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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 - 시즌 8 ㅣ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8
EBS 지식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5월
평점 :
도서'지식 e'시리즈가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현재 사회를 관통하는 지식의 총체인 지식시리즈의 8편의 인기의 비결은 사회를 바르게 인식하게 해주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사회를 바르게 본다는 의미는 현실인식을 얼마나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세계가 빠르게 IT중심의 문화로 변화되면서 문화의 모든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듯이 상상과 현실의 경계 또한 그러하여 현실을 바르게 직시하는 것조차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 지식시리즈는 알파벳 'e'를 키워드로 하여 자연(nature), 과학(science), 사회(society), 인물(people) 등의 다양한 문화컨텐츠가 소재이다. 지식 채널 e는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소재를 5초의 짧은 영상으로 그려내고 있는데 짧지만 수채화를 그린 듯 따뜻하고 임팩트 강한 메시지는 보는 동안 가슴에 잔잔하게 감동의 잔물결을 일으킨다. 특히 이번지식 시리즈 8 season의 주제는 새 정부가 출범하는 해를 맞이하여 , 국민과 국가의 관계를 다양한 소재를 통해 파노라마를 펼쳐보이고 있다.
1부 국민의 of the people
가장 지독한 시기를 살아온 마지막 공산주의자이자 학자인 에릭 홉스봄을 통해서 신자유주의의 한계에 다다른 현재에 몰락한 사회주의체제가 지니고 있는 궁극의 의미를 떠올려보게 하며 우리나라 좌파정당의 맥을 짚는다. 또한, 글로벌 무한경쟁체제에 돌입한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속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FC바로셀로나의 협동조합과 비견하여 우리나라 협동조합의 현주소를 되짚어보기도 한다. 조지 오웰의 <1984>에서 나오는 감시자로 정보를 독점해 사회를 독점하는 지배권력 ‘빅브라더’가 2012년 영국에서 일명 ‘빅브라더법’이라 불리는 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영화 속에서 재현되었던 ‘미래의 범죄에 대해 예측하여 범인을 수사하는’ SF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영화 속 세계가 현 사회의 일임을 자각시키고 있으며 빅브라더가 가지고 있는 이면이 현실보다 더 잔혹함을 깨우쳐주고 있다. 권력의 감시라는 ‘훈육’을 목표로 하였던 과거의 ‘감시’의 의미는 현재 ‘배제’를 추구하는 감시인 빅브라더가 되면서 현재의 시민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배제를 위한 감시에 찬동’하고 있다는 지그문트 바우만의 날카로운 진단으로 현 사회를 반추해간다.. 이어 역사 속 사면제도를 통해 국가권력의 속성을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사고와 더불어 한국 정부 역시 같은 속성을 가지고 있음을 촛불 집회와 연계하고 있다. 이런 정치권력의 국가를 상대로 민중을 위한 글을 쓰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서슴지 않았던 <뿌리깊은 나무>를 통해서 언론이 지향하는 참된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감동을 전해주기도 한다. 국민의 국가란 국민을 위해서 존재하는 국가일까? 국가를 위해서 국민이 존재하는 것일까? 국가와 국민의 주종관계의 확립부터가 민주주의 가장 이상적인 국가이념의 첫 시작이다. 그것이 아마도 1부가 전해주는 메시지가 아닐까 한다.
2부 국민에 의한 by the people
영자전기역학의 난제를 해결하며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파인만과 영국 정치계의 바이블이자 유권자에게 스스로 기회를 잡도록 한 2파운드짜리 베스트셀러 ‘매니페스토’, 문명의 이기를 거부하고 살아가는 ‘아미시 프로젝트’를 통해 참된 삶을 찾아던 제이크와 올바른 집짓기, 올바른 공간을 구성하는 일에 매진하여 온 건축가 정기용을 통해서 건축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깨우치고 있다. 홍대용의 ‘중심 없는 우주론’을 통해서 조선사회를 관통하는 중화사상에 물들지 않는 학문적 좌표를 시작으로 우리나라 천문학의 변천사를 살펴본다. 친일청산작업에 평생을 바친 임종국은 ‘지금의 나는 5평 서재 속에서 글을 쓰는 자유밖에 가진 것이 없다는 고백을 남기고 친일파총서를 집필하던 중 지병으로 사망했다. 그러나, 그가 남긴 친일인명카드는 친일인명사전으로 새롭게 탄생하였다. 이 편에서 살펴보는 지식인들의 공통점은 ’호모 루덴스:놀이라는 인간‘으로서의 국민들이 재미와 놀이로 세상의 중심점을 바꾸기도 하고 재미와 놀이로 사회에 만연해 있는 ‘지식의 틀’을 바꾸는 다양한 지식을 체험하게 해주고 있다.

“불과 35년 만에 이 지경까지 타락했다는 것은
단순히 친일자들의 수치로만 끝날 일이 아니다.“
우리의 민족 근대사에 숙제는 뿌리깊은 친일파 숙청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식민지 시대를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구축되는 시기로 보고 있는 뉴라이트 - 자유주의(new freedom)와 신보수주의-의 민족사관이다.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은 일제의 식민 통치와 식민지근대화 과정에 잘 적응한 ‘근대화 선구자’로 보는 역사의식에 관한 경종을 울린다.
3부는 국민을 위한 for the people
3부에서는 아파트 경비원의 삶을 통해 워킹 푸어의 비참한 삶을 조명하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조선족 혐오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함과 더불어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 더 큰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자상생존자(자살자 유가족)들의 고통과 쌍용차 해고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살을 '모든 자살은 사회적 타살' 이라는 사회의 문제로 부각시킨다. 연고자가 없는 사회 ‘무연사회’속의 개인의 고독과 빈곤, 가족해체를 겪고 있는 우리 사회를 면면히 살피며 최초의 신여성 ‘나혜석’을 통해 보는 페미니즘의 의식변화까지 다양한 사회의 모습의 면면들을 통해 현실을 직시하게 해주며 사회를 관통하는 지식의 단초를 제공하는 동시에 소통의 공간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식 e 8의 주제는 민주주의 근간을 이루는 정치이념이다. 세 가지의 키워드로 풀어나가는 국가와 국민의 관계가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정치적인 인간(=국민=시민)이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시민의 몫은 스스로 바라본 것을 말로 표현하고 해석하고 비판적 존재가 되는 것이다. 여기서 ‘스스로’는 한나 아렌트가 ‘정치사유의 시작은 스스로 주체적인 생각을 가진다는 개념의 스스로이다. 지식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힘은 사회를 관통하는 지식이라는 힘이다. 올바른 현실의 인식을 세워주며 바르게 사회를 바라보는 것이 지식시리즈가 가진 총체적인 힘이다. 지식시리즈를 통해 반짝반짝 빛나는 개인이 많아질 수록 국가를 위한 개인이 아닌 개인을 위한 국가, 좋은 집이 되주는 국가의 관계가 성립될 수 있다. 정치적인, 그러나, 의미깊은 지식e 8 , 의 물결이 계속해서 이어지기를......
"시대가 아무리 마음에 안 들더라도
아직은 포기해선 안 된다
세상은 결코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에릭 홉스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