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라, 생각하라 - 지금 여기, 내용 없는 민주주의 실패한 자본주의
슬라보예 지젝 지음, 주성우 옮김, 이현우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대선이 남기고 간 후유증이 아직 남아있는 상태에서 슬라예보 지젝을 만났다. 지난 6월 한국을 방문하였을때 지젝은 현시점을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이혼한 시점으로 현재의 위기를 철학만이 도울 수 있다는 말을 하였다. 대선 방송이 나오는 내내 한쪽에서는 수백명이 사살되고 전쟁중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하마스의 계속된 교전 중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에서 백육십여명이 숨졌고 하마스의 로켓포 공격이 이어졌다. 그리고 평화로울 것 같던 미국은 초등학교 총기난사로 수십여명이 죽거나 다쳤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과거와 다르게 정말 살기 좋아진 걸까?  살기 좋은 세상인데 전쟁이나 총격사건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사는 시대의 문제는 과연 무엇일까. 우리에게는 어떤 미래가 남아있을까. 

 

 

"허풍 떨지 않겠다. 지금 상황은 정말 비극적이다. 자본주의가 지속 불가능하다는 건 분명하지만, 명확한 탈출구는 없다. 자본주의 이후 체제가 어떤 형태가 될지도 알 수 없다. 20세기 공산주의도 끝났다. 한때는 우리를 구원해줄 거라고 믿었고, 교육 등에서 좋은 면도 있지만,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가장 역설적인 것은, 오늘날 공산주의가 작동하는 곳은 중국처럼 가장 잔인한 자본주의가 있는 데라는 점이다. 안토니오 그람시가 말했다. '오래된 것은 죽었고, 새로운 것은 아직 안 왔을 때 괴물이 나타난다'고. 예컨대 스탈린주의나 파시즘이 그런 괴물이다. 네그리 등 여러 사상가가 자본주의 이후 체제로 제시하는 것들을, 나는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젝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석학들의 대부분이 자본주의체제속의 신자유주의의 한계성을 폭로하느라 여념이 없는 한 해였다. 마이클 샌델 또한 시장논리가 사회 모든 영역을 지배하게 되면서 도덕적인 관념이 사라지고 시장만능주의가 만연하는 현 시점이 바로 신자유주의의 한계임을 지적하였다. 돈으로 살 수 없었던 비경제재화영역까지 가격을 매기는 것이 바로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맨얼굴인 바로 '돈'이라는 얼굴이다. 이 시점에서  슬라예보 지젝은 체제가 우리를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멈춰서 생각하기를 권고하고 있다. 우리가 사는 현재를 직시하지 않는다면 지배체제가 우리를 종말시킬 것이라고 경고하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선명한 것들이 없다. 오죽하면 각종 문학과 예술에서 현대인을 회색인간이라고 하겠는가. 회색은 절대 투명할 수 없다. 회색인간들은 자신의 주장이나 가치관이 명확하지 않다. 자신들이 왜 존재하는지,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존재감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 돈과 시장이 인간들의 삶에 깊이 개입하게 되면서 이런 회색인간들은 더 많아지고 있다. 무엇이 옳은지, 어떠한 선택이 최선인지, 자연적으로 갈피를 못잡는 것이다. 우리에게 닥친 문제점을 바로 직시하기 위해서는 인식적 지도를 그려야 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철학자인 슬라예보 지젝은 이 책을 통해서 우리의 성좌에 대한 인식적 지도를 제공하고자 하는데에 목적이 있다. 그리고 멈추어 생각하는 것만이 그것을 가능하게 함이다.

 

현재 자본주의는 세가지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첫째, 이윤 추구에서 지대(주로 사유화된 '공유 지식'과 천연자원에 기초한 두 가지 형태)  추구로 전환되는 장기적 추세다.

둘째, 더 오랜 기간 '착취'당하는 일이 오히려 특권으로 인식되면서 실업의 구조적 역할이 한층 더 강화되는 현상이다.

셋째, 장 클로드 밀네가 '봉급 부르주아'라고 부른 새로운 계급의 부상이다.

 

<한국 민주주의는 어디까지 왔나>의 공저자들은 21세기를 탈근대의 시기로 전세계적으로 탈물질주의를 지향하는 움직임이 태동하고 있음을 말하였다. 네그리 또한 《다중》과《전복의 정치학》에서 현재를 대중노동자의 시대에서 무형적이고 협력적인 '사회적 노동자'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한다. 오늘날 집단적 지식의 기하급수적 팽창으로 생산성이 증가한 결과, 실업의 역할 또한 변하고 있다. 새로운 계급의 부상은 바로 이러한 변화에 필요한 주체자들이다.

 

우리는 더 높은 생활수준이 아닌 더 나은 생활수준을 원한다. 우리가 공동의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공동의 것, 지적 재산에 의해 사유화된 공동의 것, 유전공학의 공동의 것, 이를 위해 , 오직 이것만을 위해 우리는 싸워야 한다. -p11

 

지젝은 이집트와 튀니지를 중심으로 일어난 중동의 자유화 혁명과  현재 유럽의 다문화주의 , 미국을 중심으로 한 ‘포퓰리즘적 보수주의' 나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에 유대 민족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한 유대민족주의 운동을 비교 분석하여 자본주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최선책으로 선택되어진 이런 '주의''사상'이라는 것들의 이름이 자본주의와 결탁되어진 또 다른 체제의 이름이라는 사실이 놀랍기만 했다. 지젝은 기존 체계의 무한한 재생산은 이제 더이상 불가능하다고 한다. 우리는 우리에게 열린 가능성을 충분히 수용하면서, 미래가 보내는 모호한 징후에 의거하여 스스로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한다. 지속 불가능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이혼한 시대, 변화를 위한 노학자의 통렬한 외침 ! 멈춰라, 생각하라, 이 시대에 권하는 구원의 메세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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