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기요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 모양이다. 완전히 사랑에 빠져 있음에 틀림없다. 원래 지체 있는 가문 사람이라 하더라도 교육을 받지 못한 할멈이라 어쩔 수가 없다. 단지 이것만이 아니다.호의적인 눈은 무서운 것이다. 기요는 내가 장래에 출세하여 훌륭한 사람이 될 거라 굳게 믿고 있다.이런 할멈이고 보니 당해낼 재간이 없다.
어떤 곳이고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통 아는 바가 없다. 몰라도 난처하지 않다. 걱정도 되지 않는다. 그저 갈 뿐이다. 그렇지만 다소 성가시기는 했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나는 울지 않았다. 하지만 하마터면 울 뻔했다. 기차가 어느 정도 움직이고 나서, 이젠 괜찮겠지, 하고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돌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기요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어쩐지 무척 작아 보였다.
나중에 들으니 이 남자는 일 년 내내 빨간색 셔츠를 입고 있다. 묘한 병도 다 있다. 본인 설명에 따르면 빨간색은 몸에 좋아 건강을 위해 일부러 맞춰 입는다고 한다. 쓸데없는 걱정이다.(문학사선생)
그 뒤로 창백하고 오동통한 사람을 보면 반드시 끝물호박을 먹은 탓이라고 생각했다. 이 영어 선생도 분명 끝물호박만 먹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끝물호박이라는 게 어떤 건지 나는 아직도 모른다.
뭐가 아하하하냐. 예의도 모르는 이런 작자한테 누가 놀러 간단 말이냐. 나는 이때부터 이 밤송이에게 산미치광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수학선생)
쉴 새 없이 이렇게 늘어놓는 걸 보면 꽤나 붙임성 좋은 노인네다. 미술 선생은 완전히 광대풍이다. 하늘하늘한 비단 하오리를 입고 부채를 접었다 폈다 하면서 말했다.(알랑쇠)
앞에서 말한 대로 나는 그다지 배짱이 두둑한 사람은 아니지만 단념은 굉장히 빠른 사람이다. 이 학교에서 잘 안 되면 곧바로 어딘가 다른 곳으로 갈 각오를 하고 있었기에 너구리도 빨간 셔츠도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런 마당이니 교실의 코흘리개들에게 아양을 떨거나 입발림 소리를 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세상 사람들 대부분은 나빠지는 일을 장려하고 있는 것 같다. 나빠지지 않으면 사회에서 성공하지 못한다고 굳게 믿고 있는 듯하다. 간혹 정직하고 순수한 사람을 보면, 도련님이라는 둥 애송이라는 둥 트집을 잡아 경멸한다.
사람은 대나무처럼 곧지 않으면 미덥지 못하다. 올곧은 사람과는 싸움을 해도 기분이 좋다.
빨간 셔츠는 등불을 앞으로 내밀며 안쪽에서 내 얼굴을 바라보았는데, 순간적으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 세상에 월급을 올려준다는데 거절하는 놈이 다 있나 싶어 의아한 것인지, 설사 그렇더라도 이렇게 금방 다시 돌아와 싫다고 할 것까지 있나 싶어 기가 막혔는지, 아니면 둘 다였는지 아무튼 이상한 입 모양을 한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빨간셔츠, 묘한 걸 붙잡고 추근추근 몰아붙인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부터 빨간 셔츠는 어쩐지 주는 것 없이 미웠다. 한때는 친절하고 여자 같은 남자라고 고쳐 생각했지만, 그게 친절도 뭐도 아닌 것 같아 오히려 싫어졌다.
가이오쿠라는 유명한 서예가가 쓴 글씨를 보고 "왜 저렇게 못쓴 글씨를 요란하게 걸어두었을까요?"
이런 거짓말로 송별회를 열면서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저도 사표를 내겠습니다. 훗타 선생 혼자만 사직하게 만들면 제가 편안하게 머물러 있을 거라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그런 몰인정한 짓은 할 수 없습니다."
"이력 같은 거야 아무래도 좋습니다. 이력보다 의리가 더 중요합니다."
"그 녀석도 바보 같은 놈과 닮았어요. 그 바보 같은 놈은 의협심 있는 도련님이라 귀염성은 있더라구요,"
나는 계란을 먹으려고 샀지 내던지려고 소매 안에 넣어 온 게 아니었다. 단지 홧김에 나도 모르게 그만 던져버린 것이다. 하지만 알랑쇠가 엉덩방아를 찧는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내가 한 행동이 성공한 것을 알았다.
"도련님, 제가 죽거든 제발 도련님네 묘가 있는 절에 묻어주세요. 무덤 속에서 도련님이 오시는 걸 기다리고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