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의지는 없다 -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하는 자유 의지의 허구성
샘 해리스 지음, 배현 옮김 / 시공사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맥주를 즐겨 마신다. 마시고 나서는 내일부터 마시지 말아야지 하는 의지를 불태우곤 한다. 그러나, 다음 날 난 어김없이 맥주를 마시고 있다. 그럼 맥주를 마시지 말자고 하는 의지는 어디에서 기인한 걸까. 술이 몸에 나쁘다는 것은 나도 알지만 내 입맛은 맥주 맛을 기억하고 있다. 그럼 맥주를 마시겠다는 것은 누구의 의지일까? 분명 나는 맥주를 마시지 않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다음 날 어김없이 맥주를 마신다. 여기서 맥주를 마신다는 주체는 과연 누구일까?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존재한다.’가 최근 철학자들의 동네북이 된 이유를 떠올려보면 나는 생각한다의 주체 때문이다. 생각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인간, 생각으로서 존재가 증명되는 이 생각한다의 주체는 무의식의 존재이다. 여기서 생각하는 자아는 실존의 내가 아닌 의식하지 못한 채 잠재 되어 있는 자아이다. 조금 더 쉽게 라깡의 말을 빌리자면, 여기서 생각하는존재 자체가 실질적 자아가 아닌 ' 상상속의 오인된 자아, 무의식의 자아라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이다. 이런 무의식의 자아를 이해하기 위한 심리적 접근이 이 책 자유 의지는 없다이다.

 

자유 의지는 환상이다!”

 

그럼 우리에게는 자유 의지란 무엇일까?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자유 의지라는 개념은 필수불가결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무언가를 선택할 때 또는 행동할 때 자유 의지는 생각한다에서 시작된다. 생각은 대부분 경험에 의하여 발생된다. 무엇인가를 선택할 때 선택의 가장 결정적인 역할은 바로 경험에서 일어난다. 이런 경험에 의한 직관과 주체성의 감각은 우리 자신의 사고와 행동의 의식적인 원천이라는 감지된 감각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양립가능론자인 데니얼 데닛의 주장을 보면

우리의 사고와 행동은 비록 무의식의 원인의 산물이라 할지라도, 여전히 우리의사고와 행동이다. 우리의 뇌가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행하거나 결정하는 것은 모두가 우리가 행하고 결정한 것이다. 우리 행동의 원인을 우리가 언제나 주관적으로 인식할 수 없다는 사실이 자유 의지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의 의식적 사고만큼이나 우리의 무의식적인 신경생리학적 상태도 우리이기 때문이다.

 

위의 주장을 보면 우리의 뇌와 신체기관이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숱하게 결정을 내리는 것 또한 우리라는 결론을 얻는다. 그러나, 저자는 여기서 양립가능론이 자유 의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자유 의지를 무시하는 것이라는 논제를 서술한다우리가 의식적으로 의도하는 모든 것이 뇌에서 일어난 사건들에 의해 초래되는데, 정작 그 사건들은 우리가 의도하지 않은것이고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것이라면, 의식적 주체로서 우리가 어떻게 자유로 울 수 있겠냐는 것이다. 뇌가 의식적이든 아니든 특정하게 사고하고 행동하기로 결정했다면 이미 나의 자유 의지가 아니라는 것이 이 책의 골자이다.

 

그리고 저자는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인간의 행동에 대한 원인과 결과, 그리고 선택, 노력, 의도 관한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대부분이 자신의 자유로 선택을 하고 있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 것과는 달리 저자는 우리의 존재는 의식적 주체로서, 다른 여러 가지 부분들에 의해 좌우되는, 오직 일부에 불과하다는 말을 한다. 선택과 결정 또한 우리의 경험에 의한 무의식에 뿌리를 둔 우리 마음의 역량일 뿐 자유 의지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실제로 어떤 행동을 하기 이전에 뇌의 운동피질이 활발히 운동하고 있으며 피실험자들은 이미 어떤 행동을 할지 결정되어 있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저자는 자유 의지라는 것자체가 얼마나 일상에 무의미한 것이며 행동에 아무런 주체가 되고 있지 않음을 사건과 실험들로 논리정연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이것은 '자유 의지'라는 것으로 인간을 판단한다는 것이 얼마나 빈약한 논리인지를 보여주고자 함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예를 들면, 성실한 한 남자가 아무 이유 없이 한 여자를 찔렀다. 알고 보니 남자는 뇌종양에 걸려 있었고 뇌의 이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 이 사건은  살인을 저지른 남자가 절대 자신의 자유 의지에 의해 살인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하는 어떤 행동에 대해서 모든 것이 자유 의지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자유 의지가 아니라 우리의 행동이 믿음이나 욕망, 목표, 편견이 행동을 규정한다고 보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 책 자유 의지는 없다는 우리에게 자유 의지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이 자유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닌, 여러 가지의 행동 메커니즘의 결과라는 새 지평을  열어주고 있다. 어쨌든 나는 오늘도 맥주를 마시고, 내일은 마시지 않으리라는 다짐을 한다. 그리고 그것이 자유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어도 좋지 아니한가.

 

자유 의지가 존재하지 않을 때

우리는 더 자유로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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