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충성 - 충성과 배신의 딜레마
에릭 펠턴 지음, 윤영삼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충성이라 하면 상명하복이 분명한 시대에만 존재하는 복종 또는 굴종의 이미지가 강하다.  군주에게 절대복종만이 미덕이었던 시대의 언어로만 여겼던 '충성'은  지금 이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처럼 들린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믿음'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당신에게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라고 하지 않는 이유이다. 아무래도 충성이라는 단어에는 그 자체로 상대에게 종속된다는 것을 선포하는 의미가 강하기 때문이다.  동서양 역사를 통털어 전쟁과 살육전이라는 난세의 최고봉은 아무래도 춘추전국시대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영웅은 난세에 탄생한다. 이때 탄생한 영웅들은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에게 충성을 맹세하였으며, 배신을 밥 먹듯이 하는 인간들을 간신배와 불명예라는 이름으로 단죄하였다. 아마도 난세에 영웅을 구별하는 방법은 충성으로 판단 되어진다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유비와 조조가 21세기에도 영웅으로 회자되는 것은 우리는 모두 그들에게서 충성을 보기 때문이다. 이렇듯 충성은 영웅이 갖추어야 할 덕목 중 그 어떤 덕목보다 우선되는 덕목이다. 그러나, 현재에 들어서 충성이란 의미는 복종이란 의미외에 더 광범위하게 쓰인다. 과거 충성이 군신간의 복종과도 같은 종속관계를 의미하였다면 현재에 이르러서는 충성의 의미도 조금은 다르게 변화되었다. 사람과 사람사이 신뢰가 점점 떨어지고 있는 작금의 시대에 충성이란 어쩌면 공허한 메아리가 아닐까.  이 책 위험한 충성》에서는  그러한 충성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과 재미있는 탐구가 펼쳐진다. 

 

 

 

저자는 충성이 우리의 삶을 이루는 근본 덕목임에도 현대에 이르러 진부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에 대하여 바른 인식을 심어 주기 위해 이 책을 집필하였다고 한다. 충성이란 우리 삶을 이루는 근간의 모든 중심에 있다. 충성이 있기에 진실된 사랑이 존재할 수 있으며, 충성이 있기에 참된 친구를 얻을 수 있다. 불행한 일에 닥쳤을 때 배신하지 않는 친구야 말로 참된 친구이며 , 세상의 모든 충성에는 윤리적 충동과 혼란이 항상 수반된다고 한다. 그렇기에 충성에 수반되는 많은 도덕적 딜레마 또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전장에서 자신을 위해 목숨을 바쳐줄 전우가 없거나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바칠 만큼 소중한 전우가 없는 사람은, 살아 있다고 할 수 없다. 저주받은 운명이다.

 

저자는 충성이 삶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쉬운 예로 1953년 피트 스코닝이  k2에서 밧줄 하나로 등반대원들을 살린 일화를 들고 있다. 모두가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등반대원들 간에 형성된  믿음과 신뢰로 이들은 모두 생명生命을 얻었지만 반대로 동료간에 믿음과 신뢰가 형성되지 않았던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등반대원들은 모두 최고의 장비를 갖추고도 모두 사망死忘 하였다. 저자는 이들의 생과 사를 가르는 극명한 차이는 바로 충성의 차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동료들간의 유대감- 집단이나 동료간에 형성되는 충성, 서로간의 신뢰-는 자신과 다른 사람을 묶어주는 '생명의 밧줄'이다.

 

집단에 대한 충성도가 이데올로기보다 두 배 더 중요하고, 리더십보다 여섯 배 더 중요하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충성에는 수많은 도덕적 갈등이 따른다는 점이다. 가장 쉬운 예로 가족에 대한 충성은 사회나 공동체 삶의 또다른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가족간의 충성이 미덕으로 보여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윤리학자들에게는 바람직하지 않은 덕목으로 여기는 자기중심주의중 하나로 취급되기 한다. 가족에 대한 충성이 언제나 다른 가치에 헌신하는 것을 방해하고 플라톤은 가족에 대한 충성이 자신이 꿈꾼 이상적인 공화국을 위협한다고 지적하였고, 정의사회 실현앞에서 가족의 충성은 늘 갈등을 유발한다. 과거 이데올로기의 대립이나 국가간의 충돌에서 가족에 대한 핍박을 먼저 한 이유도 이러한 이유이다. 이렇게 가족에 대한 충성은 국가와 대의에 대한 충성을 뒷받침하고 촉진하면서도, 여전히 거대한 사회적 의무와 대립할 수 있는 상태가 되기도 하며, 이러한 충성의 메커니즘은 사랑에도 같다. 사랑은 나의 삶과 미래를 타인에게 의지할 수 있다는 믿음을 근거로 하기에 사랑하는 사람과 나를 묶어주는 것은 바로 충성이라는 끈이다. 충성의 유대없이는 부부간의 사랑도 존재할 수 없음이다.

 

이렇듯 이 책은 충성이 삶에 미치는 모든 부분들, 가족과 사랑하는 관계, 친구, 기업, 정치세계, 국가까지 전방위적인 사고를 유추하고 있다. 과거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초개처럼 버렸던 사람을 우린 영웅이라 한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존재하는 충성이란 그 어떤 것보다 위대하고 아름다운 믿음이다. 일화와 같이 설명되어져 지루할 틈 없이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혀지는 책이었다. 충성이라는 덕목이 우리 삶의 근간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며,  사람 人자에서 사람과 사람사이를 (人) 지탱해주고 있던 것이 사람이 아니라, 충성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으로 리뷰를 마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