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막힐 때마다 '나는 ~을 보고 있다'라고 쓰고 글을 계속 이어가라. 줄을 그어서 지우지 말고, 문장부호나 맞춤법이나 문법에 신경 쓰지 마라. 구체적으로 써라, 자동차라고 하지 말고 캐딜락이라고 하라.-19쪽
기억은 의지로 떠올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집요하게 매달리면 자세한 내용이 생각날지 모르지만, 그 세부사항들이 정서와 하나가 되는 진실한 순간, 그 장면에 생명이 부여되는 순간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는 없다. 그것은 대양의 바닥을 파헤치는 것과 같다. 무엇이 나올지 짐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23쪽
종이냄새와 책을 펼치고 읽기 시작할 때의 설렘을 사랑하지 않으면, 그 사람의 글 역시 별로 나아지지 않는다. 사랑에 빠져야만 서로가 연관되어 있음을, 그 수많은 글이 우리의 일부임을 비로소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50쪽
글쓰기는 화해와 화합을 추구하지만 반대와 모순이라는 진통을 통해 태어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70쪽
세상의 모든 노력과 열망을 다 바친다고 해서 글쓰기가 되는 건 아니다.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평생 최선을 다하라는 가르침을 받는다. 그것은 글쓰기에서도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백척간두에서 뛰어내리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강풍에 날려가거나 세월이나 사랑에 날려가도 괜찮다는 듯한 태도로 말이다.
-73쪽
글쓰기는 우리가 살아온 길을 이해하려는 시도다.-88쪽
우리는 누구나 그런 일을 겪는다. 아무렇지도 않게 버터처럼 부드럽게 살아가는 게 이상한 일이다. 소외감도 느끼지 않고 상처도 받지 않는 것처럼 살아가는 게 이상한 일이다. 우습지 않은가? 세상은 살기 힘들다. 그리고 이것은 당신의 자서전이다. -102쪽
평정을 유지하면서 글을 쓸 수 있을까? 머리카락 한 올 흐트러뜨리지 않고, 냉정하게 외면하지 않고, 놀라거나 겁먹지 않고 말이다. 우리는 무언가에 관심을 가지더라도 완전히 매몰될 만큼 순진하지 않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무슨 짓을 할 수 있는지도 알고 있다. 그리고 글을 쓰는 우리는 마치 어머니처럼 모든 자식을 모아서 지면으로 옮길 수 있다. 타락한 자식, 죽은 자식, 명민한 자식, 비열한 자식, 반항적인 자식, 잔인무도한 자식, 착하고 사랑스러운 자식 모두, 그러니 이제 무언가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걸 모르는 척 하며 살 필요가 없다.-2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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