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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마흔 역사를 알아야 할 시간 - 그들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백승종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11월
평점 :
최근 <마흔>으로 시작되는 자기계발서격의 처세술을 많이 읽었다. 딱 내 나이기도 하지만, 마흔의 나이가 인생에서 무척 중요한 위치라는 것을 절감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세상을 무작정 믿을 수 있는 순진함이 있는 나이도 아니고 순수와 이상이 사라지면서 생生의 치열함을 느낄 수 있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런 생의 치열한 맨얼굴을 마주하려면 더욱 자기계발이 필요한 나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자아가 강하고 스스로가 지혜롭다고 생각한다면 자기계발이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나는 아직도 사회에서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무언가 의지하고 싶지만, 책 외에는 도움되는 것이 없다고 본다. 그렇기에 <마흔>이 들어가 있는 책을 꼭 찾아보게 된다. 한편으로는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책이 많아진다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어느 소설에서 말하듯이 "우리가 현실을 산다는 것은 붕대로 눈을 가리고 벌판을 지나가는 것과 같다." 는 말처럼 마흔이란 나이에는 붕대로 눈을 가릴지라도 통과해야 하는 벌판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백승종은 역사가로서 광개토대왕부터 노무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열 다섯의 인물들을 통해 인생을 새롭게 정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거시적인 관점에서 역사의 흐름을 짚어주고 있는 동시에 무척 세심하고도 간결하게 그리고 저자의 독특한 시각으로 역사속에서의 인생의 지혜를 깨우쳐주는 색다른 역사서 읽기를 시도하고 있다.
유연하고 균형잡힌 지도력을 겸비한 광개토대왕을 통해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두려움과 마흔의 나이에 다가오는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지혜로서 과감한 결단과 행동의 지혜를 , 또한 마흔에 아주 작은 성취라도 이루었을지라도 그것에 안주하지 않고 더 크고 먼 곳을 내다볼 줄 아는 안목을 연개소문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시대의 난제를 융합의 지도력으로 해결 하였던 왕건을 통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을 배울 수 있고 ,그런 역지사지의 정신으로 적국의 왕 견훤까지도 품안으로 끌어안을 수 있었으며 . 백성들을 위한 조세개혁 조치와 다양한 시대사조의 조화로운 융합 역시 왕건의 헤아림에서 나왔다. 운명은 비극이었지만 정치 사상과, 공평하고 정의로운 시민 사회를 건설하고자 하였던 정도전의 이상과 사고의 주밀함과 강한 의지는 시대의 간격을 뛰어 넘어 두고두고 모범이 될 만하다. 난세가 키운 영웅 이순신은 탁월한 장수이자 최고의 경영자이다. 무인이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문체를 구사하는 탁월한 문사이었기에 가능하였던 이순신의 성공은 섬약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문사적 기질을 바탕으로 소통과 공유에 능했으며 이로써 연전연승의 기적을 연출할 수 있었음을 보여주며 그의 인문정신을 바탕으로 삶을 중심을 갖추어야 함을 강조한다.
저자는 조선 최고의 르네상스 시대로 보고 있던 정조의 시대를 색다른 시각으로 보고 있는데 정조를 의외로 '문체반정의 군주'로서 변화를 두려워하는 지배층으로서 보고 있다. 18세기 후반 한국 사회가 당면 한 과제를 능동적으로 해결하지 못하여 오히려 정조 시대 사후의 조선시대가 소극적인 문화를 고수한 이유이다. 정조를 통해 저자는 진정한 삶의 길은 자기 자신이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며 자신만의 안목으로 제 갈 길을 닦는 것이야말로 때로 그것이 지나치게 초라하고 소박해 보일지라도 자유와 창의는 이미 그곳에 있을 것임을 말한다. 저자의 독특한 역사의식은 정조만이 아니라 흥선대원군 에서도 볼 수 있다. 역사에서 쇄국을 고수하는 바람에 우리나라 근대화를 늦추고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일 기회를 놓쳐버린 인물로 낙인 찍힌 흥선대원군에 대하여 저자의 주관적인 시각을 들을 수 있는데 저자는 흥선대원군을 보는 시각에 있어 무조건 개화는 옳고 쇄국은 나쁘다는 식의 이분법적 판단으로 역사를 보는 것이 아닌 그 방향과 의미를 우선 심사숙고하는 편이 옳다며 흥선대원군의 쇄국은 시대적 상황에서는 무척 시기적절한 대응이라 여기고 있다. 흥선대원군의 그런한 행동 - 아직 확고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면 변화의 무조건적 흐름에 저항하는 가운데 우리가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이라도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흥선대원군에게도 본 받을 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원군의 쇄국 정책은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고려할 때 부정적으로만 판단할 일이 아니며 지금의 우리로서도 과연 어떻게 얼마나 개방해야 할지 속도를 조절하기가 어려운 형편이었다. 마흔에 늘 이런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박정희는 지금도 '경제 성장의 공적'이라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박정희의 의지와 능력으로 미루어 볼 때 그 자신에게도 풍요롭고, 우리 역사공동체에도 훨씬 유익한 역할을 하였을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시대의 풍운아이자 변신의 귀재였던 박정희의 삶은 인생의 길을 잃으면서 스스로 '유신체제'라는 무덤을 팠다. 마흔에 자신의 행로를 돌아보아야 하는 이유는 어느 한 순간에 삶을 통제하는 통제력을 잃기 쉽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직설화법과 국민과 격의 없는 소통을 하였던 진보의 대통령 노무현까지 마흔에 필요한 삶의 지혜를 열 다섯의 인물들을 통해 역사만이 아닌 우리의 인생이라는 것을 거시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는 역사책이다. 40이라는 나이가 예전 같으면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가족의 존경을 받는 나이겠지만 지금은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무척 팍팍한 나이다. 지금의 불혹의 나이에 접어든 나를 비롯한 친구들은 꿈을 꿀 여유도 없이 살아간다. 밥벌이의 지겨움에 지쳐 가지만 가족이 주는 의무감으로 마음이 무거워지며 자신을 돌아볼 여과가 없이 살고 있다. 그렇게 정신없이 '나'를 돌아보지 않다가 어느 날 맞딱들이는 현실의 참담함에 좌절하는 친구도 있다. 역사책이 현실을 돌아보기 위해서 읽는 것이라면 역사와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서 <마흔, 역사를 알아야 하는 시간>을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지혜라는 것은 끊임없이 충족해야 하는 충전재와 같은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마흔에는 인생 후반부로서의 새로운 인생의 정립이 필요한 나이임은 분명하다.
공자는 마흔을 "불혹"이라 하였다. 이것은 자신에게 몰입함으로써 가능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이기심을 내려놓고 남의 처지를 헤아릴 줄 아는 것이 사물에 혹하지 않는 길이요, 큰 뜻을 이루는 지름길이 아닐까.-p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