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책 읽기 - 뚜루와 함께 고고씽~ 베스트컬렉션 39 카페에서 책 읽기 1
뚜루 지음 / 나무발전소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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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 나는 엉뚱하게도 눈으로 커피를 마신다. 눈으로 커피를 꿀꺽꿀꺽 마시는 상상은 실제로 마시는 것과 같은 효과의 포만감이 있다. 내가 이런 상상을 하는 것은  커피를 마실 기운조차 없을 때이다. 전혀 다른 비유지만, 《카페에서 책읽기》는 눈으로 마시는 책같다. 책에 실려있는 39편의 책을 마시고 나니 39편의 책을 읽은 느낌과 똑같은 느낌이 든다. 마치 커피를 마시지 않고 바라만 보아도 포만감이 느껴지는 것처럼 ...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는 말보다,  화려한 미사여구의 말보다 서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이 독자와 얼마만큼 교감을 하느냐에 있다고 생각한다. 서평은 독자에게  책의 감동을 대신 전달해주는 존재와도 같다.

 

사실 처음 국내 최초의 카툰 서평이라는 책 소개를 보았을 때는 딱히 읽고 싶지 않은 책이기도 하였다.나는 어렸을 적부터 유난히 만화책을 좋아했다. 어린 시절의 기억 한편에는 만화방 구석에 쪼그려 앉아 보던 단골만화방의 내가 늘 떠올려 질 정도로 만화 매니아였다. 그럼에도 카툰 서평집을 읽는다는 것은  내게는 너무 가벼운 책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채널예스에서 뚜루의 고고씽을 볼 때마다 웃음과 덤으로  좋은 책을 알게 되어 부러 찾아 읽고는 하였다.  뚜루가 책을 내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름의 인기를 짐작정도는 하고 있었다. 하지만, 솔직히 그것조차  좋은 현상이라 생각하진 않았다. 점점 책을 읽는 인구는 줄어들고 있고 서평조차 카툰으로 보려한다는 것이 몸에 좋은 한식을 두고  영양가 하나 없는 인스턴트 식품을 선호하는 젊은 이들 취향과 같이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런 염려 반 호기심 반으로 읽게 된 카툰서평은 그런 편견을 무참히 깨뜨려주었다.

 

 

 

이 책은 뚜루가 예스블로그에 카툰으로 올린 서평들이다. 주제별로 장르구분없이 실어놓은 총39편의 서평을 읽으면서 놀라웠던 것은 내가 모르는 책이 많았다는 것 !!!!  그동안  꽤나 책 좀 읽는다고 생각했었는데  39편중 내가 읽은 책은 5편에 불과하다. <1Q8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애도하는 사람><영원의 아이><모래의여자>가 전부이다.  첫 시작부터 나의 오만함을 꾸짖으며 읽어나간 책은 빨려들 듯이 심취해서 읽었다.

 

 

가끔 나는 독서와 서평은 일란성 쌍둥이라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하였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동은 서평을 통해 문장으로 다시 재생산 된다.  감동이 문자화 되면서 삶을 통찰하는 무수한 단어들이 익어간다. 막연하였던 감동이 글로 만들어지고 나서야 문학의 옷을 입고 눈앞에 실체를 드러내고는 하였다. 나는 그래서 독서와 서평은 같은 박자로 같은 걸음을 걸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카툰 서평집을 보면서 반가웠던 것은 평소 내가 느끼던 그대로의 서평집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동그대로 펼쳐지는 카툰을 보면서 뚜루라는 작가 또한 카툰에 문학의 옷을 입히기 위해 고군분투했을 모습이 충분히 짐작되었다.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인생>의 주인공이 희귀병을 앓으며 아름다운 눈결정체가 곧 사라질 아름다움이라는 장면만으로도 '두근두근 내인생' 이 얼마나 슬픈 이야기일지 느껴졌다.  뚜루의 서평은 전체적으로 책의 감동을 잘 포착하고 있었고 김애란 작가의 간결함과 천명관 작가를 닮은 질펀한 해학과 능청스러운 입심으로 서평의 깨알같은 재미를 준다. 가족과 사랑, 그리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고찰과 인간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늙음에 대한 철학등 저자는 문학과 철학, 인문을 넘나들며 재미있고 즐거운 자신만의 카툰 서평을 쓰고 있다.  뚜루의 서평 챕터 중 가장 재미있고 재치있고 즐거웠던 장은 개인적으로 3부 '미스터리와 판타지와 호러가 뒤섞인 곳'을 꼽고 싶다. 진지할 때는 한없이 진지하지만, 미스터리의 성격상 스포일러도 살짝 깔아주면서 호기심에 꼭 한번 책을 읽고 싶어질 정도의 감칠맛이 나는 부분이다. 나의 독서취향 중  미스터리와 판타지 호러장르는  일년에 손에 꼽히게 읽는 , 정말 가뭄에 콩 날 정도로 읽는 장르인데 뚜루의 서평을 보니 우타나 쇼고나 미쓰다 신조,미야베 미유키,마키 사쓰지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우타나 쇼고외에는 모두 낯설은, 만나보지 못한 작가들이다. (정말 좌절했다 ㅠㅠ) 게다가  밀리언셀러 클럽이라든지 블랙팬클럽 시리즈등은 듣보잡의 시리즈물이였다. 아 ~ 정말 세상은 인생도처유상수로도다.....

 

 

 

 

누쿠이 도쿠로의 <난반사>는 참고로 적어놓는다. 가끔은 융통성없이 돌아갈 줄 모르는 부분이 꼭 나를 보는 것 같아서 사진도 첨부하는데, 이런 사람은 어쩌면 더 위험할 수 있다. 아주 작고 사소한 ‘한번쯤’이 운명을 바꾸어버리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어쩌다 땡땡이 한 번 치면 걸리는 것이 ‘나’였다 )

책을 읽는다는 것은 책을 읽는 주체인 '나'와 텍스트로서의 '세계'가 서로 만나 문학이라는 가상공간을 체험하게 해주는 행위이다. 오랫동안 책을 읽어오면서 나는 한 번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문학을 통해 수많은 삶을 대신 경험해왔다. 그 경험은 서평으로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독서와 서평이 어울리는 한 쌍이라는 것은 이 책 <카페에서 책읽기>를 읽으면서도 깨닫게 되었다. 서평은 책읽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독서의 주체인 '나'와 문학이라는 '가상공간'을 이어주는 다리이다. 뚜루의 다리로 건너가 본 39편의 문학공간은 눈으로 커피를 마시듯 편안하고 즐거운 상상공간이었다. 《카페에서 책읽기》를 읽기 전까지 내 몸 상태는 봄이면 찾아오는 알레르기성 비염과 재채기로 피로한 나날이었다. 비염으로 눈이 침침하고 눈물이 나는 상태에서 만난 뚜루의 카툰 서평을 읽으면서 돌기 시작한 엔돌핀으로 잠시나마 피로함을 덜고 눈으로 책을 마셨다. 후루루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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