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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블로이드 전쟁 - 황색 언론을 탄생시킨 세기의 살인 사건
폴 콜린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최근 개콘에 새로 등장한 코너 ‘시청률의 제왕’을 보며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개그맨 박성광은 시청률의 제왕으로 저조한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투입된 시청률제왕이다. 진지한 내용이 나오면 어김없이 ‘재미없어’를 외치며 ‘패륜으로 가자!’를 외치자마자 시청률이 마구 올라간다. 거기에 PPL광고를 위해서는 죽어가는 아버지가 커피를 마시는 장면을 아무렇지 않게 끼워넣으며 시청률만 나오면 돼 !를 외치는 모습에 무한공감을 느끼곤 하였다. 그러나, 한국드라마의 현실에 이렇게 시원하게 돌직구를 날리는 유머를 보는 기분은 빵 터진 웃음의 크기만큼이나 공허함을 남겨주기도 하였다. 드라마 뿐만 아니라 각종 포털 사이트의 메인화면에는 낚시문구가 거의 도배되다 시피 선정적인 문구들로 넘쳐난다. 인터넷에 무분별한 황색언론이 넘쳐난 것은 비단 작금의 현실만은 아니다.
이 책 《타블로이드 전쟁》은 그런 황색언론의 실체를 낱낱이 밝히는 르포형식의 소설이다. 부제 <황색언론을 탄생시킨 세기의 살인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사건의 큰 축은 1897년 6월에 일어난 토막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하여 벌어지고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는 타블로이드들의 황색언론이 또 다른 축으로 전개되는 형식이다.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k/a/kamja12222/YX3no9rR.jpeg)
어떤 사람은 끔찍하다고 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은 기회라고 봤다.
더운 여름 무더위에 지쳐갈 즈음, 바람 한 점 없는 날씨의 무료함처럼 커다란 기사거리 없이 보내던 기자들에게 하늘이 내려 준 기회라는 선물은 화려한 붉은 색과 금색 방수천으로 꽁꽁 사매져 있는 꾸러미였다. 꾸러미 안에는 사람의 팔 두 개가 근육질의 가슴에 연결되어 있는 시체였다. 근처 시체 공시소 건물이 있고 의대생들의 실습용 시체가 종종 떠내려오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끔찍한 시체에 대해 일말의 의심을 보이지 않았다. 의대생들의 실습용 시체인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시기에 가시덤불 사이에 심하게 썩은 한 남자의 몸통과 잇달아 발견되는 시체토막으로 예사롭지 않은 사건임을 감지하게 되자, 언론들은 앞다투어 사건을 다루게 된다. 발견된 시체토막은 결국 한 사람의 것으로 조각이 맞춰지고 이때부터 언론들은 최대의 판매부수를 올리기 위해 보도경쟁에 열을 올린다. 그중 독보적인 황색언론의 선두주자로는 퓰리처가 이끄는 <월드>신문사와 허스트가 야심차게 이끌고 있는 <저널>신문사이다. 특종을 잡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퓰리처와 허스트는 서로 누가 선정적인지 대결이라도 하는 양 살인사건을 보도한다. 심지어 <월드>의 허스트는 ‘살인 사건의 미스터리’ 공모전을 열고 500달러 포상금을 내걸기까지 한다. 독자들은 누구라도 셜록 홈즈가 될 수 있다는 것에 열광했다.
점점 밝혀지게 되는 사건의 전말은 허먼 낵과 오거스터 낵으로 좁혀지는데 허먼 낵과 오거스터 낵이 부부로 살고 있을 때, 터키탕 마사지사 굴든수프가 하숙하게 되면서 오거스터 낵과 바람이 난다. 허먼 낵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오거스터 낵은 굴든수프와 도망가 16개월을 동거하며 지냈는데 그 사이 이발사 마틴 손과 사랑에 빠졌다. 오거스터 낵은 조산사로 일하며서 생계를 꾸려갔는데 어느 날 굴든수프와 낵부인이 심하게 싸운 뒤로 굴든수프가 사라졌다는 제보가 들어오면서 이들의 관계가 수면위로 떠오르게 되었다. 경찰과 기자들은 마틴 손을 굴든수프의 살해용의자로 지목하고 사건의 정황 또한 마틴 손의 동료이발사 친구 존 고사에 의해 밝혀지게 되면서 마틴손과 낵부인은 굴든수프의 용의자로 체포된다.
이 과정에서 황색언론들은 앞다투어 선정적인 문구들로 1면 기사를 도배했고 살해현장과 살해동기를 밝히는 과정에서 돈을 뿌린 저널의 허스트가 장악하는 모습은 드라마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잔인하고도 선정적인 자극적인 소재를 선택하고 마는 개콘의 시청률제왕 코너와 흡사하다. 또한 판매부수를 올리기 위해 독자들이 혹할 수 있는 머릿기사는 포털사이트에 넘쳐나고 있는 낚시기사와 판박이였다. 마틴 손과 낵부인이 체포된 것으로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마틴 손과 낵부인의 재판과정은 더욱 드라마틱하다. 재판과정에서도 황색언론의 장악은 상상초월한 방법으로 마틴손과 오거스터 낵을 보도했으며 오거스터 낵은 오히려 언론플레이를 즐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저널의 허스트는 범죄현장을 통째로 사기도 하고 월드지의 퓰리처의 전화선을 끊기도 하며 기자들은 변장하여 범인을 잡는 모험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 폴콜린스는 서문에 들어가기 전에 ‘내가 덧붙인 단어는 하나도 없다’는 말을 일러두고 있다. 《타블로이드전쟁》은 오로지 팩트에 근거한 이야기이다. 1987년 열 개가 넘는 신문사에서 ‘세기의 살인사건’으로 굴든수프의 살해사건을 다루며 보도된 신문기사와 관련자들의 사후수기를 통해 새롭게 태어난 이 책은 절대적으로 논픽션이라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간결체와 건조체로 쓰여 져 사건에 더욱 진실성을 느끼게 하고 신문기사를 읽는 기분마저 들게한다. 무려 백 년이라는 텀을 두고 있음에도 작금의 현실과 너무도 닮아있는 황색언론을 통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것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 아닐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