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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의 종교를 넘어
달라이 라마 지음, 이현 옮김 / 김영사 / 2013년 2월
평점 :
세계가 다양성을 띠면 띨수록 ‘보편성’에 대한 가치가 절실해지는 것 같다. 이런 보편성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것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특히 도덕적 가치나 윤리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볼 때도 보편적 윤리는 이러한 인간적인 것을 기준으로 비난이나 칭송으로 나누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가 빠르게 하나로 묶이게 되면서부터 언제부터인가 세계 모든 경계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문명을 만들어왔던 모든 삶의 근간들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미래경제학자 앨빈 토플러가 말하듯이 제일 먼저 가족의 구조가 해체되고 있고, 매스미디어는 탈대량화되고 있으며, 우리의 생활양식과 가치관이 다변화되면서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사회가 형성되고 있다. 우리는 제3의 물결 초입에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종교 또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책이 아마도 《달라이 라마의 종교를 넘어》가 아닐까 한다. 이제까지 종교는 믿음을 근간으로 하여 지탱해왔다. 예루살렘의 역사를 다룬 《예루살렘 전기》에서는 이 종교에 대한 믿음의 뿌리가 깊으면 깊을수록 타종교간의 배척의 골도 깊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세 종교(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가 자기들의 종파만을 강요하며 타종교를 받아들이지 않을 때의 극적인 상황은 이렇게 예루살렘의 역사로 이미 증명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뺏고 빼앗기기를 되풀이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진정한 종교의 의미가 무언인지를 돌아보게 하기도 한다. (‘넓은 바다와 같이 넓고 큰 덕의 스승’이란 뜻의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의 종교와 정치의 지도자를 일컫는다. 이 책의 저자인 텐진 갸초는 제14대 달라이 라마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종교에 의지하지 않으며 신앙을 가진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똑같이 받아들일 수 있는 도덕에 대한 접근법입니다. 현세적 도덕이 그것입니다.
달라이 라마가 이 책에서 말하는 ‘보편적 도덕에 대해 새로운 현세적 접근법’이라는 것은 종교를 넘어서는 이타심에서 비롯된다. 모든 신앙에 대한 서로 간의 관용과 존경을 의미한다는 뜻의 ‘현세적’이란 말은 말 그대로 종교의 구별없이 신앙이 있는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매우 폭넓은 의미의 ‘사랑’이라는 개념이다. 이런 현세적 접근법은 인간에게 도덕과 내적 가치, 개인적 진실성에 대한 진정으로 다가갈 수 있는 보편적이고 지속될 수 있는 접근법이다.
*현세적 도덕에 대한 포괄적인 접근을 위해서는 단 두가지의 기본 원리를 인식해야 한다.
첫 번째 원리: ‘인간 존재라는 우리의 공통성’과 행복을 추구하고 고통을 피하려는 우리의 공통된 갈망을 인식하는 것.
두 번째 원리: 인간 실체의 핵심적 특징인 ‘상호의존성’을 이해하는 것.
(사회적 동물로서의 생물학적 실체)
이렇게 1장에서는 현세적 도덕의 의미와 필요성을 이해시키고 있으며 2장에서는 이런 현세적 도덕을 실행할 수 있는 ‘마음교육’에 대한 자아성찰의 장이다. ‘흘러넘칠 듯한 참기름 그릇을 옮기라는 명령을 왕에게서 받은 죄수에 대한 이야기’를 '조심스러움'이라는 덕목으로 표현하며 늘 깨어있는 마음과 자각을 통해 나날이 자신을 변화시키는 연습을 매일 하게 되면 커다란 기쁨과 내적 자신감의 근원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내적 자신감은 다시 타인의 이익을 위해 헌신하게 되며 세상은 종교를 넘어서 행복을 추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어떤 종교에도 속해 있지 않다
나의 종교는 사랑
모든 이의 가슴이 나의 시원이다.
종교도 이제는 반목과 대립이 아닌 인간에 대한 화해와 평화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는 데에 희망이 느껴지는 책이다. 인간에 대한 내적가치와 도덕윤리가 점점 퇴색해가고 그 자리를 물질이 대신하고 있는 세상에서 세상이 아무리 변화해도 인간이라면 무조건 타고나는 것은 바로 ‘사랑’이 아닌가 한다. 차동엽 신부님이 ‘사랑에게서 나와서 , 사랑으로 살다가, 끝내 사랑의 품에 안기는 것이 인생’이라고 말씀하셨던 것처럼, 사랑은 인류를 지탱하게 하는 근원적인 힘이다. 달라이 라마는 우리 모두가 도덕의 중요성을 배우고 우리 삶의 기본 관점을 내적 가치에 두게 될 때 우리의 미래는 긍정적으로 변화될 것이라고 한다. 종교는 이제까지 인류에 굉장한 영향을 끼쳐왔다. 때론 정치와 권력과 결탁하여 전쟁과 학살이라는 역사를 남기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보편적 도덕에 대해 새로운 현세적 접근법’으로 삶의 방식을 되새겨볼 일이다. 현자의 종교를 넘어서는 사랑이야기에는 깊은 사유로 비롯된 삶의 혜안들이 빛나고 있다. 종교인이 아닌 현자로서 달라이 라마의 위대함이 느껴진다.
“비참한 부자의 문 앞에 만족한 거지가 잠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