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명작 스캔들 - 도도한 명작의 아주 발칙하고 은밀한 이야기
한지원 지음, 김정운.조영남, 민승식 기획 / 페이퍼스토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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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KBS 문화예술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은 《명작 스캔들》에 방영된 작품중에서도 고르고 고른 명작들만 모아놓았다. 조영남의 입담이야 말할 것도 없고 문학평론가인 김정운 교수 역시 입담에서는 지지 않는 달변가이기에 사실, 명작보다는 둘이 날리는 촌철살인의 멘트가 더 재미있었던 프로그램이었다. 명작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놓기 보다는 솔직하고 담백하게 꾸밈없이 명작을 보고 느낀 대로 설명해주는 즐거움의 재미가 이 책에서도 느낄 수 있다. 화가이자 만능엔터테이너 조영남씨는 박학다식함에도 소탈함이 매력이고 김정운씨는 작품에 대해서 맛깔나게 삶과 예술을 버무려 명작을 통해 맛있는 인생을 선사해주는 명작스캔들은 거두절미하고 재미있는 그림책이다.

 

 

 

 <명작스캔들>의 1장 시작은 고야의 <옷을 벗은 마하>부터 시작한다. 이 작품을 본 후 고야의 <사투르누스>가 워낙 뇌리에 박혀 있어서인지 같은 화가의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찾아보니 같은 작가이다. 그 이유를 명작스캔들에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고야의 인생에 급격한 변화가 생기면서  화풍의 변하였기 때문이다.  전기 작품은 왕족의 초상화 많으며  정교하고 특징을 잘 살린 로코코풍의 작품이 많은 반면, 후기 작품들은 기괴한 작품들이 많아지는 이유다. 고야는 궁정화가로 출세가도를 걷던 중 심한 열병을 앓고 청력을 잃게 된 뒤의 시련으로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그는 그림을 통해 시대비판의 칼날을 세웠으며 자신을 들여다보며 새로운 세상으로의 도래를 꿈꾸었다. 바로 이러한 그림의 색채와 표현력이 고야의 작품이 명작의 반열에 남게 된 이유이다.

 

 

정말 이쁜 이 건축은 프랑스 동부의 작은 시골마을 롱샹 성당이다. 이 성당을 건축한 르 코르뷔제는 가톨릭 신자가 아닌 사회주의자이자 개신교도였다. 20세기 최고의 건축물로 평가받는 롱샹성당은 각이 진 곳이 없이 다양한 상상의 구조물이다. 옆에서 보면 오리같기도 하고 배의 모양을 하고 있고 기도하는 손의 모양을 떠올리게 하는 상상의 구조물이다. 실제 르 코르뷔제가 구상한 롱샹 성당 지붕의 설계 초안은 게딱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르 코르뷔제는 건축물의 예술성만이 아니라 성당이 주는 경건함과 침묵의 기도와 같은 내적 기쁨의 장소로서 내적인 공간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예술작품으로서의 조형성과 건축물로서의 기능성, 거기에 종교적 상징성까지 더하여 20세기 최고 걸작 롱샹 성당이 명작으로서 길이 남게 된 이유이다.

 

 

오페라 <마술피리>에 숨겨져 있는 프리메이슨의 상징들,세기의 명곡이라 불리우는 ‘예스터데이’에 얽혀있는 비틀즈 멤버들의 이야기, 결정적인 순간을 사진으로 담아내어 근대 사진 미학의 최고봉의 자리에 오는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결정적 순간>은 우연이 만든 순간의 미학을 담아낸 사진이었으며 ,  브레송의 사진은 현재를 기록하는 새로운 작업으로서 명작의 가치를 지닌다.

 

 

 

월침침야삼경(月沈沈夜三更) 달도 침침한 야심경(23시에서 새벽 1시 사이)

양인심사양인지(兩人心事兩人知) 두 사람의 마음은 두 사람만이 알리라.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서 신윤복을 여성으로 픽션화할 정도로 여성을 주로 그린 화가로 유명하다. 그런데 신윤복의 그림의 특징은 여성 만큼 달사랑이 작품 전체에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신윤복의 그림에 유난히 달이 많이 등장하여 <명작스캔들>에서는 신윤복을 ‘달빛 에로티시즘’이라는 근사한 수식어를 붙여주고 있다. 그러나, 특히 <월하정인>에 등장하는 달은 수능 모의고사 시험문제로 출제 될 정도로 깊은 관심을 받고 있다. 월하정인의 달은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달의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인데 충남 대학교 천문우주학과 이태형 겸임교수가 달의 모양에 의문을 품고 조선시대 왕명을 기록한 <승정원일기> 사료를 뒤져 정확히 1793년 8월21일 월식이 있었다는 기록을 찾아내게 되면서 신윤복 그림의 달모양이 설명 되어진다. 이런 과학적인 발견으로 정확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았던 월하정인의  제작 시기를 가늠할 수 있게 되기도 한 달모양은 신윤복 그림에 가장 중요한 특징이기도 하다. 달의 등장으로 인해 연인들의 만남에 더 알듯 모를 듯한 묘한 에로티시즘의 연출을 보여주는 신윤복의 그림은 진정한 ‘달빛 에로티시즘’의 선구자임이 분명해보인다.

 

 

“20세기 미술이 자아의 발산이었다면, 21세기 미술은 ‘치유’가 되어야 한다."

 

그림을 읽는다는 것은 책을 읽는 것처럼, 견문을 넓혀주고 인생을 바라보는 혜안을 길러준다. 조영남과 김정운의 환상적인 콤비가 나누는 촌철살인의 멘트에 정신없이 빠져 들어 읽은 것 같다. 유머 속에  한지원 작가의 명작에 얽힌 이야기들은 명작스캔들의 가벼운 분위기를 전환시키며 예술성의 가치를 올려주고 있고 마지막 김정운의 어록으로 작품이 주는 의미를 되새김질함으로 명작이 주는 여운에 방점을 찍어주고 있다. 시종일관 유쾌하고 즐거우나 가볍지 않은 그림책이다. 그림을 읽는다는 것은 한편으로 인생을 읽는다는 말과 같다. 명작의 주인공들의 삶 역시 우리네 인생처럼 녹록치 않다. 그림이야기를 통해 삶을 성찰하게 하며  <명작스캔들>은 명작만이 아닌 시대와 인생을 읽는다는 점에서 다른 그림책들과 차별성을 가진다. 그림은 이제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이야기를 해주는 예술이다. 인생을 즐겁게 바라보는 시선 <명작스캔들>안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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