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독점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 슈퍼 리치의 종말과 중산층 부활을 위한 역사의 제언
샘 피지개티 지음, 이경남 옮김 / 알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지난 7월에는 수천 억원대 비자금을 운용하면서 횡령·배임·탈세를 저지른 혐의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구속되었다. 구속된 CJ회장은 비자금으로 수억대의 수퍼카나 클래식카, 한정판 시계 또는 미술품을 구매하였다. 이것들의 공통점은 보관 상태만 좋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높아지면서 값이 올라 지하경제에서 많이 찾는 것들이다. 이런 고가의 제품들은 비밀리에 수입되고 등록도 안 한 채 현금으로 여러 차례 거래되면서 소유관계가 불투명하여 비자금 형성의 가장 좋은 수단이 된다.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특별환수팀이 압수한 미술품역시도 같은 이유로 부의 축적수단이었다.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 횡령·배임 사건, 저축은행 비리 사건, CJ그룹 이재현 회장 비자금 사건에 이어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 미납 추징금 사건까지, 검은돈 수사의 핵심에는 고가의 미술품과 고급차들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당장 서민들은 먹고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인데 모 기업 회장들의 취미는 몇 억대의 수퍼카와 고가의 미술품 구매라는 사실은 사회적 반감을 낳는다. 이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대체 뭘까? 바로 세금이다. 나라의 살림살이를 꾸려가는 데 필요한 돈을 국민들로부터 걷는 돈이 세금인데 그 중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리는 사람이 전혀 세금을 내지 않는다면 , 나라의 살림살이는 어떻게 될까? 부자들이 세금을 내지 않으려 하면 할수록 경제의 불균형은 점점 더 심화될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민주주의의 목표는 기회의 평등이다. 금권주의의 목표는 특권이다."

"물과 기름처럼 두 사상은 섞일 수 없다." 

 

우리나라 역시 IMF이후 더욱 심화되고 있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사회의 양극화와 중산층의 몰락을 가져왔다. 세계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각 나라마다 소득에 따른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럼 이 불평등의 원인은 무엇일까? 불평등의 시발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과거 세계를 제패하였던 헤게모니이자  세계화를 주도했던 장본인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정치사’에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부의 독점은 어떻게 무너지는가》의 저자 샘 피지개티는 전 세계에서 소득 불평등이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하는 미국의 정치사 속에서 ‘부’의 역사를 짚어내고 있다. 20세기 미국의 소득 분포의 역사는 피라미드형에서 다이아몬드형으로 다시 피라미드형이라는 순환의 역사를 그리고 있다. 이 흐름을 통해 대다수의 국민이 가장 평화롭고 안정을 누렸던 시기의 ‘중산대중’이 존재하였던 1950년대의 미국 경제가 저자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핵심이다. 50년대의 미국이  가장 황금기이자 호황을 누렸던 배경에는 정부가   세금을 부담할 여력이 충분한 사람들에게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는 , 상승률이 급격한 누진세율 제도의 방침과  미국 전역의 모든 직장에서 활동을 벌인 노조의 존재때문에 가능 한 것이었다.

 

2011년에는 지구촌 곳곳에서 분노가 폭발하며 대규모의 시위가 벌어졌었다. 자본주의의 심장인 뉴욕시 맨해튼에서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는 구호를 적은 시위가, 이집트에서는 ‘아랍의 봄’ 시위가 중동지역을 넘어 스페인까지 상륙하였다. 이 시위의 원인은 ‘소득 불균형에 따른 경제 불평등’이 도화선이 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작년에 읽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가 떠올랐다. 그 책의 공저자들은 미국이 부유해진 것은 시민이 권력을 쥔 엘리트층을 무너뜨려 정치권력을 고르게 분배했고, 시민에 대한 정부의 책임과 의무가 강조되며 일반 대중이 경제적 기회를 균등하게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든 덕분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지금 미국은 가장 불평등한 나라 상위층에 속해 있다. 그리고 극심한 경제 위기에 봉착해 있다. 현대 미국 또한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결정적으로 사회가 부유해지려면 근본적인 정치적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성공적으로 정치변혁을 이루어낸 나라는 광범위한 사회운동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 책의 저자가 미국이 가장 호황기때 중산층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가 바로 일반 대중에게 경제적 기회가 균등하게 배분되었기 때문이며 사회적 운동, 즉 노조의 역할이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미국의 역사를 통해 방증해주고 있다.

 

오늘날 국가가 실패하는 원인은 착취적 경제제도가 국민에게 인센티브를 마련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착취적 정치제도는 착취적 경제제도를 뒷받침해준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착취적 정치,경제 제도는 국가가 실패하는 근본 원인일 수 밖에 없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중에서 -

 

 

인간의 탐욕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역사 속에서 늘 존재해 왔으며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헤프닝이다. 가진 자는 더 가지고 싶어 안달하고 없는 자는 가지려고 해도 기회가 오지 않는다. 얼마나 불공평한 일인가. 저자는 미국이 더 평등해지고 과거 50년대의 호황기를 누리려면 노조와 누진세가 기초한 정치제도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월가의 점령이나, 아랍의 봄이 국민들 각자가 국가에 기여한 만큼 배분되는 구조였다면, 시위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시민이 권력을 쥔 엘리트층을 무너뜨려 정치권력을 고르게 분배하며 시민에 대한 정부의 책임과 의무가 강조되며 일반 대중이 경제적 기회를 균등하게 누릴 수 있는 사회'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같은 염원이기도 하다. 방대한 분량임에도 사회 문제의식을 일깨우기에 탁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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