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시대 리더십으로 본 조선왕 성적표
신동준 지음 / 인간사랑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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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준님의 저서는 즐겨보는 책 가운데 하나이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최고의 난세로 춘추전국시대를 꼽는다. 난세, 이름 그대로 풀이하면 어지러운 세상이지만, 고전 연구가이신  신동준님은 난세를 체제가 변하는 시대로 보았다.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체제가 필요한 시기라는 뜻이다.  춘추전국시대에  봉건체제의 붕괴로 인하여 세상이 어지러웠을 때 중앙집권체제로 변화를 꾀하였듯이, 난세에는 체제의 변화를 격하게 요구되는 시대의 흐름이라 하여도 과하지 않은 표현이다.  한반도는 현재 국내나 국외정세로 보나 혼란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20일 가까이 한중일 삼국이 방공식별구역 논쟁으로 군사적 충돌까지 야기 되었었고, 북한의 실세 숙청으로 시작된 공포정치와 몇 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종북논란, 거기에 여야간의 극심한 대립으로 국정 마비 상태에 서민경제는 파탄나는 작금의 상황은 그야말로 난세라 하여도 무방하다.

 

바야흐로 G2시대 중국과 미국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시대로 《조선왕 성적표》에서는 이러한 난세에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 끼여 한반도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난세일수록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느 때보다  단결이 필요한 시대이며 현명한 리더십이 더욱 요구되는 시기이므로 저자는 조선  왕들의 리더십을 통하여  G2시대 난관타개의 지략으로 삼고자 한다. 저자는 조선의 왕들에게서 리더십을 찾은 이유를 두 가지로 축약한다.

 

첫째, 조선조가 21세기를 사는 한국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왕조이며

둘째, G2시대의 혼란스러움이 조선조 역사에 등장한 왕조교체기의 혼란스러움과 사뭇 닮았다.

 

조선의 역대 왕들을 통해 다양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는데 저자는 크게 명군과 용군, 암군, 세  분류로 나누었다. 난세를 극복하고 강력한 통치 리더십을 발휘한 조선시대 최고의 왕은 태조를 우선적으로 꼽는다. 당시 고려는 5백년 왕업이 지속되는 와중에 국교인 불교가 퇴폐하고, 토지제도의 모순이 심화되고, 북로남왜로 상징되는 외침이 극심했던 까닭에 백성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이성계와 정도전 모두에게 새 왕조의 창건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고려 말의 상황은 누가 뭐라해도  체제의 교체가 시급하던 시기였다. 난세 리더십의 표상으로 태종을 꼽는 이유로 저자는 강력한 왕권을 바탕으로 새 왕조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던 것이 바로 태종에게 여우의 狡智(교지)와 사자의 凶猛(흉맹)과 같은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이다. 태종에 이어 조선조 최고의 명군으로 꼽는 세종은 패도와 왕도를 적절히 섞어 사용하는 독특한 통치력과 더불어 한글 창제라는 위대한 업적 때문이다. 한글창제로서 세종은 실질적인 애민愛民을 이뤘고, 군민합일이라는 위대한 정치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한글은 명실상부한 우리의 가장 큰 문화유산이자 정신적 뿌리이다. 이 업적으로 세종은 최고의 명군에 해당되며 세조는 조선 역대 군주를 통틀어 부국강병책을 가장 강력히 펼친 군왕에 해당된다. 세조에게서 볼 수 있는 뛰어난 리더십은 경연을 없애고 신료들과 함께 문답을 나누는 현실정치를 하였다는 점이다. 신하들과 직접 경전과 역사를 강의한 세조의 리더십은 동양의 전 역사를 통틀어 왕이 신하들에게 친강을 한 왕으로서 세조가 유일무이하다는 점이다. 광해군은 외교 정책에 탁월한 평으로서 명군의 반열에 끼였다.

 

조선조 사대부들에게 성군의 칭송을 받았지만 재평가가 필요한 조선시대 왕은 용군으로 하여, 세종, 정조와 더불어 성종을 꼽았다. 저자는 조선이 패망한 가장 큰 원인으로 왕권국가에서 신권국가로 나아간 데 있다고 보았다. 신권국가로 변질되는 정치의 중심에는 사림 세력의 효시인 김종직으로 보았는데 이 김종직의 출현이 바로 조선조 운명의 변곡점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김종직을 총해하며 도학군주가 되고자 한 성종의 리더십은 문제가 있다고 평가되어 용군으로 분류되었다. 이에 중종 또한 시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시종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여 신권세력에게 휘둘린 용군으로, 재위 46년 동안 시종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신권 세력과의 권력투쟁으로 환국정치를 하였고 결론적으로는 군약신강이라는 부작용을 낳은 숙종 역시도 용군으로 분류하였다. 영조와 정조 역시도 용군에 해당된다. 가장 의아한 부분은 정조였다. 조선에서 가장 뛰어난 업적을 이루어내었고 조선의 르네상스라 칭하는 영,정조 를 용군으로 분류한 이유는 영조는 탕평책의 실책으로, 정조는 신도에 불과하는 ‘쟁지’의 방법으로 군왕의 권위를 강화하고자 하는 우를 범했다는이유이다. 당시 산림의 위세가 급속히 약화되고, 규장각을 통해 배출한 당대 최고의 문신을 친위 세력으로 거느린 자만심이 크게 작용하여 현실정치와 도학에 대한 자신감이 이런 잘못된 노선을 선택케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라를 위기와 혼란에 빠트린 조선시대 최악의 왕 암군으로는 선조, 인조, 고종을 꼽았다. (이유는 안봐도^^)

 

 

 

 

 

“조선의 백성 중 상인이 가장 천한 직업이기는 하나 그들이 없으면 온갖 재화가 통할 수 없다. 상업을 폐지할 수 없는 이유이다. 재물이 백성에게 축적된 뒤에야 비로소 국가 재정도 풍족해질 수 있다.”

 

 

《조선왕 성적표》는 다른 어떠한 것보다 군신합의에 의한 리더십에 더욱 비중을 많이 두었다.  저자가 말하였듯이 G2, 우리에게는 난세인 작금의 시대에 위기를 타구할 지략으로서의 리더십이다. 저자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보다 더 훌륭하다하는  ‘재물이 백성에게 축적된 뒤에야 비로소 국가 재정도 풍족해진다’는 경제와 정치의 합일을 얼마나 잘 이루었느냐가  명군의 반열임을 말한다. 민생의 실패가 곧 시장의 실패를 의미하며, 이것은 결정적으로 정치의 실패로 이어진다.  군주가 아무리 훌륭하여도 나랏일을 혼자 할 수 없는 것처럼 백성의 삶이 먼저이다. 군신간의 합의를 이룬 왕들은 명군의 반열에, 나라는 부국강병을 이루었지만, 당쟁으로 얼룩진 정치를 하였던 왕들은 용군으로, 백성과 신하 모두에게 신임을 잃은 왕은 암군으로 평가되었다. 이는 현재의 정치와도 연결되어져 민생의 실패가 무엇을 말하는 지를 잘 비춰주고 있는 정치의 명심보감이라 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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