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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마실 - 커피향을 따라 세상 모든 카페골목을 거닐다
심재범 지음 / 이지북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시골 조그마한 동네에 작년부터 우후죽순으로 커피숍이 생기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창업 초기 자본이 적게 들고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도 어렵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 같지만, 사실 이 조그마한 동네에 포화상태인 커피숍은 낭만보다는 근심거리이다.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이 부푼 꿈을 안고 시작하지만,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로 쉽게 문을 닫는 커피숍도 많기 때문이다. 젊었을 때 철없이 밥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였지만 지금은 솔직히 커피값이 아깝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 어쩌다 아메리카노 한잔 사먹으려면 먼저 마음에 준비를 해야 할 정도이다. 그래도 내 입맛은 여전히 아메리카노의 달콤쌉사름한 맛을 기억하고 있기에 가끔 커피가 그리울 때가 있다. 가끔은 커피숍에 앉아 커피와 함께 한가로운 여유를 꿈꿔보기도 한다.
커피는 생두를 볶을 때 시작되는 원두의 생명을 시작으로 서로 다른 것과 섞여 브랜딩이라는 사랑의 모습을 그리고 이내 빈 잔으로 남겨지는 인생과 닮은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책은 ‘하늘을 나는 바리스타’ 라는 이색적인 직업의 소유자 심재범의 카페 유람기이다. 타국 곳곳의 카페를 돌아다니며 카페의 정취와 커피의 풍미를 지대로 ~ 느끼게 해주기도 하며 세계 명소의 카페 소개에 여념이 없는 저자의 이야기들은 커피와 연관된 전문적인 정보와 함께 카페문화의 매력을 느끼게 한다. 뿐만 아니라 바리스타 2급에 버금가는 커피에 관한 전문적인 견해들도 있어 현직 바리스타나 커피전문점을 하는 분들이 읽으면 매우 유익한 정보가 많다.
책은 영국 커피의 자존심이라고 불리는 ‘몬머스 커피 컴퍼니’의 커피의 이야기가 시작이다. 몬머스 스트리트에 처음 생긴 로스팅 하우스에서 핸드드립으로 베리에이션을 만드는 것을 보고 커피에 대한 애정과 기술이 깃든 커피맛의 깊은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이어 <런던 타임스> 선정 베스트 커피 하우스 랭킹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커피 하우스 ‘에스프레소 룸’ 에는 박상호 바리스타와 동행하였는데 명성과는 달리 매우 소박하고 작은 , 룸처럼 아담한 가게라는 점이 기억에 남는다.
커피를 마시러 왔다가 인생을 배우고 간다. 말투는 다소 건방져도 커피 한 잔에 최선을 다하는 바리스타가 있는 프루브록. 그토록 비범한 수준에 이르기 위한 만 시간의 노력이 무척이나 고맙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도 있다. 세계 커피 업계의 남녀 천재로 꼽히는 제임스 호프먼과 아네트가 공동으로 창업한 런던의 스퀘어 마일 커피 로스터리는 현재 상위 랭킹 커피 하우스에 70퍼센트 이상의 원두를 공급하고 있으며 이어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십 공식 커피 머신은 시모넬리 아우렐리이다. 이 커피머신은 표현이 정확하고 오차가 적어서 참가 선수들이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알고 있으면 유익할 듯) 독특한 카페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파리의 ‘레 뒤 마고’ 는 커피의 맛보다는 아무래도 파리의 문학가들의 아지트로 더 명성을 얻은 듯 하다. 커피는 비싸고 맛은 없지만, 레 뒤 마고의 단골고객 중에는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생텍쥐베리와 피카소, 앙드레 지드, 헤밍웨이 등이 있었다고 하니 커피의 맛이 좀 떨어지고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단지 그 이유 하나로 들리고 싶은 곳이다.
이 책은 잘 알려지지 않은 카페 명소 소개와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커피의 전문상식이 잘 어우러져 있어서 여러모로 유익하였던 것 같다. 요즘은 힐링 카페라 하여 커피가 '치유'라는 이름으로 다가오고 있다.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마음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커피가 삶에 차지하는 비중 또한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저자가 카페 마실을 다니면서 깨닫게 되는 카페 명소의 진정성은 다른 어떠한 것도 아닌 사람의 ‘정성’ 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만나 정성을 기울일수록 좋은 인연이 되는 것처럼 세계 카페의 명소에는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바리스타들이 있다. 커피의 옷을 입었지만, 인생을 담은 여행기였다. 바리스타를 꿈꾸고 있다면 카페 마실이 좋은 길라잡이가 되어줄 듯하다.
좋은 커피와 머신을 갖추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명제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