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국을 보았다 나는 천국을 보았다 1
이븐 알렉산더 지음, 고미라 옮김 / 김영사 / 201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과학과 관련된 책들을 접하면서 알게 된 하나의 사실이 있다. 과학은 항상 현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증명하기 위해 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들조차 과학자들에게는 증명의 단계를 거쳐야만 실존하게 된다. 이런 과학자들의 사고는 과학지상주의와 진화론적 세계관으로 이어지기에 항상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며칠 전에 읽었던 신무신론자인 샘 해리스의 주장 역시도 과학자로서의 끊임없는 시도와 문제의식은 좋았지만, 결국은 진화론적 세계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진화론적 세계관은 사람을 하나의 물건이라는 가치밖에 가지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정신적인 면보다는 물질적인 면들을 부각시킨다. 하지만 사람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절대 물건과 동일선상에 놓여 질수 없는 것이다. 인간의 가치가 지금처럼 하찮은 존재로 취급당하게 된데에는 이런 진화론적 세계관의 영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학박사이자, 뇌과학자인 저자 이븐 알렉산더 역시 임사체험을 하기 전에는 진화론적 세계관을 가진 여느 과학자들과 같았다.  수많은 임사체험 사례를 보면서도 과학적인 검증 과정으로 설명되지 않았기에 믿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희귀한 박테리아성 뇌막염에 걸려 7일 동안의 사후체험은 저자의 사고전체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된다.

 

 

저자는 매일 죽음을 목격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현실 세계를 끊임없이 증명해주는 과학의 증거들을 접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저자가 뇌 과학을 선택하게 된 동기도 신경세포를 통해 ‘ 추상적인 앎의 요소와 순전히 물질적인 요소가 조합’ 되는 것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뇌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두개골을 덮고 있는 여러 피부 층과 조직을 떼어놓고 마이다스 렉스 드릴이라고 하는 고속 압축공기 장치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런 뇌의 뉴런이 작동하는 모습을 볼 때 마다 저자는 과학이 주는 절대적 정직성과 깨끗함을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과학은 하나의 사실이 확실하고 신뢰 할 만하면 수용되고, 그렇지 않으면 버려졌다. 과학이 주는 정직성과 성실함, 정확성, 이런 접근법으로 보면 영혼이나 심령적인 일들, 또는 인격의 토대가 되는 뇌가 기능을 멈춘 후에도 삶이 지속된다는 이야기들은 과학자이자 의사인 저자의 머릿속에는 자리할 곳이 없었다.

 

그러나, 뇌사상태에 빠진 저자가 말하는 우주의 모습은 자신이 생각했던 모든 사고를 바꾸어 놓았다고 한다.

 

 ‘나는 그 7일간의 경험이, 내가 40여 년간 인간의 두뇌에 대해, 우주에 대해, 무엇이 실제를 구성하는지에 대해 배워왔던 모든 내용들과 맞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씨름해야만 했다.’

 

 저자는 자신이 경험한 우주에 대해서 그동안 과학자들이 말하는 ‘자유의지’라는 개념이 잘못 인지되어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이나 무신론자들이 주장하는 ‘자유의지가 없다’라고 말하지만 죽음 상태에서 너무도 확실히 내면의 자아의식을 생생히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한다’ 라는 것은 무신론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무의식의 자아로 ‘경험’하였던 행동 메커니즘이라는 결과로 보고 있지만, 실제 ‘생각한다’의 자아는, 우리안에 진정한 내면의 자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회복하게 될 진정한 영적 자아이다. 그리고 저자는 ‘영적자아’를 체험한 것이다.

 

또한 저자가 경험한 우주는 묘사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복합적이라는 것과, 의식이야말로 모든 것의 토대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저자는 자신의 의식과 완전히 연결되어 있는 것을 느끼며 ‘나’와 내가 속해 있는 세상이 거의 구분되지 않을 지경이었다며 우주에 대한 사고를 바꿔야 한다고 한다.

첫째로, 당장 우주의 가시적인 부분만을 보더라도 우주는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광대하다.

둘째로, 우린 모두는 각자 더 큰 우주 속에 복잡하게,빠져나올 수 없는 방식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셋째로, ‘정신력의 문제’를 뒷받침 해주는 데 있어서 믿음의 힘이 지극히 중요하다.

 

우주생물학자이자 천문학과 교수인 크리스 임피의《세상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에서는 우리의 몸은 별의 중심에서 만들어져 수 세대의 별들을 거쳐 온 원자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현대 과학이 밝혀낸 바에 의하면 우리의 몸을 이루는 모든 원자들은 무한히 작은 곳에서 다른 모든 원자들과 함께 있었고, 이 창조의 순간은 우주와 인간을 이어주는 구심점이다. 우리는 독특한 감각기관들로 둘러싸여, 원자 내의 양자에서부터 우주 전체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지각에 비례해서 축소된, 우리에게 익숙한 시간과 공간의 차원 속에서 살아간다. 이러한 차원들은 그 안에 많은 해당 내용들을 포함시키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다른 차원들로부터 우리를 차단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저자가 경험한 우주는 크리스 임피가 주장하는 바와 다르지 않다. 저자는 그 속의 어떤 차원이나 수준을 정말로 이해하려면 그 차원의 일부가 되어야만 이해가 가능하게끔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우주에 속해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고 한다.

 

당신은 스스로 의식하지 못했을지라도 자기 안의 한 부분이 이미 우주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평생을 바쳐 연구한 과학과, 내가 저 너머에서 배운 것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이 둘이 모순된다고 믿고 있다. 유물론적 세계관에 고착된 과학계의 일부 구성원들은 과학과 영성이 양립될 수 없다고 고집스럽게 주장하고 있다.

저자는 뇌사 상태에 빠진 7일 동안 지상에서 올라오는 기도가 자신을 감싸는 순간들을 느끼고 우주를 창조한 창조자의 존재를 너무도 생생히 느꼈다고 한다. 말로서는 다 표현하지 못하지만, 분명히 우주의 일원이 되는 순간을 경험했다고 한다. 정말이지 매우 독특한 책이다. 내가 독특하다라고 하는 것은 그가 죽음을 경험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답답하게 느껴왔던 과학자들의 사고와 현재 팽배해 있는 진화론적 세계관에 직접적인 반기를 든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과학자가 말이다.

《나는 천국을 보았다》는 초현실적인 종교관도 아니고 비현실적인 사고도 아니다. 죽음을 겪은 한 과학자의 사고변화를 통해 우리의 세계관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이제까지 유물론적 세계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과학적 세계관에서  범세계적인 시야로 넓혀주고 있다. 삶과 죽음, 그리고 영혼에 대한 과학적 고찰이라는 개성 넘치는  과학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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