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제너레이션 - 좀비로부터 당신이 살아남는 법
정명섭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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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를 못 본다. 보고나면 일주일은 악몽에 시달린다. 그런데 유난히 좀비영화는 좀 밝힌다. 좀비영화는 나올때마다 무조건 본다.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우리나라 추억의 납량특집의 구미호와 쌍벽을 이루는 미친 존재감? 때문이라고나 할까? 게다가  극한의 상황이 주는 공포의 카타르시스는  죽어 있는 세포도 살아내게 하는 전율이 있다. 그렇다. 이유는 그것뿐이다. 내 좀비 영화의 첫 사랑은 고등학교때 우연히 보았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으로 좀비와 첫사랑이라고 하면 웃기지만, 이상하게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충격이 오래갔다.  상상 그 이상의 세계를 만난 충격은 성인이 되어서 만난  <황혼에서 새벽까지로 다시 불타올랐다. 그 세월 사이 내가 큰 것처럼 좀비도 자랐다.  어정쩡한 걸음걸이는 드라큐라처럼 순간이동도 하고, 허여멀건한 낯빛은 섹시하고 도발적인 외모로 변모했다. (물론 황혼에서 새벽까지는 좀비물치고는 드라큐라에 가까운 좀비이지만 ^^;;) 그새 기술의 발전과 좀비인기의 고공행진으로  좀비는 좀 더 나은 , 부유한 모습으로 진화했다.(^^) 가장 진화한 좀비는 아무래도  <나는 전설이다>에서의 좀비가 아닐까 한다. 인간처럼 머리를 쓸 줄 알고 사회적 존재로서의 자각인 집단의 성향을 보이기까지 하는 좀비를 보고 정말 많이 놀랐다. 좀비 영화계의 레전드급인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들은 회를 거듭할 수록 지능이 높아지고 있는데다가 육체까지도 체강으로 변하는 첨단 좀비로까지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좀비의 인기를 방영하듯이 요즘은 출판계에서도 좀비소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좀비 제너레이션》은 특이하게도 '좀비에게서 살아남는 법'이라는 일종의 팁이다. 이미 무수히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좀비가 좀비사각지대인 한국에서조차 발견된다는 상상하에 작가가 제안하는 '좀비에게서  살아남는 매뉴얼'은 제법 진지해 일종의 실용서와 같은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래도 실감은 나지 않지만,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법 정도는 숙지할 수 있을 듯 하다.ㅋㅋ) 그럼 상상해보자. 한국이 좀비(운디나 바이러스)로 인해 멸망에 가까운 혼란이 닥쳤다. 당신이 가장 먼저 할 일은 무엇이겠는가?   <좀비 제너레이션>에 의하면 우선 당신은 '생존 전략' 을 작성해야 한다.

1장 … 발생 : 징후부터 경고 단계까지
2장 … 대비 : 경고부터 확산 단계까지
3장 … 이동 : 확산부터 봉쇄 단계까지
4장 … 탈출 : 봉쇄부터 진압 단계까지

 

 

 이제까지 수많은 좀비 영화들은 늘 같은 패턴을 그리고 있다. 머리를 쏴야만 죽고, 좀비 영화에서 단골 피신 장소는 옥상이나, 대형마트이고 라디오는 필수장비로 들고 다녀야 하고 꼭 , 같이 동행하는 사람중의 하나는 좀비에 물려 마지막까지 주인공을 괴롭힌다. 여기서 어디로 피난하는 것인지가 좀비의 승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뿐만아니라  좀비사태에 있어 생존율을 높이는 결정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장소를 고르는데는 심사숙고 해야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연희동 지하방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와 고깃집, 옥상, m타워등을 거치며 좀비사태에 필요한 모든 것- 무기와 이동수단, 음식, 의류-까지도 세세하게 좀비 대응 매뉴얼을 설명해준다.  카페를 운영하고 있을 때까지만 해도 좀비를 믿지 않았던 주인공이  어느 날 갑자기 좀비 세상으로 천지개벽한 뒤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작가가 워낙 실제상황처럼 리얼하고 진지하게 그리고 있어 , 이상하게 신빙성 있게 느껴지는 책이기도 하다.  마치 <나는 전설이다>의 주인공이 좀비 천지인 세상에서도 고독하면서도 꿋꿋이 자신의 삶을 구축해나가는 모습처럼, '살아남으라'는 주문처럼 느껴진다고나 할까. 

 

우리의 아포칼립스는 '바이러스'에 의한 멸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마치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최근에는 바이러스의 감염 공포가 스크린이나 문학세계에서 등장하던 것이 이제는 현실에서도 조금씩 정체를 드러내고 있다.  '살인진드기’ 바이러스 감염이 일본열도를 강타하더니 이어 우리나라에도 살인진드기 공포가 확산되고 있고  프랑스는 28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보도가 조금 전 방송을 탔다. 좀비역시도 바이러스의 일종으로 기원은 흑인 노예들이 믿었던 부두교라 한다. '살아있는 시체'라고 하는 이 좀비는 사실 흑인 노예들 즉, 인종 차별이 저변에 깔린 백인 우월주의가 만들어낸 괴물이다. 검은 피부에 피를 뒤집어쓴 흑인 노예들의 공포는 인간을 잡아먹는 괴물로 환생하였고, 점점 진화된 좀비들은 우리의 무의식속에서 점점 크게 자라나게 된 것이다. 결국 바이러스 본체는  인간의 부조리한 현실이 만들어낸 무의식의 괴물이다.  좀비영화와 문학이 끊임없이 사랑받고 인기 있는 이유는 아마도 이런 부조리한 현실이 만들어낸 괴물과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전사가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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