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은 어디에서 왔을까? - 발칙하고 에로틱한 그리스 로마 신화편 말과 글이 풍성해지는 어원 이야기 1
권표 지음 / 돋을새김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진리보다 더 진실한 것이 무어라 생각하나? 그것은 바로 전설이라네. 전설은 덧없는 진실에 영원한 의미를 부여하지.”

 

<문명의 배꼽 그리스>에서 니코스 카잔차키스키가 말하는 그리스 신화란  덧없는 인간의 생에 영원한 의미를 부여한다는 뜻을 말하고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인간이 이루고자 하는 그 '무엇'이다.  그래서인지 때론 그리스 신화에서 인간의 미덕과 삶에 대한 통찰을 끄집어내기도 하고 그리스 신화를 통해 예술과 문학의 기원을 찾아내기도 한다. 또한 그리스는 인문학의 시초이자 언어의 보고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그리스 신화를 통해 언어의 기원을 찾는 색다른 시도를 《이 말은 어디에서 왔을까》에서 보여주고 있다. 그리스 신화는 영어권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학습으로 배운다. 영어의 어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리스 신화의 습득은 필수이다. 책을 읽다보니 그리스 신화를 모르더라도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의 대부분이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들의 특성에서 파생된 언어들이 굉장히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즐겁게 읽은 책이다.

 

 

 

예를 들면, 프로메테우스의 불이 '새로운 문명의 기원'을 뜻하고 불행의 씨앗을 의미하는 판도라상자등은 이미 널리 알려진 표현들이다.  계속 써도 없어지지 않는 재물을 뜻하는 코르누코피아의 '풍요의 뿔'이라든지 책임을 질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 '아틀라스의 어깨',  불굴의 군인 정신을 뜻하는 '마샬 정신',  98개의 눈을 감을 뿐 나머지 2개는 늘 뜨고 있어 '감시가 엄격한'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아르고스의 눈', 머리 한 개가 떨어지면 두개가 새로 생기는 자르고 잘라도 끝이 없는 '히드라의 머리' 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가 계속해서 생긴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뿐만아니라, 자웅동체 'hermaphrodite'라는 단어가 헤르메스에서 파생된 어원이며, 헤르메스의 로마식 이름 메르쿠리우스에서 비롯된 'mercurial' '활달하다', '변덕스럽다', 의 어원이 된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헤르메스는 로마인들이 가장 사랑한 영웅이자, 능력자로 헤르메스에게서 파생된 언어도 꽤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도 하였다.  재미있는 부분은 섹스 심벌 아프로디테에서 파생된 언어들이었는데 여성의 치명적 매력을 뜻하는 '아프로디테의 허리띠'라든지 최음제 또한 아프로디테의 어원으로 'aphrodisiac' 라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에로스에서 파생된 언어인 육체적인 사랑을 뜻하는  '에로티시즘'이라든지 성적 흥분을 위해 만든 그림이나 책을 뜻하는 '에로티카', 전쟁의 신 아테나의 로마식 표기인 '미네르바의 이야기' 등은 신화의 이야기를 사회와 접목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게다가 회사명이나 단체명으로 자주 등장하는 이름인 이지스(egis)는 제우스의 방패인 아이기스에서 파생된 언어로 이 방패는 그 어떤 창과 칼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메두사의 머리를 이용해 공격하는 자를 돌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치명적인 무기이기도 하다. 미사일 탑재 순양함인 '이지스 함' 은 이렇게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자식을 잃은 슬픔을 말하는 '니오베의 슬픔'이라든지  열광적이거나 '질탕한', '제 맘대로의' 뜻을 나타내는 '디오니소스적' 이라는 표현과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운 일'이라는 뜻의 '헤라클레스의 임무'라는 관용구등은 알아두면 유익한 표현들이다.

 

이 책은 어원을 이해하는 데에도 무척 유익하지만, 두 번째의 재미는 그리스 신화의 재미있는 설명들이다. 대부분의 그리스 로마 신화가 두서없이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부분적인 신화의 그림만 알고 있다면 그리스 신화의 전체적인 맥락을 짚기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오르페우스의 애닲은 사랑이야기와 오이디푸스의 기구한 운명이야기, 파이드라에서 파생되어진 파이드라 콤플렉스와 헬레니즘 문화이야기와 접목된 영화이야기등의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은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흥미를 제공해주고 있다.  <문명의 배꼽, 그리스>를 읽으면서 재미있게 기억된 부분은 그리스에 직접 가본 저자 박경철이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실제 사용했다는 숙박지와 사용했던 배를 묶었다던 쇠막대가 실존해 있었다는 부분이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어쩌면 니코스 카잔차스키가 말하듯 인간의 덧없는 생에 부여된 영원성을 부여하는 작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더군다나 우리가 사용하는 영어의 어원이 거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파생되었다면 더욱더 신화가 진리보다 더 진실하다는 니코스 카잔차스키의 표현은 피그말리온의 효과처럼 느껴지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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