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이야기 2 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2
김명호 지음 / 한길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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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은 서태후와 위안스카이, 청의 마지막 황제 선통제(푸이)의 이야기로 끝맺었다. 2권의 이야기는 1권보다 역사의 스펙트럼이 더 넓어진 느낌이다. 1권이 문화대혁명 중심이었다면 2권은 시안사변과 항일전쟁을 거쳐  중화인민공화국수립 직전까지의 혁명가들의 삶과 사랑을 담았다. 이제까지 우리의 역사는 정치와 경제 중심으로 인간의 삶을 담았지만, 역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인간의 권력과 탐욕 안에 인간의 정치와 경제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보게 되는 색다른 역사서이다.  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1949)하기까지 수많은 전쟁을 치러야했다. 대내적으로는 장제스와 장쉐랑이라는 국민당과 공산당의 대립과 대외적으로는 일본과의 전쟁과 해방전쟁 시기를 거치면서 수많은 비밀결사와 범죄 집단의 명멸을 거쳤다. 2권에서는 바로 이러한 인간의 삶과 얽혀있는 전쟁의 숨은 비사(秘史)를 공개하고 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그 중 중화민국 임시총통이자, 비밀정치결사조직인 '중화혁명당' 결성한 쑨원의 이야기는 중국의 21세기의 '신중화제국'의 초석이 어떻게 다져지게 되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혁명가의 일화라는 점을 가장 인상깊게 느껴졌다. 한 가지 놀라운 것은 중국의 혁명가들 모두가  어마어마한 독서광이라는 부분이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쑨원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독서광은 이들 혁명가 앞에서는 얼굴도 못 들지 싶다. 쑨원의 일화를 한 부분 소개한다면 쑨원은  출생과 이력부터 예사롭지 않은데,  총망받는 젊은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독서할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의사를 때려 친 적도 있고 ,  밥 사먹는 돈이 아까워 매번 끼니를 굶자 , 유학생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한끼라도 제대로 된 밥을 사먹으라 준 돈으로 루소와 프랭클린의 자전과 같은 책을 사고 남는 돈으로 딱딱한 빵을 먹고는 '독서가 밥보다 중요하다'고 할 정도였다고 한다. 죽어가면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는 쑨원의 일화를 통해서 중국의 혁명의 동력이 바로 책이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다.

 

1권에서 잠깐 ‘시난연합대학’의 이야기에 등장하였던 선충원의 일화가 2권에서는 비교적 자세하게 나와있는데 선충원이 군대에서 찰스 디킨스의 전집을 읽고 작가가 되기 위해 군복을 벗고 <성경>과 <사기>만을 들고 무작정 베이징에 와서 위다푸에게 글을 보여준 뒤 문단에 등단하게 된 일화는 중국인들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애정도 상당했음을 볼 수 있었다. 서정시인 쉬즈므의 도움으로 소설가가 되었지만, 당시 시대의 분위기에서 선충원이 쓴 글은 모두 금서가 되었다. 그러나, 그가 조금만 더 살았다면 모옌보다도 먼저 노벨문학상 수상을 했을 것이라는 심사위원들의 평으로 그의 문학은 다시 주목받게 되었다. 선충원은 살았을 당시에는 굶주림과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였지만, 죽고나서야 전통적인 시골 사람의 눈으로 중국과 인간과 자연을 노래한 작가로 역사의 별이 되었다. 그래서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긴 것이다.  

 

 

2권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인물은 펑더화이로 열여덟 살 때 군문에 들어와 장정과 항일전쟁, 국.공전쟁, 한국전쟁을 거치며 33년간 전쟁터를 누빈 ‘전신戰神’이나 다름없었지만, 권위앞에서는 전신의 마지막도 초개와 다름이 없음을 보게 된다. 솔직하고 직설적이며 감정을 잘 숨기지 못했던 펑더화이는 모두가 쉬쉬하는 대약진운동의 실패를 마오앞에서 신랄하게 비판한다.모두가 실패라는 것을 알지만, 누구도 직언하지 않는 문제였다. 당연히 마오는 그런 펑더화이를 미워했고, 젊은 날 화려한 전장을 누비던 전설의 파이터 펑더화이는 류사오치처럼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뼛속까지 인민의 피가 흐르는 펑더화이도 권위 앞에서는 초개에 불과하였다.

 

 

진리는 하녀의 속성이 있다. 권위에 의존해야 빛을 발한다. 권위가 약한 진리는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둔갑한다. 대다수가 진리를 숭상하는 것 같아도 실상을 권위를 숭배하기 때문이다. 펑더화이는 이 점을 간과했다.

 

 

마오쩌둥이 마르크스의 이론과 중국의 현실을 결합시킨 지 40년만에 중국인민공화국이 수립되는 과정중에서 수많은 인물들이 영웅이 되었다가 한 순간에 사라져가는 일이 되풀이 되며 인간사의 허망함과 권력의 힘 너머에 존재하는 삶의 이면들이 촘촘하게 짜여 역사를 써가고 있다. 한국전쟁과 관련하여 김일성과 스탈린과 마오가 한국전쟁을 두고 갑론을박하는 장면에서는 하버드 교수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가 말하였던  ‘새우 콤플렉스’ 라는 역사적 트라우마가 머릿속에 잠시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영화<색계>로 유명한 작가 장이이링이 쑨원의 손녀였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된 것이었고 장이이링의 불행한 삶과 더불어 색계라는 영화가 거의 중국의 역사를 대변하고 있는 픽션이었다는 사실도 놀랍게 읽은 부분이었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역사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부분을 다시 한번 확인하기도 하였으며, 정말 몰랐던 중국의 이면들을 알게 된 그야말로 날 것 그대로의 중국을 보게 된 기분이었다. 이렇게 방대한 분량의 역사서를 쓰려면 엄청난 역사적 고증과 자료가 필요하였을 텐데, 시대를 가늠할 수 없는, 분명 그 시대에는 사진기술도 발달하지 않았을 텐데 생생한 사진들과 역사에서 큰 부각을 나타내지 않았던 조연급들의 인물사진까지도 다양하게 첨부된 것을 보고 대단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이 현재 세계를 이끌어갈 수 있는 나라로 군림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 이 책 안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그것은 바로 '사람' 즉,  중국인이 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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