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살찐 사람은 빚을 지는가 - 빚, 비만, 음주, 도박으로 살펴본 자멸하는 선택의 수수께끼
이케다 신스케 지음, 김윤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살면서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부족함 없어 보이는데다 재능까지 뛰어나 부러움을 한 몸에 안고 있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도박이나 성형중독 또는 마약으로 ‘자멸’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이들이 사회의 유명인사일 때는 더욱 그렇다. 사회에서 명성을 얻기까지 피나는 노력을 했을 텐데 그 모든 노력과 명성을 한 순간에 날려버리는 선택을 하였다는 것은 늘 이해하지 못할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리스크의 차이일 뿐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의 일상에서도 충분히 스스로를 자멸시키는 선택을 비일비재하게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매일 운동을 계획하지만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계획과 행동의 일관성을 지키기는 사실 쉽지 않다. 그러나, 이렇게 자신의 행동에 일관성을 가지지 못하거나 자멸하는 선택을 하게 되는 이유는 ‘행동 메커니즘’에서 비롯된다. 《왜 살찐 사람은 빚을 지는가》의 저자 신스케 교수는 ‘자멸하는 선택’의 메커니즘을 밝히고 개선 방법과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이 책을 집필하였다. 이 책은 행동경제학의 지식을 근거로 의사결정의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동시에 자멸하는 선택과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스스로가 ‘자멸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면 이 책에서는 자신의 앞날을 어떻게 조절하고 이익을 확보할 것인가 하는 자제 self-control'도 이 책의 주요한 키워드로 설명 되어지고 있다. )

이 책의 주장을 세 가지로 요약한다면

첫째, 현재에서 미래의 선택과 행동의 메커니즘을 이론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선택과 행동의 메커니즘을 설명하기 위해 행동경제학의 이론을 적용하고 있는데 행동경제학은 '선택자'에게 강요하지 않고, 선택의 틀을 바꾸는 것으로 선택을 개선하고 사회 복지를 증진하려는 사고방식이 바탕이 된다. 오래 전 읽은 《빈곤의 덫 걷어차기》(원제: More Than Good Intention)의 저자들이 행동경제학을  어부들에게 잡힌 물고기를 놓아주는 스님들의 방생의식에 빗대어 설명해 준 기억이 난다. 어느 바닷가 마을에서 스님들이 자비심이라는 의미로 일주일의 이틀을  잡은 물고기를 방생해주는의식을 치른다고 한다. 그러나, 자비로울지는 모르지만 이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행동경제학은 잡은 물고기를 놓아주는 것보다는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물고기를 잡지 않는 방법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방법을 제시하는 학문이다. 저자는 '자멸'하는 선택을 하는 이들의 행동 메커니즘을  심리학에 근거한 행동경제학으로 설명하고 있다.  

둘째, 가능한 한 다양한 자료를 제시해 선택 편향과 자멸하는 선택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부각시킨다.

셋째, 쌍곡형 할인이라는 영향을 자각하는 경우의 선택 편향이 과도한 절제로 이어질 가능성의 다양한 예를 설명하고 있다.

 

 

책에 자주 등장하며 꼭 이해해야 할 단어들을 정리해보았다.

※ 시간 할인율: 조급함, 즉 현재 지향성을 나타내는 기호의 척도로서 다른 시점 간의 선택이나 그에 관련된 행동을 크게 좌우하는 것으로 장래의 가치는 현재의 가치에 비해 할인해서 평가되는 것을 말한다. 시간 할인율이 높은 사람일수록 현재 지향성이 강하기 때문에 조금 적더라도 빨리 손에 넣는 이익을 선택한다. 한참 기다려야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지체된 시간이 긴 만큼 빨리 손에 넣을 수 있는 이익보다 더 많이 할인해서 평가하기 때문이다.

시간 할인율은 장래보다 현재에 얼마큼 중점을 두는가 하는 소위 ‘선호’를 나타내는 척도다.

시간 할인율이 높은 사람일수록 장래보다 현재를 중요시하므로 높은 소비 성향과 낮은 저축 성향, 높은 부채 경향을 나타낸다.

※커미트먼트: 장래에 자신이 취할 선택을 미리 제약하는 것을 말하는데 자신이 장기적인 이익을 저버릴 것을 예측하고 자신의 자유를 미리 구속해 두는 것이 바로 커미트먼트이다. (호메로스의 그리스 신화 [오디세이아]의 12장 세이렌에서 인용]

※ 자기 시그널링 : 자신의 행동이나 선택의 경험에서 자신의 쌍곡성에 관한 정보를 얻는 것.

※ 현상 유지 편향 : 쌍곡적인 사람은 타성이나 관성에 의해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대체적으로 쌍곡적인 사람은 현재 상태에서 변화하는 것을 회피하는 경향을 띤다는 것을 말한다.

※매그니튜드 효과 : 미래의 가치가 작으면 그 대상을 기다리는 데 조급해지고, 미래의 가치가 클수록 인내하며 기다리는 성향이 있다. 소액일수록 높은 시간 할인율로 할인되는 현상을 ‘금액 효과’ 등으로 부르는데, 돈 이외의 경우에서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므로 이 책에서는 ‘매그니튜드 효과’라고 한다.

 

저자는 미래의 가치를 절하하여 생각하는 것을 시간 할인율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우리는 대체적으로 미래에 대해 불확실하게 느낀다. 예를 들어 금 한 돈이 십년 전 오만원을 호가하던 것이 현재 세 배의 가격으로 높아질 것을 뻔히 알지만, 저축하지 못하는 것은 미래라는 시간이 가진 불확실성의 리스크 때문이다. 확실한 이익에 대해 매우 작은 리스크가 가해지기만 해도, 그 작은 리스크는 예측속에서 매우 중요하게 평가되어 가치가 크게 손상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저자는 이러한 미래의 불확실성으로 발생되는 ‘쌍곡형 할인율’로 단기적인 이익에 조급해하지 말고 ‘커미트먼트 전략’으로 선택 상의 지혜와 자제하는 방법을 찾으라고 조언하고 있다. 그럼 제목의 살찐 사람과 쌍곡형 인간과 무슨 상관이 있냐고? 저자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쌍곡적인 사람일수록 비만 경향이 강하다는 결과가 있는데 제목처럼 살찐 사람의 빚을 지는 이유를 밝히는 책이 아니라, 비만이 선택과 행동의 메커니즘의 대표적인 예라고 하면 책의 특성을 이해하는데 더 쉬울 듯하다. 결론은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서 단기적인 이익을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인데 흠... 그게 그렇게 쉽냐고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