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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생활의 비밀 - 그들은 왜 나를 수집하는가?
김주완.이승우.임원기 지음 / 거름 / 2013년 11월
평점 :
《대한민국 사생활의 비밀》이 책을 읽으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전과 후의 생활패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전에는 시간 날때마다 무언가를 끄적거리거나, 심심하면 책을 읽곤 하였는데 지금은 시간적 여유가 조금만 생겨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게 된다. 블로그를 시작하여 페이스북, 트윗, 카카오톡과 최근 시작한 카카오스토리까지 개인사를 시도때도 없이 공개하다 보니, 나의 사생활에 대한 고민은커녕 오히려 사생활 공개를 당연시 생각하고 있더랬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나는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을때도 사전보다는 스마트폰을 애용하고 있고 , 친구들이 보고 싶을 때조차 문자나 카톡을 한다. 매일 저녁 가족을 위한 요리정보까지도 모두 스마트폰에 의지하고 있다. 점점 생활의 모든 부분을 스마트폰에 의지하다보니 스마트폰 중독이라는 말이 다른 이를 말하는 줄 알았는데 아닌게 아니라 바로 나였다. 하지만, 알면서도 끊지 못하는 것은 스마트폰의 어마어마한 정보력과 생활의 편리에 이미 잠식되었기 때문이다.
들뢰즈는 현대사회를 통제(훈육)사회에서 '관리사회'로 전환하고 있다고 진단하였다. 관리사회에서는 감금이 아니라 끊임없는 관리와 실시간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으로 움직여진다. 정보 통신의 눈부신 발달 이면에는 이러한 '관리사회'라는 거대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최근 이러한 이면들을 낱낱이 고발하는 영화들이 부쩍 늘었다. 윌 스미스 주연의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에서는 국가안보국이 한 개인을 첨단 도청장치와 위성추적기로 쫓는 장면이 나온다. 신용카드는 말할 것도 없고, CCTV, 휴대폰, 인공위성까지 총동원하여 윌스미스를 쫓는데 정보통신의 위력과 동시에 국가안보 앞에서 개인의 사생활침해는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으로는 정보기술 발달이 개인에게는 얼마나 소름끼치도록 무서운 일인지를 깨닫게 하였다. 국가의 안보라는 명목하에 개인의 희생은 헌신짝처럼 버려지며, 개인의 정보를 유린하는 정보통신앞에 개인의 자유란 존중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덴젤 워싱턴 주연의 <데자뷰>역시도 7개의 인공위성 ‘시간의 창’으로 시간을 조정하며 개인의 시간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사회를 재현하고 있다. 이렇게 국가 안보나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개인의 사생활은 이제 '보호‘가 아닌 ’관리‘ 체제에 놓여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톰 크루즈 주연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역시도 최첨단 치안 시스템으로 범죄 예방이라는 명목으로 개인의 사생활은 여지없이 침해된다. 전형적인 관리사회의 표상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자연적으로 관리사회가 되면서 더욱 큰 문제는 우리들이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의 관리사회의 실체는 추상적 파놉티콘(모두 다 본다)을 적절히 관리함으로써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디지털 파놉티콘에 갇혀 있다. 빅데이터 시대에는 당신에 관한 수많은 정보가 영원히 남게 돼 후세가 당신을 어떻게 평가할지 두려워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빅데이터를 유용하게 활용하려면 원형 감옥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한 남자가, 휴대폰을 개통하는 조건으로 현금을 받았다. 몇 개월 후 이 남자는 자살을 했다. 남자의 명의로 수천만원이 대출되었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 눈덩이처럼 커져버린 빚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에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었다. 이러한 피해를 입은 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개인 정보의 피해는 아무런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름하여 빅데이터 시대, 누군가가 마음만 먹는다면, 개인의 신상 정보파악은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된 세상에 피해자는 나나 내 이웃이 될 수 도 있는 일이다. 하루에 수도 없이 보험상담 전화를 받는 나로서도 도대체 내 신상정보를 어디서 어떻게 알아내었는지 궁금할 때가 많다. 《대한민국 사생활의 비밀》저자들은 우리 사회가 이미 제러미 벤담이 고안한 파놉티콘이 현대에 와서 완벽하게 구현되고 있으며 더욱 큰 문제는 과거에 국가만이 이런 사생활의 침해자였다면, 현재는 돈이나 기술있는 개인이나 기업까지 확대가 되어 ‘현대판 파놉티콘의 설계자’ 가 되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즉 만인 대 만인의 사생활 침해 전쟁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이 이 책《대한민국 사생활의 비밀》공저자들의 판단이다. 또한 저자들은 자신의 사생활의 노출에 사람들이 무감각해지고 SNS의 발달로 사생활을 드러내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제기한다. 민주주의 사회가 지향하고 있는 ‘사생활의 자유의 비밀에 대한 보호’가 전혀 보장되지 않고 천편일률적인 사고를 강요당하게 된다면 우리에게 자유는 남아있지 않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파놉티콘’에 사생활은 없다!
나는 우리의 사회적 관계망으로 이루어져 있는 네트워크가 삶의 근간으로 자리잡고 있는 이 시점에 인터넷 사용은 불가피하다고 보며, 빅데이터의 위험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함을 인정한다. 그렇다고 디지털문맹을 자초하며 살아갈 자신이 없기에 스스로가 정보를 지키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정보기술의 기하급수적인 발달이 주는 폐해에 그 어느때보다도 지혜가 필요한 시대임을 공감한다. 그리고 그것은 '관리사회'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숙제임을 인지하여야 한다. 그 어느때보다도 정보가 넘쳐나지만, 그와 똑같이 쓰레기 정보도 넘쳐난다. 그 안에서 네트워크에 종속되지 않으려면 이용자 개개인에게 다른 어느 때보다 변별력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디지털의 피해는 고스란히 사용자 개인에게 떠넘겨지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술의 발전과 네트워크의 강화속에 기술의 발달이 우리를 잠식하기 전에 우리의 사생활을 지킬 수 있는 사회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바로 이 부분이 저자들이 주장하는 골자이다. 디지털 발달의 어두운 이면들을 통하여 사생활의 침해에 대한 명암을 구분할 수 있는 변별력을 길러줄 책이라 확신한다. 나 역시도 내가 너무도 무감각하게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