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기토와 무의식 SIC 시리즈 2
슬라보예 지젝 엮음, 라깡정신분석연구회 옮김 / 인간사랑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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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캉의 ‘프로이트로 돌아가라’

라캉만큼 난해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사상가도 없다. 라캉은 캐도 캐도 끝이 없는 미지의 영역을 이루어왔다. 라캉의 전문 분야는 정신분석으로 ‘프로이트로 돌아가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라캉의 견해는 주체라는 생각에 확고하게 매달려 주체를 꾸준히 ‘보호함으로써’ 구조주의적 모델과는 뚜렷하게 달랐다. 구조주의자 이지만, 다른 구조주의자들과는 다른 점은 데카르트가 말한 코기토의 주체가 무의식의 주체였다는 제안을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로이트에게 돌아가려면 데카르트를 통해서 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라깡의 거울 단계 이론- 거울에 비추어보듯 자신을 대상화하면서부터 자신의 존재를 믿게되는 것-을 통해 생각하는 자는 ‘생각하는 것’으로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존재하는 것은 주체가 아니다. 존재하는 우리는 생각하는 우리가 아니며, 더 나아가 존재하는 우리는 궁극적으로 결코 주체가 아니다. 우리는 여기서 이미 우리가 존재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주목해야하고, 우리가 지배자가 될 수 없는 그러한 존재를 붙들고 있는 것을 상상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함과 존재감이 일치하는 동일성을 지닌 이 주체의 지위는 ‘상상된 자아’, ‘상상을 통해 오인된 자아’ 이다. 이렇게 존재를 선택하는 것은 탈주체화를 함의하게 될 것이고, 이것은 토대와 일관성에 대한 희망이 없는 혼란 상태이자 합리성 밖에 있는 존재의 블랙홀, 간단히 말해 비존재적인 변덕스러운 상상계 속의 주체를 만들어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데카르트의 ‘나는 존재한다, 고로 나는 생각한다‘는 선택에 의해 생겨난 생각을 공허하게 발견하는 것이다. 나는 존재한다, 고로 나는 생각한다의 강요된 선택은 데카르트적 의사 표시의 보이지 않는 진실이며 프로이트는 ‘무의식이 생각한다’ 라고 주장했고, 라깡은 생각하는 것은 오직 ‘무의식’일 뿐이다 라고 주장한다. (프로이트와 라깡의 '무의식'이란 주장은 같지만, 주체의 자각은 다른 것으로 해석된다)

 

라깡의 중요한 논제는 무의식의 경우보다 더욱 더 철저하다. 프로이트적 주체는 자명하고 통합된 자의식과 아무 관련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미 철학 자체의 영역 안에 있는 무의식에서 비롯되었으며 무의식이 바로 데카르트적 주체 자체이며 ‘통합된 선험적 주체’의 관념에 대한 비판뿐만 아니라, 표준적인 주체성의 철학 모두 ‘무의식’의 의미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데, 즉 데카르트 주체를 자명한 자아 또는 인간, 즉‘인격적 개인’으로부터 분리시키는 틈새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라깡이 왜 정신분석의 주체가 데카르트적 코기토와 다른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데카르트가 ‘생각하는 실체’와 ‘연장된 실체’ 를 정신과 사물로 분리되는 이원론을 추구함으로서 근대적 주체성은 인간을 ‘거대한 존재사슬’의 최고 창조물로서, 즉 우주 진화의 완성점으로서 보는 관념과 아무 관련이 없게 되었다. 근대적 주체성은 주체가 자기 자신을 ‘뒤죽박죽된 것으로’, ‘사물들의 질서’로부터, 즉 실체들의 실증적 질서로부터 배척된 것으로 지각할 때 나타난다. 마치 데카르트가 모든 것을 의심하는 것으로 신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책의 제 1부는 프로이트적 개념으로서의 코기토의 기초를 제공하며 무의식의 주체가 왜 데카르트적 코기토와 다르지 않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고, 지젝은 근대적 주체성의 네 가지 기본 양식 뿐만 아니라 그 양식의 내재적 성화까지 정교화한다. 제 2부에서는 데카르트적 기획이 인간 몸의 수수께끼 같은 지위에 관해 연루될 때 생기는 교착상태에 대한 분석이다. 제 3부는 데카르트 주체성의 세 가지 계열체적인 현대 비판들을 이룬다.

 

요즘은 데카르트가 거의 동네북 수준이라, 데카르트의 비판에 대한 책들을 많이 접하고 있다. 이 책은 라캉이 데카르트의 코기토에 대한 비판으로 정신분석에 근거하여 프로이트의 무의식을 통해 바라본 데카르트의 주체를 분석하는 것이다. 무의식이란 내가 스스로 의도하지 않았지만 잠재되어 있는 것처럼 데카르트가 생각하므로써 존재한다는 주장은 무의식의 발현이며 인간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다는 뜻과 같다. 데카르트의 이러한 자각은 실재계가 아니다.  라깡은 코기토에 숨겨진 무의식 '상상을 통해 오인된 자아' 를 분석하며 진리를 추구하는 철학과  정신분석 사이의 관계에 접근한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정신분석 분야라 매우 난해한 부분도 있지만, 적어도 라깡이 ‘프로이트’로 돌아가라는 의미를 알게 된 것만으로 내게는 큰 수확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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