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경제혁명의 패러다임《3차 산업혁명》

3차 산업혁명 - 수평적 권력은 에너지, 경제, 그리고 세계를 어떻게 바꾸는가
제러미 리프킨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12년 5월

《3차 산업혁명》을 무척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미국 문명평론가 앨빈 토플러가 《제3의 물결》에서 농헙혁명에 의한 제1의 물결, 산업혁명에 의한 제2의 물결이라는 대변혁의 물결을 경험했고 현재 제3의 물결에 의한 새로운 변혁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한 것처럼 현재의 상황을 지적한 용어로 이해해왔다. 그러나, 3차 산업혁명은 현재의 상황을 지적하기 보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의 용어를 말한다. 저명한 사회사상가인 제러미 리프킨은 2차 산업혁명의 대물결이 가져온 결과(화석연료가 주도하는 산업혁명이 초래한) 기후변화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인류에 위협이 되고 있는 지금, 탄소 후 시대를 안내할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런 노력의 결과물로 제러미 리프킨은 하나의 발견에 주목하게 된다. 역사상 거대한 경제혁명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새로운 에너지 체계와 결합할 때 발생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가 말하는 3차 산업혁명은 인터넷 기술과 재생 가능한 에너지들이 서로 융합하여 세계를 변화시키는 새로운 경제혁명의 패러다임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3차 산업혁명의 비전과 경제개발 모델을 내부 관계자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위기에 직면한 이때, 신용 위기와 부채 위기에서 정확한 원인조차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 저자는 이런 모든 경제위기의 중심에 석유가 있으며 현재 우리의 시대를 석유 시대와 그에 기반한 2차 산업혁명의 종반전에 접어들었음을 밝히고 있다. 세계화 측면에서 우리가 문제에 직면한 이유를 ‘글로벌 피크 오일 생산’때문이 아닌 ‘1인당 글로벌 피크 오일 ’ 때문이라고 한다.(글로벌 피크 오일 생산은 석유지질학자들이 세계 석유 생산이 이른바 허버트 종형 곡선의 정점에 도달하는 단계를 가리키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이다.)

3차 산업혁명의 다섯 가지 핵심 요소

-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한다.

- 모든 대륙의 건물을 현장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미니 발전소로 변형한다.

-모든 건물과 인프라 전체에 수소 저장 기술 및 여타의 저장 기술을 보급하여 불규칙적으로 생성되는 에너지를 보존한다.

- 인터넷 기술을 활용하여 모든 대륙의 동력 그리드를 인터넷과 동일한 원리로 작동하는 에너지 공유 인터그리드로 전환한다.

- 교통수단을 전원 연결 및 연료전지 차량으로 교체하고 대륙별 양방향 스마트 동력 그리드상에서 전기를 사고팔 수 있게 한다.

3차 산업 혁명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유럽 경제 연합은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두 개의 목표를 세웠다. 하나는 유럽을 지속 가능한 저탄소 배출 사회로 탈바꿈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럽을 세계에서 가장 활기찬 경제체제로 만드는 것이다. 저탄소 배출 경제가 된다는 것은 화석연료를 토대로 가동되던 2차 산업혁명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로 돌아가는 3차 산업혁명으로 탈바꿈한다는 뜻이다. 저자는 3차 산업혁명을 이룰 수 있는 3차 산업혁명 인프라에 내포된 분산형 전력의 엄청난 잠재력을 전원 연결 전기 차량과 수소 연료 전지 차량을 바퀴 달린 발전소로 간주하고 있는데 이런 녹색 에너지에 의존하는 완전 전기 및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의 전체 전기 성장 능력은 현존하는 미국 전력 그리드 전체의 네 배에 해당되는 천연 자원이다.

저자는 3차 산업혁명이 사회의 모든 문제를 즉시 치유해 줄 만병통치약도 아니고 우리를 약속의 땅으로 인도할 유토피아는 아니지만 지속 가능한 탄소 후 시대로 데려다 줄 수 있는 실질 본위의 실용적인 경제계획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우리에게 다른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여성학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행복의 경제학》에서 세계화의 종말을 예고하며 우리에게 닥친 위기와 붕괴를 넘어서는 방법은 오로지 자기 의존적인 지역적 생태 공동체들이 많이 생성되는 것에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공동체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해할 때 자연과 사회를 파괴시키고 있는 경제적 논리들을 되돌릴 수 있다. 제레미 리프킨 또한 3차 산업혁명 인프라만이 현재의 위기를 극적으로 변환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쉽게 말하면 화석연료에 기반한 중앙집권형 거대 에너지기업 중심에서, 거주지에서 직접 재생 가능 에너지를 생산하고 잉여분은 에너지 정보 공유체를 통해 교환하는 수백만의 소규모 생산자 중심으로 바뀌게 되는 ‘분산 자본주의 시대’가 자연스럽게 대두되는 것이다.

3차 산업혁명은 분산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하고 있다. 이것은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말하는 자기 의존적인 지역적 생태 공동체 즉, ‘지역화’와 같은 맥락이다. 2차 산업혁명이 가져다 준 ‘대량생산 체제’는 교통통신혁명과 물류혁명을 가져왔다. 그 중심에 석유라는 자원이 있었다. 석유가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되면서 인류는 빠르게 중앙 집중화에 따른 부의 편중화를 가져왔다. 대량생산 이전의 체제 즉 식량 경제의 지역화(‘식량 이동 거리’가 짧아지면 화석연료의 사용이 감소하고 환경오염도 줄어들며 식량의 안전도는 더욱 높아지는 것처럼)와 지역 에너지 개발 등은 바로 탄소 후 시대가 도래 할 때 가능하게 될 것이다. 저탄소 배출경제가 목표인 유럽연합을 따라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전원 연결 전기 차량과 수소 연료 전지 차량을 개발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도 에너지 혁명의 시대는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다른 나라보다 뒤처지고 있는 현실이다. 3차 산업혁명의 필요성과 인류에게 닥친 위기의식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며 제러미 리프킨의 탁견이 돋보이는 책으로 일독해야 할 책임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