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사랑학 수업 -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어떻게 떠나보낼 것인가
마리 루티 지음, 권상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이란 단어의 모양은 사랑이라는 말을 닮아 있고

살아간다는 단어의 모양은 사랑한다는 말을 닮아 있다.

사람은 사랑으로 이루어진 존재고, 살아간다는 건 사랑하는 일이며,

사랑한다는 건 결국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일이 아닐까.

 

 

차동엽 신부님의 <잊혀진 질문>은 마지막에 사랑에게서 나와서 , 사랑으로 살다가, 끝내 사랑의 품에 안기는 것이 인생인 것입니다. 로 끝맺습니다. 대중들과 소통하며 이 시대의 정신적인 멘토의 역할을 해주고 있는 차동엽 신부님이 잊혀진 질문에서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1910~87) 회장이 타계 한 달 전 남긴 질문에 대한 끝맺음 또한 사랑이었습니다. 저는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이유가 남녀간의 애정만이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점점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뿐만이 아니라 나 자신도 사랑하는 방법을 잊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버드 사랑학 수업>은 사랑에 대한 지침서와 같습니다. 사랑에 서툴고 타인을 이해하는 것이 서툴다면 한 번 읽어볼 것을 권합니다. 그저 단순히 연애학개론이 아닌,  인생철학이 녹아있는 특별한 사랑학 개론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누군가에게 끌리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저자는 이런 끌림의 이유를 라캉의 말을 인용하여 설명합니다. “누군가에게 이끌릴 때 우리를 사로잡는 것은 그가 이룬 성취가 아니라 그것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런 라캉이 말한 그것은 무엇일까요? 돈이나 권력, 재산이나 명예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누군가에게 이런 것들이 그것이 됩니다. 바로 우리가 욕망하는 것의 실체인 셈이죠. 우리가 알 수 없는 그것은 평상시에 실체를 드러내지 않다가 내면 깊숙한 곳에 숨어 살고 있습니다. ‘그것에 사로잡히는 사람들은 만성적으로 슬픔에 젖어 살거나 자살 충동까지도 느낍니다. 장 폴 사르트르는 이 공허함을 무無라 불렀고 라캉은 결핍이라 하였고, 저자는 가슴 깊은 곳에서 북받치는 조용한 흐느낌이라고 부릅니다.

 

우리 존재 안에는 커다란 구멍이 있고 우리는 그 구멍을 채우려는 희망으로 뭔가를 하나씩 채워넣고 있습니다. -p139

 

세상의 모든 사물은 우리가 잃어버린 그것의 희미한 반영일 뿐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의 희미한 자취만을 얻을 수 있을 뿐이죠.-p140

 

그리하여 결정적으로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우리가 사랑에 빠지면 꿈에 그리던 그것을 얻을 것만 같기 때문이죠. 정신을 차리기 전에는 문제가 많은 남자라하더라도 일단 사랑에 빠지면 무결점으로 보이게 되며 숭배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로 보여집니다. 사랑에 빠진 순간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그것이 상대방에게 그것의 권위를 부여하는 것이죠. 그것이라는 판타지가 깨지는 순간이 바로 사랑이 깨지는 순간입니다. ‘그것이 주었던 환상이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판타지였으니까요. 상대방을 그것으로 만드는 것은 나도 모르고 있던 내 안의 욕망의 씨앗입니다. 내 안에 꽁꽁 숨겨져 있던 욕망에 맞춰 상대방을 개조하려고 하니 사랑은 힘들 수 밖에 없겠지요.

 

이렇게 저자의 특별한 사랑학개론은 읽으면서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를 사랑하게 해주는 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왠지 사랑에 자신감이 생기는 기분이 듭니다. 무수히 많은 인문책에서도 말하지고 있지만, 모든 사랑의 시작은 바로 로부터 시작되니까요. 그러고보니 남편과 저는 겨울 이맘때 만났습니다. 그때 우린 정말 가난해도 너무 가난했었죠. 니체가 그랬던가요? 돌을 사랑한 조각가가 돌 속의 위대한 형상을 발견하여 망치로 내려쳐서 만들어가는 과정이 사랑이 창조되며 탄생하는 과정이라고요. 우린 그렇게 서로를 깍고 내리치고  길들이는  과정을 거쳐 사랑을 만들어왔습니다. 위대한 형상을 위하여 끊임없이 조각돌을 깍아야 하는 조각가의 사랑처럼 사랑은 여러가지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비록 아플지라도 사랑은 우리의 숙명이니까요. 사랑에서 나서 사랑을 남기는 것이 우리의 숙명인 이유는 사람이라는 말이 사랑과 닮은 이유입니다. 사랑은  다른 사람에게 내 욕망의 씨앗을 심는 것이 아니라 '나'의 욕망을 들여다보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이별도 해보고 그러면서 성숙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하버드 사랑학 개론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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