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 따뜻한 신념으로 일군 작은 기적, 천종호 판사의 소년재판 이야기
천종호 지음 / 우리학교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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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먹먹하여 손에 들었다.놨다를 여러 번 하였다. 남편도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요즘들어 부쩍 힘에 부쳐한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가르쳐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는 하소연을 종종 하곤 한다. 이유는 가정에서 제대로 된 인성교육을 하지 않는데다가 성적만 잘 나오면 된다는 부모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나 역시 학부모이기에 청소년 교육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청소년 교육에 대한 아무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이 책을 접하게 되었는데 청소년 문제가 상상 했던 것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가 처음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의 일이다. 학교 바로 옆이 아빠의 학원이라 돈이 필요하지 않을 텐데 아이가 학교에 천원을 가져가야 한다고 떼를 썼다. 준비물도 아니고, 군것질도 아닌 ‘그냥’이라고 얼버무리는 아이가 이상하여 꼬치꼬치 캐묻자, 반의 한 아이가 천원을 매일 자기에게 갖다 바치라고 했다고 한다. 아이의 부모를 잘 알고 있었기에 아이의 엄마에게 아들이 학교에서 그러고 다니는 걸 알고 있냐고 물었더니 상대 엄마는 ‘우리 아들 같이 착한 아이가 그럴 리가 없다’면서 오히려 화를 내는 것이다. 우리는 아이에게 그래도 상처를 줄 수 없으니 일이 커지기 전에 선생님께 주의를 주는 것이 좋겠다며 학부모들이 아닌 선생님께 지도를 부탁하였는데 대부분의 엄마들이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자신의 아이들에 터무니없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작년 이맘때 한 여중생이 아파트에서 투신자살을 하였다. 그 학생은 중학교 3년간을 성적 조작을 해 왔다. 부모는 항상 그 학생이 공부를 잘하는 줄만 알고 있었는데 막상 고등학교를 선택하는 날이 다가오자 혼자 전전긍긍하다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였다. 평상시에 부모가 조금이라도 관심을 두고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비극이다. ‘우리 아이는 절대 그렇지 않다’ 는 근거 없는 믿음과 아이들에게 사랑보다는 물질적 욕망만을 채워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믿는 부모들의 그릇된 판단력이 현 사회 청소년들의 일탈과 방황에 동조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 책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를 읽으면서 나 역시도 너무도 많은 부끄러움과 반성을 해야 했다. 좋은 어른은 못되더라도 최소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청소년들에게 관심과 사랑정도는 가지고 있어야겠다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SBS 스페샬 다큐 ‘학교의 눈물’로 소년법정에서 소년재판을 담당하고 있던 천종호 판사가 써내려간 글에는 청소년들의 방황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의 아픔과 눈물로 얼룩져있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병들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아들이 일진에서 주먹싸움을 하다가 법정에 왔어도 아들과 친구들은 일진이 아니라고 두둔하는 아버지, 공부 잘하는 딸이 남의 돈을 빼앗아도 감싸주는 어머니를 향해 일침과 호통으로 일관하는 판사의 모습에서는 그래서 아픈 절규가 묻어나온다. 아들이 학교에서 폭력으로 빼앗은 옷을 입고 다니는 아버지, 아들의 참회 어린 외침에도 냉랭함을 보이는 어머니의 서늘함, 아들의 폭행에 상대학생이 자퇴를 하였는데도 뉘우침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피해자의 아버지, 책을 읽다보면 이 책이 비행청소년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어른들의 자화상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이 어른들을 공경하지 않는 모습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보인다. 노인을 폭행한 청소년의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전파를 타고 상상초월의 흉포하고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넘쳐난다. 뿐만아니라, 청소년 성폭행문제도 위험수위를 넘은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 청소년을 향한 소통과 화해의 벽은 높아져만 가고 있다. 책을 통해 만나 본 청소년들은 정말 너무도 아픈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정에 굶주린 아이들은 천종호 판사의 가슴을 울리는 한 마디로 순식간에 마음의 빗장을 허문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로지 가슴과 가슴에서 이루어지는 소통의 한 마디라는 것을 다시한번 뼈져리게 느낀다. 우리는 언제부터 아이들에게 사랑의 한 마디도 해주지 못하는 어른이 된 것일까? 정말 어른으로서 너무 부끄럽고 미안하다.

당신이 지쳐서

기도할 수 없고

눈물이 빗물처럼

흘러 내릴 때

누군가 널 위하여

누군가 기도하네

네가 홀로 외로워서

마음이 무너질 때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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