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창비시선 357
함민복 지음 / 창비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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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한 여자가 청소기로 청소를 하다가 하늘에 걸린 구름을 빨아들였다. 오늘 출근길에 잠시 눈에 들어 온 영상이었다.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늘에 잔뜩 낀 먹구름을 청소기로 빨아들이고 싶은 날이다. 맑은 하늘에 낀 먹구름은 봄에 낀 황사가 반갑지 않은 손님인 것처럼 불청객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그리고 때론 우리 사회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 같은 암울함을 풍긴다. 삶은 때론 투명하고 밝은 듯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만은 않듯이 먹구름이 하늘의 일부인 것처럼 삶은 어두움과 공존한다. 함민복 시인의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의 시에 그러한 현실세계가 잘 표현되어진 기분이다.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뜨겁고 깊고

단호하게

순간순간을 사랑하며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바로 실천하며 살아야 하는데

현실은 딴전

딴전이 있어

세상이 윤활히 돌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초승달로 눈물을 끊어보기도 하지만

늘 딴전이어서

죽음이 뒤에서 나를 몰고 가는가

죽음이 앞에서 나를 잡아당기고 있는가

그래도 세계는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단호하고 깊고

뜨겁게 나를 낳아주고 있으니

 

 

 

 

눈꺼풀에 대한 함민복 시인의 깊은 사유는 세상을 보는 깊은 통찰이 느껴진다. 눈꺼풀이라는 것은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일까. 이 시에서는 혼탁한 세상에서 육체와 영혼의 경계, 또는 현실과 이상의 경계는 눈꺼풀이다. 랑시에르가 ‘본다(viewing'는 행위가 ’앎‘이라는 지식과 연결되어 행동된다고 주장했던 것처럼 우리는 보는 것으로 무지를 깨닫고 행동으로 나타나는 과정을 거친다. 무엇인가를 보는 행위는 처음에 수동적인 자세에 불과하지만 본다는 것은 곧 능동적인 형태가 되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이러한 과정이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과 이상사이 존재하는 함민복 시인의 눈꺼풀은 그래서 ’단호하고 깊고 뜨겁다‘ . 세상을 볼 때 시인의 내면은 단호하고 깊고 뜨겁지만, 현실의 시인은 그렇지 못하기에 서글프다. 현대인들 대부분이 체험하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으로 인해 고독을 채집하는 순례자의 모습을 하고 있듯이 함민복 시인의 현실은 죽음이 몰고 가는 양 고독함이 묻어난다. 시인의 시는 이렇게 보는 것에서 나아가 행동하는 시로의 귀결이다. 시인은 자신이 주체가 되어 현실생활을 체험한 그대로의 삶을 사유토록 한다.

 

 

함민복 시인은 자신의 시를 “인간과 세계를 번역하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의 시에 의해 우리의 삶, 사회, 문명이 새로운 의미를 획득한다. 보이지 않는 것, 애써 보지 않으려는 것들이 그의 시에서 재탄생한다.

 

 

 

 

 낮 달

 

너도 궤도를 벗어나

자유롭게 흐르고 싶은 것이냐

구름빛 낮달

 

 

 

넘쳐나는 소비사회에서 버려진 쓸모 없는 것(줄자,죽은시계,앉은뱅이저울,폐타이어)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은 따스하게 어루만져주며 현실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더불어 자연과 공생하는 삶을 노래함에 주저함이 없다. 삶이라는 척박한 땅에 뿌려진 시의 언어들은 현실이라는 망망대해에서 낚아 올려져 비로소 자신의 이름을 찾으며 존재하게 된다. 실존하게 된 뒤에라야  꽃망울을 터트리고 새순이 돋아나는 모습의 봄의 모습처럼, 생동감 넘치는 생명의 시가 되었다. 함민복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연상되어진 먹구름을 빨아들이는 청소기를 보는 기분처럼  함민복 시인은 사물이라는 본질을 빨아들여 다시 내뱉아 ‘보임의 세계에서 해방된' 사물 고유의 본성을 감지하게 한다. 함민복 시인의 시는 그렇게 시와 세계를 연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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