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우화 - 나무에게 길을 묻다
장성 지음, 장가영 그림 / 인간사랑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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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나무 한 그루가 있었습니다. 소년은 나무를 무척이나 사랑했습니다. 나무는 소년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주었고, 소년이 청년이 되고, 노인이 될 때까지 나무는 여전히 그곳에서 아낌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었습니다. 어렸을 때 읽었던 <아낌없이 주는 나무이야기>입니다. 시골에 처음 내려왔을 때, 이 동화를 다시 읽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낳았습니다. 내 아이를 키우는 일은 그동안 간절히 바라며 상상해왔던 것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비로소 아낌없이 준다는 것이 자식을 키우는 것과 같은 뜻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식물우화》를 본 순간 , 오래 전 읽었던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떠올랐습니다. 때론 삶에서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것을 우화나 동화에서 발견하게 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 한 장 한 장 넘기며 삶에서 지나쳤던 것을 다시 떠올리며 행복한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서로의 가시를 보지도 못하고 껴안았다가 찔려버린 선인장들은 서로의 가시를 탓하며 상처투성이가 됩니다. 가끔 자신에게 나 있는 가시는 못 보고 이웃의 가시만을 탓 했던 순간들이 떠오르네요. 저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자신을 보호하는 가시가 있다구요.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어쩌면 그 가시를 껴안을 수 있어야 가능한 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살아가는 일이 때론 그렇더라구요. 내가 상처투성이가 될 지라도 껴안아야 할 때가요. 그러고보면 전 아직도 누군가를 사랑하기에는 멀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책임 이야기도 참 재미있습니다. 식물학자가 향나무를 데려가기 위해 온갖 감언이설로 꼬여 냅니다. 그러나, 향나무의 대답이 걸작입니다.

“그래요. 지금은 당신이 날 보살펴 주겠죠. 그렇지만 난 3천년을 살아요. 당신이 그만큼 살면서 날 보살필 수 있으면 데려가세요.”

 

 

너무도 아름다운 장미의 향기에 취해서 어린 선비는

아름답기 때문에 맛도 좋을 것이라 생각하여 장미를 먹습니다.

당연히 맛이 없죠. 선비는 장미에게 맛이 없다고 화를 냅니다.

화를 내는 선비에게 장미도 할 말이 있습니다.

“속인 쪽은 내가 아니라 당신입니다. 당신 자신이 스스로 속인 것입니다.

나는 향기와 붉은 꽃잎만 가졌지,  먹어서 맛있다고 표현한 적이 없습니다.

당신이 나에게 그 이상을 바랐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맺어지게 되는 ‘관계’라는 것이 이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관계가 어그러지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소통의 부재로 인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상대의 의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이기적인 요구와 판단으로 관계를 망치는 경우가 가끔 일어나기도 합니다. 자기 자신이 멋대로 판단하고 나중에 꽃에게 따지는 선비를 보며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아름다운 입술을 가지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라 

사랑스런 눈을 갖고 싶으면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봐라 

날씬한 몸매를 가지고 싶으면 당신의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누어라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갖고 싶다면

하루에 한번 어린이가 손가락으로

 당신의 머리를 쓰다듬게 하라 

아름다운 자세를 갖고 싶으면 결코 당신 혼자

 걷고 있지 않음을 명심하라 

사람들은 상처로부터 복구돼야 하며,

낡은 것으로부터 새로워져야 하고,

병으로부터 회복돼야 하며,

무리함으로부터 교화돼야 하고,

고통으로부터 구원받고 또 구원 받아야 한다

결코 누구도 버려선 안된다.

 기억하라… 만약 도움의 손이 필요하다면 당신의 팔 끝에 있는 손을 이용하면 된다 

 당신이 더 나이가 들면 손이 두 개라는 걸 발견하게 된다.

 한 손은 당신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다.
                                         -셈 레벤슨-

 

이 시는 오드리 햅번이 크리스마스날 아이들에게 읽어준 시로 더 유명합니다. 이 책을 다 읽고 이 시를 다시한번 읽어보았습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길 바라기보다는 먼저 내가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진리가 이 책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오랫동안 책을 읽어왔지만, 책이 때론 아무 의미없이 느껴질 때 있습니다. 그러나. 책은 우리가 살아가는데에 필요한 공기와 같이 필수적인 것입니다. 처음에는 책이 주는 의미가 보여지지 않고 느껴지지 않을지라도 , 세월의 흐름과 함께  퇴적되어 지층을 이루어 화석처럼 견고하게  굳어져있는 '나'를 만나게 되는 일이 책을 읽는 참된 가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결국 책을 읽는다는 것은 화석을 만드는 일처럼 매우 오랜 시간과 함께 풍화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것이지요. 가끔 책과 함께 풍화되어 고스란히 세월에 남겨져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해보곤 합니다.  <식물우화>를 읽는 일은 그렇게 나만의 지층을 한층위 더 쌓는 일이었습니다. 식물우화에서 건져 올린 삶의 지혜를 떠올리며 다시 한번 살며 사랑하는 일을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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