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크리스 임피 지음, 이강환 옮김 / 시공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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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위에는 하늘이 있고, 별로 가득 차 있다. 우리는 등을 대고 누워서 별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 별은 만들어진 것일까. 아니면 원래부터 있던 것일까.“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핀>중

 

 

우리 곁에는 언제나 하늘과 별과 달이 있다. 나 같은 일반인은 하늘과 별과 달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만 물리학자들은 하늘과 별과 달을 통해 인류의 기원을 밝히려 노력한다는 점에서부터 차별되는 것 같다. 물리학자처럼 생각하기.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었다. 지극히 평범하고 수학을 싫어했고 자연과학과 친하지 않았던 내가 최근 자연과학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느낀 점이 바로 이 사고의 차이점에 관한 것이었다. 창의적인 사고의 시작이 남과는 다른 사고에서 출발하는 why?에서 비롯되는 것처럼 물리학자들의 이런 원초적인 질문은 인류의 기원을 밝히는데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중력의 비밀을 밝혀낸 뉴튼이나 낙하하는 물체를 보고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깨달았던 갈릴레오, 일정한 속도로 상대운동을 하는 모든 관측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특수상대성이론으로 현대과학의 새로운 장을 연 아인슈타인의 공통점은 바로 물리학자들이 물질을 바라보는 특별한 사고 메커니즘의 결과이다. 그것은 바로 why? 의 발단이다. 

 

 

이 책은 그런 ‘물리학자처럼 생각하기’를 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책이다. 기존의 다른 자연과학책과 차별된 점은 우주를 의인화하여 접근하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처음 시작은 무척 낯설게 시작된다. 스스로 우주와 한 몸이 되어 우주를 탐구하는 것 자체가 매우 독특하고 신선하다. 또한 저자는 우주를 멀리서 관찰하는 관찰자 입장으로서 우주를 만나도록 안내해주며 물리학자처럼 생각하는 사고로 이끌어주고 있는데 이런 독특한 서술의 중심에는 ‘모든 것의 시작’에 대한 호기심의 원천이다.

 

어둠 속에서 조용히 멀어져가는 은하들은 우주가 더 작고, 뜨겁고, 조밀했던 시절을 가리키고 있다. 우주에 있는 모든 것-모든 사람들, 모든 행성들, 모든 별들, 모든 은하들-은 빅뱅에서 만난다.

 

 

 

저자는 지구의 탄생에서부터 '우리'에게로 향하는 45억년의 여행을 이해하려고 해도 이 시간 동안의 여행이 아니라 그 전의 역사, 즉 수많은 별들이 생성되고 소멸되는 격렬한 핵반응을 통해 융합된 수많은 원자들의 이야기를 이해해야 한다고 한다. 그 다음에는 우주 안에 있는 수천억 개의 별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며 우리의 몸 역시도 무수히 많은 원자들의 배열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의 몸조차도 별의 중심에서 만들어져 수 세대의 별들을 거쳐 온 원자들로 이루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다양한 여행을 거쳐 온 원자들이 지구가 만들어진 우주 공간에 모였고, 우리는 그 원자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었다. 현대 과학이 밝혀낸 바에 의하면 우리의 몸을 이루는 모든 원자들은 무한히 작은 곳에서 다른 모든 원자들과 함께 있었고, 이 창조의 순간은 지금으로부터 약 137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마디로 우리의 기원을 알기 위해선 137억년 전, 즉 빅뱅의 순간으로 날아가야 한다. 빅뱅의 순간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지만 많은 연구자들은 우주 공간에서 빅뱅의 증거들을 찾아내었고, 결국 137억년 전에 빅뱅이 일어났음을 확증하기에 이르렀다.

 

 

"우리의 탐험이 끝나는 때는 우리가 시작한 장소가 어디인지 알아내는 순간이다.“-T.S엘리엇-

 

 

우주생물학자이자 천문학과 교수인 저자 크리스 임피는 ‘과학 대중화에 가장 공이 큰 학자’로 선정되었으며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고 한다. 저자는 매우 독특하게 우주를 설명하고 있었지만, (강의라면 모르겠지만) 다소 산발적으로 쓰여 진 느낌이라 상상력에 한계를 느끼곤 했다. 하지만, 우주를 색다르게 바라보게 하고 태초의 우주와 우리의 시작을 말하는 저자의 독특하고도 철학적인 우주세계관을 엿보는 즐거움이 있는 책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듯 우리의 기원을 찾기 위해 구구절절 자연과학을 설명하는 것이 아닌 진짜 우주를 보여주려 하는 시도는 무척 신선하기도 했다. 단지 내가 원자가 되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읽어나가야 했다는 것이 매우 독특했던 시간여행이었다.

 

 

일부 끈이론가들은 끈이론의 복수 해법 하나하나가 실존하는 각각의 다른 우주를 대표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수학적 계산에 의하면 다중우주들을 여행할 경우, 우리는 우리 우주와 똑같은 우주도 발견할 수 있다.

 

저자의 시간여행으로 빅뱅과 만나지만 빅뱅이론의 탄생과 함께 단 하나의 우주라는 패러다임을 버림으로써 우주는 새롭게 다중우주의 가능성이 펼쳐지고 있다. 며칠 전 나로호 성공발사로 우리나라도 우주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만약 다중우주가 말하는 것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 외에도 다른 우주들이 존재하고 우주의 한 곳에서 지구와 유사한 행성이 있다는 것이 증명된다면 어쩌면 우주비행선을 타고 여행을 다니는 시대가 될 날도 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 또한 시작일 뿐이다. 오늘의 진리가 내일은 진리가 아닐 수 있듯이 다중우주론 또한 변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언제나 물리학자처럼 생각하는 why? 로 시작되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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