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와 북한사회 신체왜소의 정치경제학
김영희 지음 / 인간사랑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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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랑에서 정치학과 관련하여 출간 된 책 중 가장 인상적으로 기억되는 책은 <상징과 정치>였다. 점점 심해지는 북한의 굶주림에 관련된 소식에도 김정은의 독재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을 매우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던 중 상징과 정치를 읽으면서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북한 주민이 굶주림으로 240명이 아사했다는 뉴스와 동시에 전파를 탄 김정은의 수십 억짜리 호화요트의 보도는  자본주의 사회가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빈부격차와는 비교도 안되는  심각한 권력의 부패처럼 보였다. <상징과 정치>에서는 인간을 상징적 동물Symbolic Animal ’로 규정하며 상징을 만들어 문화를 이루며 만들어진 상징의 지배를 받으며 삶을 영위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 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인간의 본성이 잘 드러나는 것이 바로 정치이다. 북한이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시대를 거치면서 더욱 확고해져간 상징화는 북한 주민들의 심리적 동질화를 이룸으로써 이성까지 마비된  집단 체면 상태가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탈북민인 저자 김영희는 현재 북한이 겪고 있는 신체 왜소병이 선천적인 요인인 '굶주림' 에 의한 것이라 생각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에 국한되었던 신체왜소가  북한 지도부까지 퍼져가면서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되면서 '신체왜소'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푸코는 권력이 사람의 내면에 침투하여 정신을 지배할 뿐 아니라 외면인 몸에도 씌워진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북한주민의 신체 왜소를 국가권력의 각인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의 신체가 왜소할 때, 가장 먼저 판단하는 기준은 아마도 선천척인 요인으로 판단하게 된다. 아무리 노력한다해도 타고난 , 선천적인 것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과거 오래 전 역사에서 북한주민이 남한주민보다 선천적으로 신체가 좋았다는 기록을 예로 들며 현재의 북한주민들의 신체왜소는 선천적이 아니라 후천적 요인(사회 환경 요인)이라는 것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이론은 푸코의 몸-권력 이론이다. 푸코는 권력이 사람의 내면에 침투하여 정신을 지배할 뿐만 아니라 외면인 몸에도 씌워지며 '권력의 의도가 몸에 각인'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을 다양한 연구사례를 통해 입증해가고 있다. 또한 저자는 이 책에서 신체왜소를 극복하기 위한 북한 지도부의 대응과 노력에 대한 논의과정을 실으며 북한에서 자발적으로 신체왜소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였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와  식품감소와 생산의 문제에 접근하는가 하면 식품부족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정책을 논의한다. 

 

한사회에서 발생한 신체왜소는 정책적으로 제기된 1970년대 말부터 시작해 30년이 넘게 지속되어오고 있다. 저자는 북한사회 신체왜소가 갖고 있는 생명력을 메커니즘을 통해 밝히고 있으며  신체왜소를 극복하기 위한 북한의 대응을 연대별로 살펴보고 역추적하는 방법으로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등의 다방면의 시도를 하고 있지만,  저자는 이러한 연구들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신체 왜소는 선천적 요인의 문제가 아닌, 후천적 요인인 '권력'이 문제였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권력은 사회의 모든 영역에 걸쳐 존재하고 작동하면서 다양한 기술과 전략을 통해 몸에 작용한다.

 

북한사회의 신체왜소의 확산은 주민 전반의 신체감소 뿐 아니라 지적능력의 하락과 경제활동 능력의 저하에 따른 국가경쟁력의 약화를 의미한다. 저자는 푸코가 주목하였던 사회적 개인의 몸과 권력과의 관계에서  권력의 작용점이 바로 몸이라는 것에 주목하며 북한 주민들이 권력에 수동적이 되면서 그것이 정신적인 영향까지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을 통제하는 북한 정부가 개개인에게 식품을 구입할 수 있는 지위를 보장해주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게 되는  '저소비의식'이 북한 주민들 개개인의 의지를 꺾으며  신체가 왜소해지는 현상을 낳게 되었다. 신체 왜소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북한 체제의 개선은 불가피해 보인다. 인간은 상징적 동물이지만, 상징화가 되어서는 안된다. 상징이라는 것도 삶을 더욱 풍요롭게 영위하기 위해서 만들어내는 산물이기에 상징화에 길들여지게 되는 순간 정신적인 지배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징과 정치와 권력의 지배를 받지 않으려면 이 세쌍둥이(상징,정치,권력)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이것들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현재의 북한 체제의 변화는 정말 가능할 것인지, 여러가지의 미래를 그려보게 되지만,  북한은 늘 답보상태이다.  너무도 많은 숙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는 것을 새삼 떠올려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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