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연애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8
마키 사쓰지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12월 크리스마스 축제가 시작되었다. 계속되는 연말모임으로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정신이 저멀리 가출하였는지 차분하게 책을 읽지 못하고 있다. 크리스마스축제의 산만한 분위기에 전이되어 마음만 괜시리 풍선처럼 부풀어 가라앉히질 못할 때는 추리소설이 딱이다 ~ 라며 손에 집어든 책 《완전연애》는 올해 초 읽었던  다카노 가즈야키의 《제노사이드》의 경탄과 쌍벽을 이룬다. ^^ 역시 일본 추리소설은 타의추종을 불허하는군. 이 작가는 독특하게도 필명이 따로 있음에도 이름을 바꿔 《완전연애》를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 작품은 2009년 제9회 본격미스터리대상 수상을 하고 같은 해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3위에 오르기까지 하였다.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가의 초특급 미스터리

궁극의 연애소설과 본격 미스터리의 장중한 태피스트리

제9회 본격미스터리대상 수상작

 

일본이 태평양전쟁에 참패하면서 패전국가로서 몸살을 앓던 쇼와 23년이 주인공의 삶과 함께 시작된다. 눈앞에서 부모님이 타죽는 광경을 본 기와무는 후쿠시마의 작은 온천마을에서 여관을 운영하는 큰아버지 집에 몸을 위탁한다.(어렸을 적 기억인 다른 형제 미짱과 무짱의 대화는 후에 일어날 사건의 복선을 암시한다.) 같은 시기, 시골의 유서깊은 가문이었던  큰아버지의 여관 별채에는 도쿄의 유명한 화가 고보토케가 묵고 있었는데 큰아버지 집에서 여관일을 도와주던 기와무는 아버지 고보토케를 찾아온 딸 도모네를 만나자마자 사랑에 빠진다. 도모네는  기와무 평생의 사랑이자 혼자 한 사랑, 이름하여 완전연애의 대상이다. 그런 기와무를 사랑하는 또 한 여인 마쓰와 온천 마을에 유일한 의사 야마기시의  운명은 씨실과 날실로 촘촘하게 얽혀가며 서로 다른 사랑을 직조한다.

 

사건 하나,

그러나, 도쿄에서 온 도모네는 전쟁중의 혈기왕성한 남자들의 좋은 표적이었고, 패전중인 일본에 미군들이 상주하게 되면서 가타나카케 온천 여관을 미군장교들에게 개방한다.  미군 장교들에게 일본 처녀들은 단연 제물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고 그런 도모네를 보는 기와무의 마음은 좌불안석이다. 그중 가장 난폭하고 안하무인인 양성애자 제이크는 도모네를 겁탈할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취기에 오른 제이크에게 성폭행 당하려던 순간 의사 야마기시의 지략으로 위기를 모면하게 된 후 , 아홉 달이 지난 어느 날, 제이크 대위가 강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다. 제이크의 죽음은 제이크의 상사 메리에 의해 미군의 싸움으로 묻히게 되지만, 도모네의 제이크 살해장면을 본 기와무는 도모네를 위해 스스로 살인현장을 은폐한다. 이후,  혼조 기와무와 여인은 생애 단 하룻밤을 보내고, 이 하룻밤은 이들의 운명을 결정짓게 만드는 밤이 된다.

 

사건 둘,

꿈과 같은 첫 날밤 이후, 신흥졸부 마카리 가문으로 도모네를 어처구니 없이 떠나보낸 기와무는 빚이 많았던 아버지를 대신하여 팔려가는 도모네를 잡지 못하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반드시 도모네를 다시 찾아오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큰아버지의 실수로 여관에 큰불이 나면서 여관은 전소되고 여관식구들은 모두 뿔뿔히 흩어지게 된다. 그림에 남다른 재능이 있었던 기와무는 도모네의 아버지 고보토케 화백에게 몸을 위탁하게 된다. 고보토케의 시중을 들면서 간간히 도모네의 소식을 접하던 중, 도모네가 딸을 낳았고, 남편 마카리가 무정자증이라는 사실을 전해듣게 된다.이에 기와무는 도모네의 딸 히나가 자신의 아이라고 확신하고 도모네와 히나를 찾으려면 '힘'을 얻어야 한다며 성공을 다짐한다. 스승 고보토케로부터 화가 '나기라 다다스'라는 이름을 얻으며 화단에 명성을 얻게 되지만, 도모네가 병으로 죽고, 마카리 가문의 오랜 앙숙인 아사누마 히로유코의 '히나' 살인예고가 텔레비전으로 생중계 된다. 자신의 딸일지도 모르는 히나를 지키기 위해 오키나와까지 날아가지만, 기와무의 코앞에서 예고된 시간과 예고된 방법으로 아사누마가 쓰여져 있는 칼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히나가 죽으면서 도모네와의 인연이 끊어진 듯 보이지만, 히나의 딸 다마미를 온천마을의 유일한 의사였던 야마기시가 키우고 있었다.)

소년은 그런 비겁한 자신을 증오했다.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의 책장에 무샤노코지 시네아쓰의 희곡을 읽었다, 착하고 힘없는 주인공이 자신이 여동생도 구할 수 없음을 깨닫고 창자에서 쥐어짜낸 신음으로 토해냈던 마지막 대사 ‘나는 힘을 원한다.’

사건 셋, 

하나 뿐인 딸 히나를 눈앞에서 잃고 사랑하는 여인 도모네를 가슴에 묻은 채 마카리를 향한 복수심을 불태우던 기와무의 모든 것을 옆에서 보고 자란 청년 미와쿠는 기와무에게 가족 이상의 존재가 되어주고 기와무는 아들처럼 미와쿠를, 미와쿠는 아버지처럼 기와무를 따른다. 기와무가 죽을 때까지 몰랐던 이름 KIWAMU를 거꾸로 한 MIWAKU 미와쿠라는 사실을 죽을때까지 눈치채지 못했던 아버지 기와무를 원망조차 하지 않은채 말이다. 장장 사십 년에 걸친 복수는 마카리 유마가 늪에 빠져 숨지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막을 내린다.  마카리에게 살인동기가 명확했던 기와무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지만, 기와무에게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었다. 유일하게 기와무에게 있었던 하트 모양의 반점을 사건이 벌어진 시간에 목욕하는 기와무의 반점을 보았다는 가정부의 진술로 인해 세 번째 사건 역시 미궁으로 남게 된다. 

 

 사랑하는 이에게만 사랑인 완전연애라는 감정, 내가 사랑하는 감정을 아무도 모를 때, 더군다나 상대가 전혀 나의 감정을 눈치채지 못할 때, 우리는 대부분 짝사랑이라고 한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응답하라 1994'에서 '짝사랑을 확실히 끝내는 방법은 고백하는 것이다.' 라는 말을 한다. 사랑이란, 두 사람이 만나서 하는 것, 그렇기에 내가 하는 사랑을 상대가 눈치채지 못했을 때는 아무 것도 아닌 감정이 완전연애의 숨은 뜻이 아닐까. 더군다나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연인이라면, 더욱더  《완전연애》는 이렇듯 서로 다른 연인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면서 꼬여버린 실타래를 한 타래씩 풀어놓는다. 그 실타래 안에는 삼대를 걸친 대장정의 사랑의 서사시가, 단 하룻밤만으로 평생을 산 한 여인의 절규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아들의 설움이 메아리 친다. 그런데 이들은 정말 사랑이란 것을 한 것일까?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잖,아,요,

 

로맨스와 미스터리가 참 멋지게 어우러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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