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르포르타주 - 이황 기자의 공항 취재 40년
이황 지음 / 북퀘스트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지금이야 공항이 일반인들에게도 흔한 장소가 되었지만, 불과 몇 년 전만해도 공항은 무척 특별하고 특권층의 장소였다. 공항은 수많은 만남과 이별이 이루어지는 장소이자 떠남과 동시에 새로운 시작의 설레임을 주는 장소이다.  하지만 만약 만남과 이별이 아닌  공항에서 상주하는 직업기자라면 공항은 또 다른 의미가 될 것이다.  늘 특종을 잡기 위해 공항에서 상주하여야 했고 모든  업무를 공항에서 처리하였던 공항기자들이 보고 느낀 장면들은 아마도 역사를 기억하는 산증인으로서의 자격이 되지 않을까 한다.  우리나라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모두 공항에서 이루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기자 입장에서 쓴 《공항 르포르타주》는 마치 한편의 공항 역사와 어우러진 우리의 현대사를 담고 있는 얼굴과 다름없다.

 

 

 

1970년 ,28세 신입기자 시절부터 시작하여 근 40년 동안을 한결같이 공항기자를 하였던 저자 이황은 공항에서 보고 느낀 점들과 한국 현대사의 뒷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는데 기자들의 글은 간결하고 장황하지 않아 읽기가 수월한 장점이 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글들을 읽으면서 역시 기자들은 핵심만 간단히 전해주는데에 일가견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재미있던 것은 감춰진 무엇을 말함에 있어 주저함이 없기  때문이었는데 공항이라는 곳에 숨겨진 일화들이나 평소 궁금해 왔던 점들을 마치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것 마냥 시원시원하게 알려주고 있다.

 

 실제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생생한 사건들이 많고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생각할 수도  없었던 일들이 너무도 많아 깜짝 놀라곤 하였다. 상상을 초월하는 비행기 납치 사건인 ‘요도호 사건よど?事件’ 을 필두로 하여 이수근 위장 간첩 탈출 사건으로 공항의 보안을 강화하는 시발점이 되었고 일본 제국구주의가 남긴 역사적 비극으로 위안부 여성들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보따리 장사를 했던 사연을 소개하며 공항이 누군가에게는 여행의 설레임의 장소가 될 지 모르나 어떤 누군가에게는 과거의 아픈 사연을 갖고 살아야하는 고단한 삶의 현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때론 산 사람이 죽어서 돌아오는 경우를 보아야 했고 사형을 앞둔 김대중의 망명 작전과 마약과 매순간 일각을 다투는 세관 마약과 직원들의 한편의 추리극도 무척이나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아마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장면이었기에 백프로 리얼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던 장이었다.

 

 

공항은 영어로 'Airport'라고 불리지만, 실제로는 ‘Secret-Port'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적지 않은 비밀이 있는 곳이라고 한다. 제2장 이런 비밀스러운 곳으로서의 공항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고 있는데 공항 귀빈실에 얽혀있는 특권을 둘러싼 흥미진진한 싸움과 스튜어디스에 얽힌 히든 스토리등은 한때 스튜디어스에 대한 소문이 소문만은 아니라 실제와 같다는 사실에 웃음이 나는 부분이었다. 아마 그 당시에는 거의 연예인들과 다름 없이 인기인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어 공항은 정부의 20여 개 부처가 모여 있는 ’작은 대한민국‘으로서 인천공항에서 근무하는 정부 기관원들은 총 2700명이라는 만만치 않은 이원이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도 새삼 알게 된 부분이다. 이어 ‘밀수범과 세관원의 대결’, ‘출입국사무소에서 벌어지는 천태만상’, ‘이민 열풍과 망명에 가까운 이민‘, ‘맛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재미있기도 한 기내식 이야기', ‘생각보다 공항에 큰 수익을 안겨 주는 면세점’, ‘인천공항 지하 88㎞의 거대 공간’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40년의 기자생활이 남긴 역사의 단상은 이렇게 하나의 에피소드로 탄생하였다. 시종일관 유쾌하고 재미있게 읽었지만, 한편으로는 유난히 파란만장한 근현대사를 지나왔기에 공항은 때론 사상의 문제로 꽤나 골머리 아팠던 사건들도 있었고 대통령들이 공항을 스쳐지나가며 느꼈을 패배와 굴욕의 장면들도 있다. 한때 천하를 호령했던 권력자의 쓸쓸한 말로를 기억하는 곳도 공항이었으며, 권력의 단맛을 느끼게 해주는 곳도 공항이다. 또한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곳도 공항이며 실제와 허무가 공존하는 곳도 공항이었다. 공항과 얽혀진 한국의 현대사는 그렇게 이 책 안에 색다른 옷을 입고 존재한다. 시대를 밝히는 기자정신으로서 써내려간 ‘공항 르포르타주’ 는 현대사의 새로운 모습을 담은 공항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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