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넘어 함박눈
다나베 세이코 지음, 서혜영 옮김 / 포레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그러니까 한 이십 년 전이다. 지금의 남편을 만난지가. 배우자를 일찍 만났다는 것은 사회생활에 매우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 중 가장 좋은 점은 적어도 배우자를 찾기 위해 시간을 낭비할 새가 없었다는 것? 그래서인지 난 가끔 연애세포가 궁금할 때가 있다. 이성을 만날 때 느끼는 흥분이나 열정과도 같은 감정이 어떤 것인지를 잊은지가 너무 오래되었다. 남편을 만날 때도 이십대에는 집까지 찾아오는 남자들도 있었는데 삼십대가 되니 쫓아오기는커녕 아줌마 소리 안들으면 다행이다. 지금은 애엄마라고 하면 놀라는 시늉해주는 사람이 가장 반갑다

 

솔직히 다나베 세이코의 소설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사실 일본 작가들에 대해서는 편견이 심한 편이다. 서른 넘어 함박눈도 지나치게 통속적이라는 생각에 머물게 한다. 읽으면서 역시 일본의 여자들을 자유분방한 것일까? 아니면 여전히 나는 고지식한가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우선 첫 번째 이야기<지금 몇 시예요?> 에 나오는 여자도 그렇다. 처음 만나는 남자에게 항상 지금 몇 시예요라며 시간을 묻는 그녀, 그리고는 그 남자와 공상의 순간을 즐기는 여자, 그러면서 공상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도 즐길 수 있다고 하는 서른의 여자를 만났을 때, 나는 순간 이 여자 미쳤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게 화가 나서 미쳤다는 말이 아니라, 너무 웃겨서의 미쳤구나이다. 엉뚱하고 발랄한 그래서 용서가 되는 여자? 이긴 하지만, 서른이란 나이는 이렇게 외로운 나이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이야기다.

 

두 번째 여자 이야기는 더 쌩뚱맞다. 청결에 집착하는 서른 여자의 지저분한 룸메이트 루미코의 이야기. 어느 날 루미코의 방을 청소하다가 집안 구석에 쳐 박혀 있는 하얀 특대 면 팬티를 보며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이 여자도 사실 정상이 아니다. 주인공이 여전히 싱글로 게다가 인기 없는 싱글로 남아 있는 이유는 지나치게 청결에 집착한다는 이유라나, 그래서인지 하얀 면 팬티를 본 순간 하양과 청결이 자신의 이상형을 만난 듯 했나보다. 하얀 특대 면 팬티의 주인공에 대해서 물어보자 루미코는 고릴라같이 생긴 다정한 사람이 웃으면 어린애 같다라고 한다. 주인공은 사랑이란 고릴라도 다정하게 느끼게 한다며 혼자 즐거운 상상을 하며 청소를 한다. 대체 이 여자는 무엇을 기대했던 걸까.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사랑의 주인공은 <바람구멍>의 서른 한 살 여자인지도 모르겠다. 그녀에게 사랑이란 감정은 나쁘진 않지만 불타오르지도 않는 , 서로 사랑한다는 말 한 번 오가지 않지만 없으면 외롭고 허전하기에 찾게 되는 사랑이다. 아마도 그것이 서른의 사랑?

 

그래도 낭만이 영 없지만은 않다. <깜짝 우동>의 서른의 주인공은 엄마와 결혼문제로 싸우던 중 대부분의 딸들이 그러하듯 엄마 가슴에 대 못 여러 번 박다가 결국은 엄마가 가출하게 된다. 엄마가 자주 가던 곳을 둘러보던 중 깜짝 우동집에서 마주친 한 남자와의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하게 된다. 집나간 엄마가 매개체가 되어서 만나게 된 이 남자와의 시작은 그래도 나름 낭만적이다.

 

하지만, <그래도 좋아해>의 주인공 야스에와 유지의 이야기는 아마도 여자들이 가장 피해야 할 결혼이 아닐까 한다. 유부남인지 모르고 좋아했던 남자의 아내가 출산하던 중 죽게 되자 결혼 한 야스에. 유지가 사고가 나서 허리를 다치자 집에 쉬게 되고 이후 직장을 혼자 다니면서 살뜰히 돌보는 매우 가정적인 여자이다. 유지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느낀 순간, 찾아 온 젊은 여자를 보고도 유지가 없으면 살 수 없다는 야스에의 수동적인 자세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돌이켜보니 서른이라는 나이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를 나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사랑이라는 파릇파릇함이 남아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외로울 틈 없이 지내왔던 탓이다. 그래서인지 서른의 여자들이 펼치는 삶이라는 향연은 조금 낯설게 다가왔다. 마치 봄날에 갑자기 내리는 함박눈에 당혹감이 드는 것처럼 서른 여자들의 이야기는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그런데 다시 웃음이 나게 되는 것은  서른까지 미혼이었다면 아마 나도 그랬을지도 몰라하는 연대감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주인공들이 이해가 가는 것은 아니지만, 다소 통속적이더라도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라 공감하게 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서른 여자의 다이어리를 몰래 훔쳐 본 기분처럼, 매우 은밀한 감정을 공유한 기분이 들기도 한, 알쏭달쏭, 알 듯 모를 듯한 서른 여자들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결혼관이 아닐까한다.

 

서른 여자의 생각 , 궁금해요? 궁금하면 ~~~ 오 백 원...이 아닌 함박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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