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위증 1 - 사건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9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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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 세상이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환호성을 치던 그날,

전화번호 부스에 구부정한 모습을 하고 지쳐보이던 한 아이는 죽음이 드리워진 눈길을 걸어갔다. 눈은 아이가 이 세상에 남겨 둔 마지막 족적도 용납하지 않을 것처럼 밤새 내렸다.

 

그 아이의 이름은 가시와기 다쿠야. 태어날 때부터 병약하여 부모님의 근심이자 사랑을 독차지 한 가시와기의 둘째, 형 가시와기 히로유키는 병약한 동생으로 인해 항상 가정내에서 소외감을 느끼며 외로운 아이로 자랐다. 항상 동생 중심으로 돌아가는 가정도 싫었지만, 무엇이든 달관한 느낌의 동생 다쿠야는 더 싫어했다. 그런 미운 동생이었지만 죽음이 해결책은 아니었기에 동생의 죽음이후 히로유키에게 남은 것은  원망과 회한의 감정이 사무친 나날이 남겨졌다.

 

그와 반대로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와 사람 좋기 만한 아버지 사이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냉철해진 겐이치라는 아이가 있다. 겐이치는 어렸을 때부터 아프기만 한 엄마를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에 명석함을 숨기고 평범하고 조용한 아이로 자랐지만 사춘기가 되자 마음이 병든 어머니를 부담스러워 하게 된다. 그것은 착하기만 아버지에게도 마찬가지다. 어머니를 보호하기 위해 어머니의 모습을 닮아 똑같이 음울하고 똑같이 침울한 아이가 되었지만 어머니의 병은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아버지는 외삼촌 사기에 넘어가 자신들의 소중한 보금자리를 팔려고 하고 있다. 자신의 가정이 불우하다고 마음속의 불행이 눈을 뜬 순간, 하필 그때 지각할 까봐 뒷문을 타 넘어간 그곳에서 다쿠야의 티끌 하나 없이 새하얗고 어딘가 맛있어 보이기까지 한하얀 손을 발견하게 될 줄이야, 그것은 겐이치에게도 불행의 서막을 알리는 하나의 징조였다.

 

 

 

 

소설의 발단은 가시와기 다쿠야가 학교에서 시체로 발견된 후, 자살로 잠정 결론이 내려지면서 일련의 사태가 마무리되는 듯 하였으나, 의문의 고발장이 교장과 경시청(료코의 아버지), 모리우치(담임선생님)에게 익명으로 배달되면서 다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다쿠야가 워낙 병약한데다가 11월부터 학교에 나오지 않았고 항상 말수가 없이 혼자였기에 자살이라 해도 아무도 의의를 제기하지 않았기에 경찰은 수사조차 하지 않은 채 자살이라는 성급한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 익명의 고발장은 다쿠야의 죽음이 타살이라는,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삐뚤빼뚤한 글씨로 알리고 있었다. 학교 내 불량학생으로 유명한 , 오이데 슌지와 그를 추종하는 이구치와 하시다, 그들에 의해 살해당했다는 제보는 학교와 경찰의 묵인하에 묻힐 뻔 하다가 익명의 고발장이 보내진 다쿠야의 담임인- 얼굴의 아리따움과는 달리 냉정하고 이기적인- 모리우치에게 원한감정을 가지고 있던 옆집 여자 가키우치에 의해 방송국으로 날아가게 되면서 '다쿠야의 죽음'은 다시 수면에 떠오르는 사건으로 급부상한다.

 

열네 살이야. 겨우 열네 살 밖에 안 된 소년이 목숨을 잃었다고. 누군가가 그 억울함을 파헤쳐서 대변해주지 않으면 이 세상에서 정의는 사라질 거야. 학교 측은 골치 아픈 일을 무조건 덮어버리고 모르쇠로 일관하니까.” -p511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가족 형태들은 바로 사회를 형성하는 하나의 문화를 반영하고 있는 듯, 정말 다양한 군상들이 등장한다. 편모슬하의 가정, 무능력한 가장을 둔 가정, 심각한 우울증으로 가정을 돌보지 않는 엄마의 모습, 돈이 많은 가정, 문제아의 가정, 이혼한 가정 등 현대 사회의 자화상이라 할 정도로 찍어낸 듯 판박이의 해체된 사회구성원을 그리고 있다. 그 중 가장 모범적이고 사건의 실마리를 해결해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후지노 료코를 축으로 하여 잇달아 사건이 일어나게 되며 갈등이 고조된다.  모기 기자는 다쿠야의 죽음이후 연이어 발생한 아사이 마쓰코의 죽음에도 학교가 견고하게 쌓아올리고 있는 침묵의 카르텔 속에서 다쿠야의 죽음의 진실을 캐내는 정의의 사도로서 등장한다.

 

어떻고 말고 할 것도 없다. 진실은 하나다. 하나뿐이다.-p556

 

추리소설의 대가라고 익히 들어왔지만, 솔직히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을 처음 읽는다. 명성이 자자하여 미야메 미유키의 신간이 나올 때마다 구매를 해놓고는 항상 서재에 쟁여 놓은 책이기도 하다. 이상하게 일본 소설에는 손이 가질 않는데다가 추리소설도 잘 읽지 않는 편이라 언젠가 읽어본다는 것이 이제야 읽어보게 되었다.《솔로몬의 위증》은 무엇보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 읽어보게 되었지만, 추리소설 치고는 미미여사의 책은 너무 두껍다는 것이 불만이라면 불만이다. 1권도 거의 700페이지에 가까운데 2권과 3권의 두께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미미여사의 추리소설이 왜 그렇게 방대한 분량으로 다루어지는지를 이 책을 읽으면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극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면면들을 매우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는데다가 가정사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찾아내기 위해 인간적인 면면들을 함축적이나 피상적으로 표현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인간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부동산 투기나 학교 내 왕따와 폭력 문제에 대한 문제성들이 책의 행간을 통해 여지없이 전달되고 있는 것이 사회파 추리소설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이자  미미여사의 가장 탁월한 면모가 아닐까 한다. 무엇보다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로서 사춘기 학생들의 생각들을 대변하고 있는 듯한 세밀한 감정 표현들을 통해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기분이 들어 진지한 마음으로 2권을 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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