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값싼 중국의 종말 - 우리의 일자리와 경제구조를 바꿔놓을 중국의 변화 키워드 10
숀 레인 지음, 이은경 옮김, 박한진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동네에서 가장 싼 가게 천냥하우스는 대부분이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이다. 지나치게 싼 가격 때문이라도 누구나 한 번 쯤은 천냥하우스를 이용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천냥하우스에 가면 예전과는 달리 가격이 올랐다는 것을 실감한다. 대부분의 패션브랜드들은 소비 타깃층을 고급라인과 저렴한 라인, 두 가지라인으로 소비층을 공략한다. 이것을 가장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 고급라인은 대부분이 국내생산이고 저렴한 라인은 대부분이 중국생산이다. 우리 가게에 오는 고객들 중에는 저렴한 가격에 구입을 했다가 집에 가서 라벨에 쓰여 있는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이유로 환불을 하러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쩌면 기존의 ‘메이드 인 차이나’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공식이 성립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일단 중국산이라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들도 꽤 있기 때문이다. ‘대량 생산’과 ‘싼 값’은 바로 중국만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무기이다. 그런 무기로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들은 중국에 공장이 있다. 그런데 중국은 변신하고 있다. 싼 인건비로 무장하여 세계를 제패하는데 성공했던 중국이 이제는 ‘세계의 공장’ 역할이 아닌 ‘세계의 시장’으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값싼 중국의 종말》의 저자 숀 레인은 상하이에 있는 마케팅업체인 차이나마켓리서치그룹의 대표로 하버드대학에서 중국 경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또한 저자는 중국 명문대학에서 수학하며 중국의 변화의 물결을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었고 더군다나 한시대를 풍미했던 여배우의 손녀딸과 결혼하면서 공부와는 다른 중국문화를 자연적으로 접할 수 있게 되며 중국이란 나라가 겉으로 보여지는 부분과 다른 면면들을 끄집어 내어 해부하여 이 책안에 담아놓았다. 이 책의 장점은 한 부분에 치우치지 않고 정치경제, 사회경제, 문화경제 등 모든 부분을 거시적인 흐름안에 통합적으로 다루고 있다.
최근 읽은 《승자독식》의 저자 담비사 모요를 통해 미국인이 중국에 가진 경쟁과 경계심이 얼마나 큰지를 느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중국이란 나라가 만만치 않음을 새삼 느끼게 되었던 책이기도 하였다. 담비사 모요는 중국이 미래의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페루의 구리 산 하나를 통째로 30억 달러에 사들이고, 아프리카에 융자를 내주고 기반시설을 건설해주며 자원 수입 계약을 체결하는 중국을 두고 ‘신 식민지주의’라고 비난하였다. 이런 신식민지주의는 쉽게 말해 중국은 자원을 얻고, 자원 보유국은 필요한 돈과 시설을 얻게 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정책은 《중국과 이란》의 무역정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중국과 이란은 지리적 격차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무기를 공급하고 중국은 이란에 경제부문을 해결해주는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이 책의 저자 숀 레인은 이런 중국을 향한 무조건적인 반감은 위험하고 잘못된 판단이라고 한다. 중국을 향한 미국의 반중국 히스테리로 인해 미국은 중국이 투자하는 금액 중에서 약 2조 달러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이제 중국은 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반중국 감정만큼이나 중국 역시 미국을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미국에게 중국이 더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무섭게 부상함에 따라 중국의 미래에 귀추가 주목되는 것은 당연한 절차이다. 근 200년동안 패권주자였던 미국이 처음으로 맞는 경제 초강대국 라이벌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중국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이해는 국제사회에 필수불가결한 문제가 되었다. 저자는 중국이 지독하게 가난했던 1900년대부터 현시점까지 어떠한 과정을 통해 발전해왔으며 어떠한 변화를 거쳐왔는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중국이란 나라를 이해하기에는 최고의 책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기에는 단, 몇 페이지로 충분하다.
중국은 현재 인건비 상승과 위안화 가치 상승이 결합하면서 달러화 가치 하락과 중국에서의 사업비용 상승이 함께 맞물리면서 중국에 있는 다국적기업들은 새로운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한다. 또한 중국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여성이 남성보다 돈을 더 많이 벌기 시작하면서 소비 패턴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저자는 중국의 소비문화를 이끄는 주체로서 여성과 중국인이 가진 낙관주의가 현대 중국 사회를 바꾸고 있는 가장 큰 원동력으로 보고 있다. 중국인들은 지난 30년 동안 이뤄진 기회의 창출과 정치 개혁이 빚어낸 결과로 역사상 가장 자유롭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믿음은 반세기전에 일어난 ‘문화대혁명’시대의 충격이 아직도 중국인의 뇌리에 강하게 박혀 있음을 말한다. 중국 정부와 국민들은 과거의 압제와 독재의 불행을 되풀이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따라서, 중국 대부분의 국민들은 자본주의를 선호하기 보다는 정부의 보호를 받고 싶어 한다.
‘갑싼 중국의 종말’은 서구의 기업 경영자들이 공격적이고 실전에 단련되어 있으며 풍부한 자본력을 갖춘 경쟁회사의 도전에 맞설 준비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책을 통해서 만나본 중국은 이제 더 이상 값싼 중국이 아니다. 과거 값싼 제품들에만 붙어있던 ‘메이드 인 차이나’가 아닌 명품라인의 중국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할 지도 모르는 변화에 직면해있다. 이 책의 저자는 비교적 중국에 호의적인 접근을 하였지만, 중국은 이미 모든 나라에 위협적인 존재이다. 중국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자원 확보에 여념이 없으며 북한을 흡수하기 위해 오랜 기간 동북아공정이라는 역사를 조작해 왔다. 게다가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오래전 부터 이란과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중국은 세계 곳곳에 자국의 안전과 미래를 위해서 확실한 대비책을 강구해왔다. 물론 중국사회에 당면한 주택공급과 부패한 공무원들, 건강한 식품의 공급, 교육 제도의 개선과 값싼 중국의 종말이 유발한 거대한 도전 과제들을 떠안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런 문제들은 중국 국민들이 믿고 있듯이 정부의 역할이 가장 크다. 그러나, 정부가 지나치게 힘을 가지게 되면 그에 따른 파생문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저자는 중국이 중국국민의 필요와 역사적 상황과 복잡한 내부 문제로 인해 과거 세계를 재패하였던 국가들과는 다른 길을 걸을 것이라 예견하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중국은 머지않아 초강대국이 될 것이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