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와 그 적들 - 콤플렉스 덩어리 한국 사회에서 상처받지 않고 사는 법
이나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가끔씩 나는 헷갈린다. 나를 기준으로 하여 윗세대와 신세대의 차이가 극명해지기 때문이다. 내 주위에는 존경할 만한 어른들이 많다. 그분들의 노력과 끈기, 성실함, 몸에 밴 근검 절약을 보며 배우는 자세를 자연적으로 익히게 해주기 때문에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반면 나를 포함한 신세대들은 고생을 모르고 자라서인지 어른들 앞에서 할 말 다한다. 쉬는 날 일 때문에 좀 나오라하면 입부터 대빨나온다. 손해 보기 싫어하고 인내심 없고 최신 스마트폰을 사용하지만 전화외의 기능을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어른들에게 있는 노력, 끈기, 성실, 절약 정신, 찾아 볼 수 없다.

 

며칠 전 군청 자유게시판에 60 대 노인이 아들과 싸운 이야기를 올렸다. 순식간에 게시판이 후끈 달아올랐다. 노인의 사연인즉, 아침에 아들이 유산을 미리 땡겨 달라 했다는 것이다. 45세 아들은 전세아파트에 월 300만원의 월급을 받고 두 아이의 가장이다. 아들은 두 아이 모두 남부럽지 않게 교육시키며 피아노,미술, 영어학원을 보낸다. 아들은 자신의 월급으로는 생활비와 교육비가 감당이 안 되니 유산을 줄 거면 미리 땡겨 달라고 했다. 아들의 말에 속이 상한 아버지는 게시판에 하소연을 올린 것이었는데  아버지는 아들에게 평소에도 서운한 것이 많았었던 모양이다. 아버지는 겨울에도 기름 값을 아끼려고 전기장판을 사용하며 춥게 사는 반면, 아들은 한겨울에도 반팔을 입고 산다고 한다. 게다가 아버지는 핸드폰도 여전히 똑딱이 폰을 사용하고 있지만, 아들과 며느리는 모두 최신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아버지는 차가 한 대밖에 없는데 아들은 차가 두 대나 있다. 구구절절히 써내려간 아들과 아버지의 이야기에 많은 사람이 동조하는 분위기였으나, 누군가가 노인을  아들 잘못 키운 아버지로 비난하기 시작하자 분위기는 다른 기류를 타기 시작했다.  

 

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남의 이야기 같지 않게 느껴진 이유는 실제로 이런 가족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 한국 사회와 적들에서 보여주고 있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콤플렉스의  집합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들은 지나치게 물질 지향적인 삶을 살고 있는 소비문화의 자화상이다. 소비에 길들여지면 정작 중요한 사랑, 영혼 같은 것에 최소한의 관심도 갖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아들의 그런 사고를 부추겼던 것은 부모의 경제적 능력 때문이기도 하다. 돈 나올 곳이 있다고 믿고 있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에 어려움을 모르고 자란 탓이다. 심리학 용어로 힘든 것을 하지 않으려는 영원한 아이 증후군이다.

  인터넷에 아버지가 쓴 글을 보고 집단 공격하는 행동 또한 문제가 있다. 인간에게는 누군가를 몰래 숨어서 관찰하고 싶은 본능이 있다. 영어에서는 이런 마음을 피핑톰이라고 한다. 그런 본능에 무리를 짓게 되면 더욱 폭력성이 두드러진다. 분석심리학자 융은 집단 속에서 사람들은 언제든 서로에게 늑대로 돌변할 수 있는 존재라고 했다. 집단 전체가 한 명을 목표로 공격하면 그 잔인함이 도를 넘을 수 있는 것이 인간의 다듬어지지 않은 본능이다. 저자는 다수를 위해 한두 명 정도는 희생될 수 있다는 생각은 , 지구촌이 보다 쾌적해지기 위해 유대인을 말살해야 한다는 나치즘과 엄밀한 의미에서 다르지 않다고 한다.

 

융 심리학에서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내면의 참 자기를 찾는 개성화라고 한다. 개성화란 주변 상황이나 집단적은 흐름 또는 대세에 동조하기보다는 참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관심을 갖고, 자기 내부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가치대로 사는 것을 의미한다. 융은 자신의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 무의식을 들여다보고 작업해야 개성화를 성취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심리전문가 이나미박사는 한국 사회가 병들어있는 모습을 그대로 직시할 수 있도록 사회에서 문제시 되고 있는 이슈와 트렌드에 심리학이라는 돋보기를 통해 한국 사회에 만연한 콤플렉스의 면면들을 파헤친다. 저자는 한국 사회와 그 적들을 통해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쳤던 문제들이 현재 한국을 위협하는 거대한 암적인 존재가 되어 우리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며 이제까지 들춰내기 부끄러웠던 한국의 사회의 어두운 면을 밝히는데 주저함이 없다.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지만, 애써 외면해 왔던 문제들인 물질만능주의, 허례허식, 교육문제, 집단행위, 불신, 극심한 세대차, 분노의 얼굴들, 폭력, 어디에서도 위안을 받지 못하는 어른들, 가족해체, 중독된 사람들, 약한 자아와 같은 콤플렉스 덩어리들에 심리학이라는 메스로 예리한 분석을 하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일말의 미화도 덧붙임도 없기에  곪아 터져 있는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기분은 편치 않다. 그러나, 우리 사회 이대로 괜찮을까 하는 걱정 아닌 걱정을 하다 보면 오히려 그러한 걱정이 현사회를 더 정확히 직시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저자는 심리학의 궁극적인 목적인 한국인의 저변에 깔려있는 진정한 참 모습을 찾기를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분노와 콤플렉스 덩어리로 변해 버렸지만, 한국인 저변에 깔려 있는 참모습을 찾는다면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고 말하는 저자.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너무도 통렬하게 비틀어주고 있어 오히려 속시원한 느낌이 드는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국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문제가 많다고 떠들고, 함께 고민하고, 서로를 원망하고, 자책하고, 또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역동성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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