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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하게 제압하라 - 남자 직원들이 당신을 미치게 할 때
페터 모들러 지음, 배명자 옮김 / 리더스북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근무하는 회사는 일반 회사와는 다른 시스템이다. 서울에 있는 직원과 지방에 있는 직원들끼리 대부분의 대화를 ‘네이트 온’으로 한다. 업무지시도 일반적으로 처리하는 일도 컴퓨터 자판으로 나누는 대화가 일상이다 보니 때로는 사람들과의 대화보다는 자판대화가 더 편해지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자연적으로 자판으로 하는 예의도 중요시하게 되곤 한다. 글로 쓰는 일은 확실히 말로 하는 것보다 파급효과가 더 크다. 말은 흔적을 남기지 않지만 글은 흔적을 남긴다. 그렇기에 더 심사숙고해야 할 때가 많다는 것도 주 일상을 컴퓨터로 하다보니 인터넷상 글의 파급력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느낄 때마다 두려움을 느낀다. 반대로 일상에서 동료들과 갈등을 겪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가끔 직장 상사의 잔소리가 싫고 일하는 스타일이 달라 겪는 갈등외에는 딱히 내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불편함을 느낀 적은 없는 것 같다. 젊었을 때야 경쟁심에 불타오르고 어떤 일에서든 돋보이고 싶어 야근도 자진해서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경쟁도 나이가 드니 귀찮고 직장상사에게 사랑받아봤자 피곤할 뿐이라는 것을 사회생활에서 숱하게 깨지는 경험을 하다보니 다 별 볼일 없는 것 같은 일종의 허무주의가 되어가고 있는 기분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페이스 북의 최고 책임자 셰릴 샌드버그가 낸 책 《린인》이 떠올랐는데 아니나 다를까 책의 들어가는 첫 장에 셰릴의 말이 실려 있다. 그 책이 좋았던 것은 여성이 사회생활을 할 때 가장 중요한 ‘두려움’ 을 극복해야만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셰릴은 사회생활에서 여성은 남성과 달리 자기 이익을 주장하면서도 좋은 성품을 유지해야 한다는 '치열한 상냥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강한 사회통념에 사로잡혀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두려움이 여성이 충분한 능력이 있음에도 사회에서 차지하는 리더역할을 못하게 하는 결정적인 문제라고 지적했었다. 셰릴의 책이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여성과 사회에 의문을 제기한 이론적인 부분이라면 이 책 《오만하게 제압하라》는 실천편에 속한다. 이 책의 저자는 유럽의 경영 컨설턴트이자 ‘오만 훈련(Arroganz-Trainings®)’의 계발자이다. 책 내용이 여성인권을 위한 권리주장이기에 당연히 여성일 거라 생각했는데 남성이다. 저자는 여성에게 씌워진 사회 통념과 싸우기 위해서는 ‘오만해지라’고 당당하게 말한다.이른바 오만 전략으로 말 그대로 상황과 상대에 맞게 ‘적절이’ 오만해지라는 것이다.
오만의 전략 1 : 남자들의 영역 침범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밀리면 돌이킬 수 없다, 영역 싸움에는 주저 말고 맞서라”
오만의 전략 2 : 상황에 따라 내용이 중요하지 않을 때도 있다
“강한 제스처 하나가 백 마디 말보다 강하다”
오만의 전략 3 :이해와 논리를 찾다 유리한 고지를 빼앗긴다
“위협에는 ‘즉각’ 대응할 것!”
오만의 전략 4 :남자는 장황한 설득보다 날카로운 공격에 약하다
“전략적 침묵, 칼 같은 한마디로 허를 찔러라”
오만의 전략 5 : 약점도, 실수도 없다고 우기는 종족을 상대하는 법
“때로 ‘남자의 언어’로 맞서야 할 때가 있다”
오만의 전략 6: 남자는 철저하게 ‘지위 질서’에 따라 움직인다
“인정받고 싶다면 절대 서열 게임에서 물러서선 안 된다”
오만의 전략 7 : 관객 앞에서 남자는 다른 사람이 된다
“타인을 의식하는 남자의 아킬레스건을 이용할 것”
오만의 전략 8 : 남자는 표현하지 않으면 결코 알아채지 못한다
“당신이 가진 권력을 최대한 어필하라”
오만의 전략 9 :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해야 하는 일’을 해야 한다
“자신의 직책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인지하라”
오만의 전략 10 : 남자는 스스로 과시하는 자의 능력을 믿는다
“비즈니스세계에서 겸손 따윈 버려라"
오만의 전략 11 : 필요한 사람이 되려다 자기희생에 빠지지 마라
“타인의 평가에 연연해 말고 자신의 욕구에 집중하라”
책은 이렇게 11단계의 전략을 소개하고 있는데 다소 흥미로운 것은 남자직원과의 갈등은 영역에 대한 인지부터 시작한다는 부분이다. 남성들의 이런 영역 신호에 적당한 오만을 곁들이게 되면 남자직원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확실한 영역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게다가 남녀간의 갈등상황을 ‘무브 토크(말이 없이 몸짓과 표정으로만 하는 메시지’,‘스몰토크(사적이고 주관적이며 때로는 감정적이 메시지들로 남자들끼지 주고 받는 흔한 말들로 장난으로 하는 말, 이 스몰토크에서 여자들은 상처 받으면 안되고 장난으로만 받아들여야 한다) , ’하이토크‘(논리적인 근거가 제시되고 전문적인고 학술적인 수준의 대화) 로 나누어지는데 이 세 단계의 대화법에 대한 대처법이 상황극을 통해 재현된다. 이때 중요한 규칙은 ’항상 당당해야 한다. 그리고 분위기가 아무리 심각해보여도 미소를 잃지 말아야 한다. !!
위에 말했듯이 이 책은 학술 보고서라기보다는 활용 가능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경험 보고서이다. 상황극을 통해 남녀의 생각과 감정의 차이를 보여주며 구체적인 해결 방법을 제시하여 무엇보다 설득력이 뛰어나다. 나는 젊었을 때는 여성들만 가득한 곳에서 일하였고 지금은 남자들만 가득한 곳에서 일한다. 솔직히 여성들과 일하였을 때는 쓸데없는 감정소모로 시간을 흘려보낸 날들이 너무 많았다. 반면 남성들과 일하는 지금은 감정소모는 전혀 없고 사실적인 업무들로 인한 갈등이기에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오히려 여성이기 때문에 섬세하고 성실할 수 있다는 것이 즐거운 피드백을 해주고 있다. 위에 셰릴이 말하였듯이 사회통념은 사회통념일 뿐 ‘감정’으로 일을 하거나 감정에 치우쳐 허송세월을 낭비하게 되면 발전성은 제로이다. 셰릴이 두려움이 여성에게 가장 최악의 적이라고 하였듯이 이 책의 저자 또한 두려움을 향하여 오만해질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감정은 두려움을 가져오고 두려움은 삶에서 용기를 잃게 한다. 그렇기에 될 수 있으면 이성적이면서 오만해질 필요가 있다. 그것을 아주 간단하게 시쳇말로 ‘쿨! ’ 하게 라는 말도 있지 않나. 나도 이제 쿨하게 살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