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어떻게 이동하는가 - 토플러가 말하는 제3 물결 정치학
앨빈 토플러 & 하이디 토플러 지음, 김원호 옮김 / 청림출판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영국의 주도로 이루어진 제 2의 산업혁명은 세계를 대량생산체제로 변화시켰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량생산은 무척 익숙한 시스템이다. 지금도 이런 대량생산이 건재한 듯 보이지만, 과거와는 전혀 다른 시스템으로 변화하고 있다. 한 바구니에 계란을 많이 담으면 바구니와 계란 모두 위험하듯이, 우리에게 닥친 현재는 바구니에 가득찬 계란과도 같다. 이제 우리는 이 가득찬  계란을 다른 바구니에 나누어 담아야 한다. 앨빈 토플러는 전작 《미래 쇼크》에서 우리의 가족 구조가 해체되고 있고, 매스미디어는 탈대량화되고 있으며, 우리의 생활양식과 가치관이 다변화되면서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사회가 형성되고 있다고 하였다. 이런 변화된 사회는  과거에 통용되어 왔던 정치적 분석으로는  이제 아무 의미가 없으며 새로운 변화를 읽고 준비하고 학습하는 것만이 우리에게 닥친 미래의 변화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한다. 토플러가 《정치는 어떻게 이동하는가》에서 주목한 것은 우리에게 닥칠 미래를 이해할 수 있는 거시적인 안목으로서의 ‘정치권력’이다.

 

정치권력이 의회, 대통령, 정부기관, 정당 등의 기존 정치조직들의 손을 떠나 첨단 통신기기들로 연결되어 있는 풀뿌리 집단들과 미디어 쪽으로 계속해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p7

 

《제3의 물결》에서 토플러는 우리가 구시대 문명의 마지막 세대이자 신시대 문명의 첫 번째 세대라는 가설을 기반으로 하며, 우리가 겪고 있는 혼란과 고통, 방향감각의 상실 등은 저물어가고 있는 제2의 물결 문명과 점차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는 제3의 물결 문명 사이에서 우리 자신과 각급 정치기구들이 겪고 있는 갈등에서 대부분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가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오늘날 모든 선진국들은 제3의 물결과 이미 구식이 되어버린 제2의 물결 사이의 충돌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토플러는 오늘날 사회의 중심이 되는 '정치적 힘'은 바로 제2의 물결에 속해 있는 사람들과 제3의 물결 속에 속해 있는 사람들 사이의 대립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고하며 현대의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한 사람들이 앞으로 일어날 새로운 문명을 이끌어나갈 것이라 예견한다.

 

 

작년에 읽은 《공장의 역사》에서는 현대 경제학이 직면한 위기가 오늘날의 생산의 부의 축적 메커니즘을 종래의 패러다임으로 분석할 수 없다는 데에 있다고 하였다. 우리가 생산의 3요소라 부르는 토지, 노동, 자본이 생산 또는 자본축적의 기본적인 구성요소였지만, 현대의 모든 경제 시스템은 ‘지식’을 근간으로 한다. 따라서, 이제 과거의 생산 요소로는 자본을 축적할 수 없게 되었으며, 전자통신 네트워크가 제 3의 물결 경제의 핵심적인 인프라를 구성한다. 이런 정보화 혁명으로 지식과 정보는 이제 새로운 변화에 가장 중심적인 생산요소가 되었지만,  이런 지식은 계측불가능하고 수치로 환원될 수 없기에 제3의 물결은 제2물결보다 더 불확실성을 띠고 있다.

 

 

“인적자본이 금융자본을 대체했다.”

 

따라서 생산을 이루는 기본요소가 불확실하고도 무제한적인 '지식'으로서의 변화는 마르크스의 유물론을 자연적으로 무효화시켰으며 사회주의의 몰락은 제3의 물결과 충돌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정보과학의 가장 값비싼 자산은 지식이라는 것을 가장 늦게 인식한 사람들이 바로 우리입니다.”                                                                                                         -고르바초프-

 

 

마지막으로 토플러는 제3의 물결정치를 위한 세 가지 원리 -소수자들의 권력, 반직접민주주의, 의사결정의 분배-를 토대로 새로운 정치제도들을 위한 구상을 더 빠르게 시작할수록 새로운 문명으로의 평화로운 전환이 더욱 쉽고 빠르게 변화할 수 있다고 한다.

  최근에 사무실 복사기를 교체했다. 정말 놀라웠던 것은 핸드폰의 사진을 아무 조작없이 복사기로 프린트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놀라움은 최신기계를 접하게 될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다른 무엇도 아닌 기계에 대한 '정보나 지식'이 없으면 사용할 수 없다는 자각 때문이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디지털시대, 정보화시대를 산다는 것은 '지식과 정보'가 없으면 청맹과니와도 같다. 이미 '지식과 정보'는 삶의 근간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쉬운 예로 매일 진일보하고 있는 스마트폰에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최신기기의 정보를 잘 모르고 있거나, 지식을 공유하지 않는다. 이것도 어쩌면 제3의 물결에 있으면서 제2의 물결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 모습이다.

 

이 책에서 주목한 것은 '정치권력'이지만, 그런 정치권력의 거시적인 흐름을 말하기 위해 토플러의 전작인 《미래 쇼크》,《제3의 물결》,《권력이동》등의 내용이 실려있다. 그 이유는  이제까지의 정치권력이 수직적이고 권위적이며 다수에 의해 움직여온 민주주의를 써 왔지만, 제 3의 물결에서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민주주의 제도로 변해야 하는 과도기시대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정치는 어떻게 이동하는가》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토플러의 미래는 '지식'이라는 제 3의 물결위에 새로 써가야할 새문명의 프레임을 짜주고 있다. 그 프레임안에 무엇을 넣을 것인지는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몫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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