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경제학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지음, 김영욱 외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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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철학자 슬라예보 지젝은 우리가 두 가지 유토피아의 종말을 겪었다고 하였다. 하나는 현실 사회주의의 종말이고 다른 하나는 자유민주주의의 종말이다. 글로벌 경제가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대표적인 인물인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오래된 미래>에 이어 신작 『행복의 경제학』에서 세계화 제일주의의 종말을 예고한다.

 

 

20년간 ‘작은 티베트’라 불리는 라다크에 머물면서, 급속한 현대화에 직면한 가운데 자신들의 문화적 정체성과 생태적 보전을 유지하려는 라다크 사람들과 함께 생활했다. 오늘날의 환경과 사회 질병의 근본적인 원인들을 탐사하는 책『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운다』으로 사랑받는 작가이며,『식량 경제를 집으로 가져오면서(Bringing the Food Economy Home)』(2002년) 등의 저서가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스마트폰, 모든 것이 아날로그를 압도하고 디지털시대로 접어들며 세계는 빠르게 지구촌화 되었다. 글로벌 경제와 신자유주의의 물결로 세계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우리는 이제 식탁에서 벨기에 초콜릿을 맛볼 수 있고 프랑스 와인을 음미하며 캐나다산 카놀라유를 쓰고 이탈이아의 올리브유를 먹는다. 그러나,  이런 것을 향유할 수 있는 것이 세계화의 장점이라면 단점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세계화라는 허울 좋은 미명아래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가 멀어지게 되면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세계화는 오늘날의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변화 동력이다. 이런 변화의 핵심은 경제적 과정에 있다.

 

 

저자는 세계화를  세단계로 살펴보고 있다. 

 

초기 단계 -제국주의적 식민지화 시기로 유럽 국가들이 대부분 전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두 번째 단계- 식민지의 독립과 개발의 시기다.

세 번째 단계- 바로 지금으로 앞선 시기의

 기세가 조금도 누그러들지 않고 계속 진행되고 있다.

(무역‘자유화’는 거대 독점기업들이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세계무역기구(WTO)의 보호 하에 하고 싶은 걸 하도록 풀어주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라다크에서 20년간 생활하면서 이런 세계화가 사람들의 삶을 어떤 식으로 피폐하게 하는지를 직접 보고 느끼며 관찰하였다. 문명의 혜택을 받지 않고 자신들만의 문화를 이루며 행복과 생태계가 보존되어 있던 라다크가 외부 세계에 개방되면서 분열이 일어나는 것을 직접 체험하였던 저자는 세계화가 주는 8가지의 불편한 진실들을 통해 우리의 일그러진 행복을 바로 잡아주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세계화는 엄청난 수의 인구를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시켰다.

★세계화를 통해 확산되는 소비문화로 인해 미디어와 상업광고 이미지가 가족관계의 분열을 가져왔다. ★경제의 세계화로 기후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한정된 자원을 가진 지구상에서는 경제성장이 끝없이 지속될 수 없다.

★ 세계화는 빈부 격차를 심화시킨다. 세계화는 대기업에 주는 지원금에 의거하기에 정부가 무역 기반 경제가 요청하는 인프라 투자를 통해 글로벌 경제를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장거리 교통망 및 정보망, 연구개발 시설 등의 사회기반 시설이 국민의 세금으로 건설되고 있다.

★세계화는 잘못된 계산에 근거하고 있다. GDP는 가족 공동체, 환경의 기능은 배제하고 화폐적 거래를 포함하는 경제적 활동만 고려한다. 아이들을 보육원에 보내는 건 GDP증가에 보탬이 되지만, 가정에서 양육하는 건 그렇지 못하다. 석유 의존적인 세계경제의 성장은 기후 변화라든가 환경위기는 물론, 스트레스의 증가 및 정서 불안, 사회 붕괴 등에도 책임이 있다.

 

지역화란 근본적으로 관계에 관한 것이다. 사람과 자연계와의 상호의존적 관계를 재구축하는 것이다. 이런 관계는 인간의 본질적 욕구이므로 경제활동의 규모를 줄여야만 행복을 증대시킬 수 있다. (중략) 경제의 지역화는 장,단기적으로 지구와 우리 자신을 위해 좋은 일이다. “공동체와 상호부조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것, 그 속에 진짜 행복과 진짜 복리가 있다"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진짜 ‘행복의 경제학’이다. -P50-

 

소통학의 창시자로 추앙받는 도미니크 볼통의 『또 다른 세계화』에서는 세계는 하나의 거대한 마을‘지구촌’이 되었지만 그에 비해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분절은 더욱 커지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기술적 진보와 사회적 진보 사이의 거대한 단절이다. 불통 역시도 세계화에서 다양성을 수용하며 각 문화가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거대한 다국적 문화 산업이 지배하는 틀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고유 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였다. 슬라예보 지젝은 『멈춰라, 생각하라』에서 더 나은 생활을 위해서 공동의 것 the commons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한다. 이것은 다시 말해 공동체로서의 귀환만이 우리의 미래의 희망이라는 뜻이다. 

 

아침 뉴스에는 명품 초콜릿으로 유명한  벨기에에서 초콜릿기차가 기네스북에 올랐다는 기사가 나왔다. 흥미로웠던 것은 예전 같으면 거리의 시민들 중 하나는 호들갑을 떨며 초콜릿기차를 극찬하는 인터뷰가 이어질텐데 의외로 시민들은 초콜릿기차에 냉소적인 반응을 하고 있었다. 돈이 있다면 차라리 그 돈으로 빵을 사겠다고 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오히려 생소하게 바라보았던 것 같다.  불황이라는 그림자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짙게 드리워졌다는 사실을 미쳐 느끼지 못하고 살았던 이유이다. 우리에게 세계화가 남긴 것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빈곤과 분열을 가져왔다. 그러나,  다행이도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있다.  보이지는 않지만 아주 작은 부분에서나마 우리는 변화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행복의 경제학』은 우리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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