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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 나이트 - 이란을 사랑한 여자
정제희 지음 / 하다(HadA) / 2013년 4월
평점 :
영화 300을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시쳇말로 짐승남이라 불리는 남자들이 페르시아의 침략에 맞서 거의 벗다? 시피 한 근육질 몸매를 과시하며 장렬하게 전사하는 내용의 영화를 보며 남자들의 세계가 멋지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 영화가 지나치게 서구 중심 사상을 드러내는 영화라 생각했다.이런 영화들에 익숙해지다보니 알게 모르게 미국 중심 사회에 나도 모르게 동화되어 있곤 하였다. 이 영화에서 페르시아인들을 묘사하는 부분은 더욱 그렇다. 300의 영화에 등장하는 페르시아인들은 모두 비정상적인 체구를 가지고 있고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기이한 모습들을 하고 있다. 미국의 헤게모니가 미치지 않는 페르시아인들에 대한 미국의 반감 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어쨌든 그 영화로 인해 나 역시도 페르시아인들에 대한 선입견이 생겨버렸다. 페르시안인들은 평범하지 않으며 어딘지 모를 거부감을 느껴왔던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이란이라는 나라와 연상되어지는 검은 색 차도르는 신비스럽기도 하지만, 늘 억압되어 있는 느낌을 받곤 하였다. 이란에 대해서는 차도르를 쓰는 나라라는 것과 유일하게 자기들의 고유 화폐를 사용한다는 것, 그리고 석유와 이슬람의 시아파이며 과거 페르시아제국으로서 최강의 국가였다는 것 외에 이란에 대해서는 무지한 편이었다.
"정말 낭만적이지 않아?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테헤란이라는 도시에 내가 서 있다는 것 자체가, 그 철저한 타인들 속에서 '내 사람'이라는 씨앗을 뿌린다는 일이, 이국적이다 못해 낯설고 신기한 이 나라에서 혼자 마음이 시키는 대로 돌아다니고 날씨 좋은 날이면 공원에 자리 잡고 앉아 루싸리를 예쁘게 쓴 채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다는 게 ......."
정제희 작가의 《테헤란 나이트》를 읽으며 이란의 다채로운 표정들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이란어를 전공한 저자가 운명처럼 이끌려 떠난 곳 이란에서 공부하며 느꼈던 일들을 진솔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친구처럼 다정하고 친근하다. 저자는 이란의 문화와 민족성향, 그들이 가지고 있는 한국이라는 나라의 애착, 차도르의 다양함, 이란 여성들의 의외로 ? 자유로운 사고방식, 이란의 음식, 이란의 교통, 이란의 사랑등 많은 부분들을 체험하며 느꼈던 것들을 매우 솔직하게 들려주고 있어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잔잔한 미소가 피어나고는 하였다. 어떠한 것을 사랑할 때, 사랑하면 알고 싶어진다. 그래서 유홍준 교수는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인다'라는 멋진 말을 남겨주었다. 저자가 이란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란을 알게 되고 이란의 민낯 그대로를 생생하게 르포해주고 있는 모습에서 깊은 애정을 느낀다. 무언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아마도 그런 것이 아닐까, 사랑하는 대상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역사를 알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아마도 이 책의 매력은 그런 사랑하는 대상에 매우 충실하다는 점이 아닐까한다. 저자가 이란을 사랑하는 눈길에서, 그리고 이란이 낯선 한국에 이란의 생생한 민낯을 전해주기 위해 솔직하게 써내간 글에서 저절로 이란에 대한 애정이 샘솟는 기분을 느끼곤 하였다.
그곳에 가서 이란의 살인적인 교통체증을 느끼며 택시를 타보고 싶고, 날라리들이 모인다는 니여바런 공원에도 가보고 싶고, 바리스타 다섯 명이 만들어내는 비싼 커피맛 조차도 맛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곤 하였다. 그만큼 이란의 모든 것들이 생소하면서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아마도 작가의 눈에 비친 이란의 사랑때문이리라. 저자의 창으로 보는 이란 여행은 영화나 소설에서 접해왔던 신비로운 이미지의 이란을 한꺼풀 벗겨주었으며 이란은 어느새 우리의 삶과 같은 문화를 가지고 있는 그저 보통 사람들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기도 하였다. 이란도 우리와 똑같은 삶의 문화를 써나가고 있는 그저 보통의 나라라는 것, 이란이 성큼 가슴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