로 녹아있는 달달한 로맨스이다. (역시 운학님은 로맨스여왕 !)
이야기를 간략하게 소개하면 천무와 화영의 무협로맨스로 강호 10대 고수중의 하나인 일검(一劍) 진천검에게 우형 유초복이 딸 화영을 위탁하게 되면서 시작되는 화영의 무술입문기이다.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에 아들을 본 유초복은 화영이 유초복의 금화전장을 이어받을 생각은 안하고 뜬금없이 무술을 배우러 간다는 말에 화영이를 잘 달래서 보내라는 서신이었지만 편지를 받은 진천검은 아들 천무에게 화영을 소개시켜주고는 내심 북해빙궁의 얼음조각이나 다름없는 천무가 화영으로 인해 인간다워지길 기대하는 마음이 더 크다. 다행이도 화영이 천무를 보자마자 한눈에 뽕 간 사실을 알고는 더 안도하는데 그러나, 천무는 아버지의 뜬금없는 부탁으로 여제자를 받게 된 것이 그리 달갑지 않을 뿐더러 사제들과 어울려 사고란 사고를 다치고 다니는 화영이 못마땅할 뿐이다.
신검문에는 대사형 방철준과 삐쩍마른 악비군, 동글동글한 얼굴의 조문악, 뚱뚱한 마복삼, 삐쩍 말라서 상처받은 짐승의 눈을 하고 있는 막내 불인까지 천무가 가르치는 다섯제자와 화영으로 인해 조용한 나날이 없으며 얼음처럼 차갑기만 한 천무를 향한 화영의 짝사랑도 어느 덧, 2년이 흘러간다. 그러던 중 화영이 신검문의 맞수이자 호적수인 신도문의 천호와 붙어다니며 천무의 질투심을 자극하자, 감정을 잘 내비치지 않았던 천무에게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게다가 화영이 생매장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북해빙궁인 천무의 감정역시도 폭발하게 된다. 천무와는 대조적으로 바람둥이 캐릭터인 신도문의 천호는 화영을 사이에 두고 연적이기보다 둘의 로맨스에 뿌리는 깨소금과 같은 캐릭터로 극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제자 다섯과 천무, 화영, 천호의 천방지축 각축전이 펼쳐지는 《천무화영》은 그야말로 정통 무협로맨스이다. 요즘 흔하디 흔한 판타지 요소도 거의 없는데다가 아주 익숙한 아날로그적 감성이 살아있는 무협로맨스였다. 화영의 캐릭터가 그야말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발랄하고 명랑하면서도 꼬리 아홉 개 달린 여우이면서도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로운 캐릭터로 과거 로설의 주인공인 연약함의 상징인 순수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천방지축 사고뭉치이지만 사랑스럽고 귀여운 캐릭터이다. 로맨스 소설치고는 상당히 두꺼운 책이라 생각했는데 지루할 틈 없이 전개되는 이야기로 순식간에 다 읽었다. 정통무협 로맨스소설을 좋아한다면, 《천무화영》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 재밌자나, 즐겁자나, 너무 달달해서 짜증나자나 ~ !!
당신이 진정 나를 사랑해 주신다면
치마 걷고 진수라도 건너가거니와
그대가 날 사랑해 주지 않는다면
어찌 다른 좋은 사람이 없을까 보냐
바보 같은 미친 녀석아! 미친 녀석아!
당신이 진정 나를 사랑해 주신다면
치마 걷고 유수라도 건너가거니와
그대가 날 사랑해 주지 않는다면
어찌 다른 좋은 사람이 없을까 보냐
바보 같은 미친 녀석아! 미친 녀석아!
-시경(詩經)정풍(鄭風)건상(蹇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