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럴 아포리아 - 뻔한 도덕을 이기는 사유의 정거장
사토 야스쿠니 & 미조구치 고헤이 엮음, 김일방.이승연 옮김 / 글항아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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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워낙 복잡다단해지고 있기에 요즘 들어서는 참된 도덕의 가치가 무의미해지는 것 같다. 오래 전 일이지만, 시골길을 운전하다보면 종종 짐승들이 내려와 차에 치이곤 한다. 그때 남편은 짐승을 피하려다가는 오히려 큰 사고가 일어나니 차라리 짐승을 치는 것이 낫다고 하였다. 사람 목숨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때 느꼈던 도덕적 딜레마는 이후로 나를 괴롭히곤 하였다. 우리의 삶에서 ‘도덕’이란 사회적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다가가기에는 너무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 들어가기 앞서 먼저 저자의 서문에 나와있는 부분이 매우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저자는 도덕이란 테마를 가지고 윤리학자에게 물어본다면 '엉뚱한 답변‘만 듣게 될 것이라는 말이 있다. 그것은 공부만 한 윤리학자가 윤리학적으로 맞딱드리는 생생한 삶의 문제들에 대면하는 일들이 사실 일반인들보다 적기 때문이다. 윤리학자들은  ’참 인생의 문제에 대한 대처 측면에 관해선 어린애나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세상통념이다.‘라는 저자의 말에 매우 동감하며 첫 장을 펼쳤다. 그리고 솔직히 이 책에 대해서도 그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저자는 학문으로서의 윤리학이라는 공통의 틀을 지키면서, 그 위에 다양한 사상, 다양한 입장의 내용을 담고자 이 책을 기획하였다고 서문에 밝히고 있다.

 

 

우선 기본 테제와 안티테제로 논제를 살펴보며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는데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이 관용의 아포리아다. 사람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는 도덕의 기본 테제와 안티테제인 관용을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관용을 베풀 필요는 없는가를 살펴보면 관용을 베푸는 것은 도덕적이고 관용을 베풀지 않는 것을 우리는 대부분 ‘악’하다고 인식한다. 그러나, 관용이라는 아포리아는 오늘날 사회에서 도덕이나 정의가 복합화 되어 있고, 사회의 구조를 해부하는 데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으로 사회 이론적으로 확인되어야 하며 그것이 바로 윤리학의 길이라는 것을 말한다.

 

‘도덕’이란 선을 지향하는 양심의 내적 명령이고, 법이란 불법적 행위를 금하는 주권자의 외적 명령이다. 이런 도덕과 법의 일치에 대하여 항상 다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어디선가 일반화 가능성을 의식하면서 일단 판단을 거듭해가는 것과 규범적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따르면서 계속 대화하는 것이 법과 도덕이라는  포럼의 첫 무대 설정을 삼는다. 이어 영리 행위는 악인가?와  윤리적 상황에서 하나의 중요한 논점이 되는 책임의 아포리아에 대해서도 인류라는 공공성 안에서의 도덕적 의미를 논의한다. 이어 생명과 도덕적 행위에 대한 보상, 인생의 궁극적인 의미등 좋은 삶이 주고 있는 아포리아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이끌어낸다.  윤리의 궁극적 목표가 되는 자기실현과 헌신이란 자신의 생명과 다른 모든 생명에게 똑같은 경외심을 품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우리 각자가 그러한 차원에 도달하는 것은 단순한 지적 이해만으로는 부족하며 거기에도 또한 각각의 그때를 필요로 할 것이라는 것으로 모럴 아포리아들에 대한 19가지의 테제와 19명의 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최근 읽은 니체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도덕적으로 완벽하다는 것은 호사스러운 착각이다. 인간은 도덕적으로 완벽할 수 없다. 자신 스스로를 도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역시도 도덕적일 수 없다. 왜? 이제 현대의 도덕은 사회적 구조에 대한 이해 없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행동경제학의 대부 대니얼 커너먼이 말하듯이 인간의 비이성적인,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분명히 그 사람들에게는 타당한 이유가 존재한다. 《모럴 아포리아》를 통해 도덕이라는 지평을 넓혀 사유해보는 것도 새로운 윤리학의 쟁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삶에서 항상 마주하는 도덕적 양심에 대해서 자유로워지는 것이 우리에게는 더 절실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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