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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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목표를 세계문학전집 읽기로 하였는데 전집의 시작이 안나 카레니나 이다.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레미제라블>로 큰 재미를 본 영국 영화사 워킹 타이틀이 새롭게 내놓은 다음편의 고전소설 영화는 또한 <안나 카레니나>이다. 가장 보고 싶은 영화이다. 그리고 내가 가장 읽고 싶어 했던 세계문학도 안나 카레니나이다. 우연치고는 참 재미있는 우연이다 싶지만 이런 우연의 반복이 인간사에서는 필연의 의미를 가지고 다가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마치 안나 카레니나의 삶처럼 ^^.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안나 카레니나는 이 문구로 시작된다. 행복은 고만고만하지만 불행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행복한 가정이 순식간에 불행한 가정이 되는 나름나름의 이유를 오블론스키의 집안을 통해서 볼 수 있다. 부유한 귀족집안의 오블론스키가 가정교사와 바람을 피우자 아내는 이혼을 요구하고 이혼당할 위기에서 구원투수로 등장하게 된 것이 동생 안나 카레니나이다. 아름다울 뿐아니라 우아한 기품이 넘쳐흐르는 안나는 사교계에서나 어디에서건 가만히 있어도 빛이 나는 여인이다. 오블론스키가 안나를 마중나간 기차역에서  어머니를 마중 나온 브론스키를 만난 것은  한 불행한 여인의 자살시도라는 헤프닝과  맞물려  기차역은 안나에게 ‘불안한 징조’를 느끼게 한다. 그것이 그들의 첫 만남이다.

 

 

 

브론스키는 젊지만 부자에 총명하고 고귀하고 궁정무관으로서 탄탄한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검은 머리에 키가 그다지 크지 않았으며 의젓하고 지극히 침착한, 선량해 보이는 아름답고 굳건한 생김새의 남자인 브론스키의 친절함에 매료되어 사랑에 빠진 키티는 자신에게 청혼한 시골농노 출신인 레빈의 고백을 무참히 거절한다. 레빈은 ‘인간의 활동이 언제나 목적을 가져야 되는 것처럼 사랑과 가정생활이 언제나 동일하기를 원하는 ’ 순수한 결혼을 꿈꾸었으며 결혼을 사회생활의 한 관례로 보고 있는 시대의 풍토나 견해와는 달리 결혼자체를 아름답고 신성하고 이상적인 삶으로 생각해왔다. 레빈에게 결혼이란, 인생의 최대사로 인생의 행복은 모두 결혼에 달려있다고 믿는 이상주의자였다. 그러나, 키티에게 거절당하는 순간 모든 꿈은 좌절하고 만다. 그가 평생에 꿈꾸었던 꿈이 그렇게 브론스키로 인해 날라가버렸고 레빈은 시골로 내려가 실연의 아픔을 일에 전념하는 것으로 달랜다.

 

결혼에 대한 순수한 이상과 행복을 꿈꾸는 레빈과는 달리 브론스키는 독신자 세계를 추앙하는 사람이다. 결혼에 대해서도 꿈꾸어보지 않았을 뿐 아니라 남편이라는 가정에서의 지위를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상상하고 있었다. 그의 이런 결혼관은 자신이 사랑에 빠진 여인이 유부녀라는 사실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녀가 굉장한 미인이었기 때문도 아니고, 또 그녀의 자태에서 느껴지는 조촐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에 마음이 끌렸기 때문도 아니었다. 다만 그녀가 그의 옆을 지나쳤을 때 그 귀염성 있는 얼굴에서 뭔가 유달리 정답고 부드러운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중략) 브론스키는 재빨리 그녀의 얼굴 가운데서 노닐기도 하고 반짝이는 두 눈과 살포시 미소 짓는 미소로 실그러진 붉은 입술 사이를 팔딱팔딱 뛰어 돌아다니기도 하는 짓눌린 생기를 알아챘다. 마치 과잉된 무너가가 그녀의 몸속에 넘쳐흐르다가 그녀의 의지에 반해서 때론 그 눈의 반짝임 속에, 때론 그 미소 가운데 나타나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일부러 눈 속의 빛을 꺼뜨리려 했다. 그러나 그 빛은 그녀의 의지를 거슬러 그 엷은 미소 속에서 반짝반짝 빛을 냈다.

 

 

 

결국 브론스키와 사랑에 빠진 안나는 자신의 감정을 ‘살인자가 자기 때문에 목숨을 잃은 시체를 보고 느끼는 것과 같은 감정’이라며 부끄러워하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지만, 안나에게 사랑이란 부끄러움이라는 무서운 대가를 치르고 손에 넣었기 때문에 더욱 간절해지는 무엇으로 변한다. 마치 살해한 시체에게 공포를 느낄지언정 시체를 은닉하기 위해서 다시 그것을 난도질하는 것과 같은 간절함이 아닐까. 어쩌면 안나는 사랑에 빠진 순간 자신의 마지막을 예견했는지도 모른다.

 

안나로 인해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안 키티 에게 찾아 온 절망은 병이 되어버리고 키티는 그 병으로 인해 세상을 다르게 보는 방법을 배운다. 자신이 브론스키와 레빈을 결혼이라는 저울에 올려놓고 저울질하였던 행위가 위선이고 자기기만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키티는 세상을 기존과는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된 것이다.

 

자기를 잊고 남을 사랑하는 것만이 가치 있는 일이고, 이것만이 사람을 평안하고 행복하고 아름답게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되기를 키티는 원했다. 이제 키티는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똑똑히 이해하였다.

 

 

안나의 불륜을 알면서도 세간의 이목과 가정생활에 대한 책임이 강하였던 알렉세이의 미련스러울 만큼의 믿음을 끝내 저버리는 안나와 사교계에 퍼지는 소문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두 사람의 고집스러운 사랑은 안나가 임신하는 것으로 마친다. 키티의 내면세계가 변함에 따라 달라지게 될 레빈과의 사랑과 안나의 임신으로 브론스키와 만남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지 궁금한 채로 책을 덮었다. 안나 카레니나의 배경은 농노제 붕괴에서 러시아 혁명을 아우르는 거대한 격동기의 시대이다. 그 안에서 젊은이들의 사랑과 이상, 그리고 공산주의라는 사상을 삶속에 버무려 놓았다. '안나 카레니나'의 주인공들의 심리변화를 통해 사랑과 이상이 짜집기 해가듯 만들어낸 가상의 현실속의 레빈과 안나는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사람의 심리가 예나 지금이나 시대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똑같듯이 고전이 주는 위대함은 이 책에서도 변하지 않는 진리처럼 다가온다. (자세한 이야기는 2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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