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의 배에 당신에게 꼭 필요한 것만 간단하게 실어둡시다.
될 수 있으면 당신의 배를 가볍게 만듭시다. 아주 편안한 가정과 간단한 오락,
한두 명의 소중한 친구들,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당신을 사랑해주는 사람,
한 마리의 고양이와 강아지, 그리고 한두 개 정도의 담배 파이프.
넉넉한 음식과 옷, 그리고 갈증은 위험하므로 아주 충분하고도 남을 만큼의 물을 갖추어.
-제롬 클라프카 제모

사람들의 다른 취향과 생활 방식을 살아보는 것이 이번 여행의 방식이다. 나는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의 채에 거르지 않고 그 다름을 그저 살아보았다. 그러다 보면 한두 가지쯤은 내 삶에 적용하고 싶은 것을 만나게 마련이었다. 그렇게 나는 삶의 지혜들을, 색채들을, 맛을 내 안에 담아나갔다.
여행을 하면서 배우게 되는 것은 다르게 생각하는 법이다. 진리는 하나뿐이라고 배우는 좁은 사회에 갇혀 살다 길을 나서면 모든 사람이 각자 다른 생각을 갖고 자신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조금은 더 많은 선택의 여지를 갖기도 하고, 나에게 맞는 방식을 스스로 만들어갈 힘을 얻기도 한다. 길에서 배운 또 하나의 사실은 옳고 그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좋다 싫다라는 선택이 있을 뿐이며, 진리라는 것이 반드시 단 하나가 아니라 여럿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한 깨달음은 나의 잣대로 쉽사리 타인을 판단하지 않게 해주었다. 그 역시 분명 그만의 진실을 향해 온 마음을 다해 살고 있는 것일 테니까.
모든 선실에는 엄격한 질서가 지배하고 있었다.
선원들은 -내가 기숙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했던 것처럼-
자기 자신과 가장 내적인 감정을 위해서는 단지 몇 세제곱미터밖에 주어지지 않으며,
이 사적인 공간은 사방팔방에서 생겨나는 부패와 파괴, 압력에 굴복하지 않기 위해서
가장 혹독한 규율에 따라 관리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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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위에서는 자신의 궤적과 끊임없이 마주치게 된다. 인생에서 그런 것처럼.
-페터 회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생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는 향기가 나곤 한다.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 이름 없는 농부일지라도, 그는 어떤 화려한 옷을 입은 사람보다 아름다웠다. 여행을 하면서 종종 나의 마음을 끄는 것은 다름 아닌 노인들이었다. 살아온 삶이 고스란히 내어 비치는 나이의 그들. 고비 없는 삶이란 없는지라 아마도 다들 이러저러한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왔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처럼 어렵사리 고결한 마음을 지켜낸 이들은 잠시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나의 마음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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